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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KR 10664 개발한 김완주 박사

"신물질개발의 밑거름이 되었으면"

항생제 KR 10664 개발한 김완주 박사


KR 10664. 우리 과학자가 만든 최초의 신약 이름이다. 이름 끝의 세숫자가 의미하듯이 6백64종의 신약후보들 중에서 선택받은 1종이 새로운 '제2세대 항생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 신약을 탄생시켜 최근 어수선한 사회분위기에 신선함을 전해준 김완주(金完柱·47)박사.

●- 꿈을 현실로
 

꿈을 실천하기 위해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기도 한 김완주 박사


"뜻밖의 큰 호응으로 나도 놀랐습니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죠. 예를 들면 독성실험관리, 특허보호, 대사관계연구, 약효연구 등 할 일이 산적해 있는 것입니다. 다만 이번의 작은 성공이 우리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기폭제가 되었으면 하고 바랄 뿐입니다.그럼으로써 기업체나 정부의 연구투자를 유도, 장차 많은 신물질이 쏟아져 나오는데 밑거름이 되었으면 합니다."

신약개발에 성공한 소감에 대한 답변이다. 김박사의 말이 이어진다.

"누구나 아프면 제일 먼저 치료약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됩니다. 동시에 약의 고마움도 알게 됩니다. 신약개발은 사실 모든 약학도의 꿈입니다. 특히 나에게 있어서는 신앙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가 무역흑자를 내면서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지적소유권 보호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특히 물질특허제도의 시행요구가 집요하므로, 이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필요한 때지요. 신약개발도 같은 차원에서 우리에게 긴박한 과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울러 신약은 신물질 중에서도 가장 부가가치가 큰 물질이 아닙니까?"

실제로 김박사는 신앙같은 꿈을 실천하기 위해 대학교수(성균관대) 자리를 팽개치고,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는 외로움을 감내하기도 했다.

이번에 개발된 신약은 기존의 퀴놀렌계 항생제보다 적용범위가 훨씬 넓고 살균력이 1백배 이상 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제조원가가 적게 드는 것도 장점의 하나.
김박사는 자신이 개발한 신약을 '제2세대 퀴놀렌계 항생제'라고 직접 표현했다. 왜 '2세대'라고 했을까?

"1세대 퀴놀렌계도 페니실린계 항생제의 단점을 보완하는 우수한 항생제임에는 틀림없으나 호흡기질환 등을 일으키는 MRSA 내성균에는 잘 듣지 않아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개발된 신약은 MRSA 내성균을 죽이므로 제2세대라고 부른 것입니다. 물론 이 신약도 곧 내성균이 등장하겠지요. 그때는 다시 제3세대 퀴놀렌계 약제가 나올 것입니다."

김박사의 신약은 자궁내막염 방광염 부스럼 등에 잘 듣는 항생제다. 항생제는 세균을 죽이는 게 주임무이므로 살균력이 '우열'을 판가름한다. 하지만 살균력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 독성이 적고 내성균이 등장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 신약을 개발하는데 동원된 인력규모나 투자한 시간 및 연구비를 선진국의 관점에서 본다면 아마도 '기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 연구팀은 총 20명이죠. 그중 7명은 박사급인데, 이번 성과는 연구원들과 그 가족들, 공동의 작품입니다. 계획단계부터 현재의 급성 독성실험을 마친 단계까지 약약 2년이 걸렸지요. 앞으로 아급성 만성독성실험 발암독성실험 임상실험등을 거치려면 3~5년은 더 소요될 겁니다. 비용은 정확히 계산해 보지 않았으나 지금까지 10억원보다는 훨씬 적은 액수가 들었지요."

외국에서는 연구비 1억달러, 연구기간 10년이 평균이다.

아무리 공들인 일이라고 끝나고 나면 불만이 눈에 띠기 마련이다. 이 점에서 김박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선 약효를 더 증가시켜야 합니다. 약효가 커지면 약을 적게 써도 되므로 그만큼 독성이 줄어들기 때문이죠. 또 퀴놀렌계 항생제의 공통적인 약점이 중추신경계독작용을 배제시켜야 할 거예요. 그동안 퀴놀렌계는 유아의 연골조직의 경화를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유아에게 사용하는 것이 금지돼 왔지요. 따라서 유아에게도 사용가능한 퀴놀렌계제로 만드는 게 남은 과제입니다."
 

연구실에 있는 김완주박사


●- 2년 연거푸 떨어진 뒤에

"늘 밤늦게까지 일하면 피곤하지 않나요?"하는 물음에 대해 김박사는 '생산성의 차이'를 거론하며 불가피성을 주장했다.

"미국이나 일본의 대학 졸업생은 사이언티스트(scientist)로 당장 한몫을 하는데 비해 한국의 대학 졸업생은 단순한 테크니션(technician)으로밖에 활용하지 못하는 실정이지요. 이는 잘못된 교육탓으로 보이는데, 아무튼 생산성에서 차이가 나므로 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그나마 따라갈 수 있는 것이지요."

원래 김박사는 정치가나 외교관 지망생이었다. 그래서 전주고를 졸업한 후 2번이나 서울대 정치외교과를 지원했으나 결과는 낙방이었다.
3수생이었던 김박사는 실로 우연하게 약학에 입문하게 된다.

"2년 거푸 떨어지고 나니 집에서는 이제 문과는 안된다고 못을 박았지요. 그때 이과로 옮기는 데 가장 큰 장애요소는 수학2였습니다. 그래서 수학2를 안 치르는 성균관대 약대에 가게 된 것이지요."

여기서 김박사는 후배 재수생에 대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인생은 마라톤이 아닙니까? 승부는 대학에 들어가는 순간에 끝나는 게 아니죠. 오히려 시작이라고 봐야합니다. 결국 승부는 무덤에 들어갈 때 판가름나는 것이며, 또 최고 일류대에만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말문을 약간 돌려 '과학자의 질과 적성'에 대해 물었다.

"다시 태어나도 과학자가 되고 싶어요. 물론 과학자가 되는 데 적성이나 성격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좋은 예지요. 물론 어떤 일이나 몰두하고 파고 들어 캐려는 사고방식을 가지면 도움이 되겠지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성실성입니다."

김박사는 열악한 연구조건하에서 작은 기적을 이루었다. 이 신약이 모든 과정을 통과하면 눈앞에는 연 3천5백억원의 국제시장이 펼쳐질 것이다. 이는 곧 국부의 형성이 아닌가? 아울러 발명자 개인에게도 영광과 부가 주어짐은 물론이다. 직무발명제도를 도용, 그 노력에 대한 경제적 댓가가 돌아가는 것이다.

세시간이 넘게 지속된 대담을 마치면서 김박사는 "이제 국제경쟁력은 과학기술에서 판가름됩니다"라고 다짐하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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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정경택 기자
  •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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