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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그래픽스는 이제 공학의 영역을 벗어나 생활주변의 시각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밤 늦은 시간 광고디자이너인 민실장은 내일 광고주에게 전달해야 되는 광고안 마무리 작업에 여념이 없다. "음… 이 부분은 붉은 색상보다 약간 푸른 색상으로 칠하는 것이 더 산뜻해 보이지 않을까?" "이 타이틀을 약간 기울여 조금 크게 하는 것이 훨씬 좋아 보일 것 같군…" 등등 그는 수없이 많은 생각을 하면서 광고안을 손질하고 있으나 이미 그려 놓은 광고안을 손질한다는 것이 생각같이 그리 쉬운 작업은 아니다.

이미 칠해 놓은 색상위에 다시 물감을 풀어 채색을 해보기도 하고 타이틀을 크게 만들어서 붙여보기도 한다. 어쩌다 채색 도중 물감이 번지기라도 한다면 큰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과학과 예술의 접목

여러분이 상상할 수 있는 이러한 민실장의 고충은 지금도 여러 분야에서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경험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민실장의 고충을 해결해주면서 민실장의 손으로는 감히 생각할 수 없는 다양한 기능으로 그를 도와 줄 문명의 이기가 바로 컴퓨터 그래픽스인 것이다.

컴퓨터 그래픽스란 컴퓨터를 도구로 사용하여 화면 위에 도형을 작성한다거나 그림을 그려 자신의 생각을 형상화시킨 작품 또는 그 행위를 말한다.

이를 위하여는 여러가지 장비들이 필요하게 되는데 우선 기본적으로 컴퓨터가 있어야 함은 말할 것도 없고, 사람의 손과 같이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하는-실제로 손만큼 정교하지는 못하지만-입력장치인 마우스(Mouse)나 디지타이저(Digitizer) 등이 필요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필요한 영상을 비디오 카메라로 잡아 컴퓨터로 입력시키는 장치, 책속의 이미지를 복사하듯이 컴퓨터로 입력할 수 있는 이미지 스캐너(Image Scanner) 등도 필요하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러한 장비들을 잘 조화시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할 화판과 물감, 붓의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Software)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기능을 보유하고 있는 소프트웨어를 그래픽 소프트웨어(Graphic Software)라고 하는데, 이것들은 단순히 화판과 물감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직선이나 도형을 좌표 설정만으로 그려내는 자의 역할도 하고, 가는 붓 굵은 붓의 역할도 하고, 특정부분의 색상을 원하는 색으로 순식간에 바꾸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한 그림의 일부분을 도려내어 다른 부분으로 옮기기도 하고, 같은 그림을 여러개로 만들 수도 있고, 그림을 약간 기울이기도 하고, 늘리거나 줄이기도 하고, 아예 뒤집기도 한다. 이 외에도 수없이 많은 기능들이 있으나 이러한 기능은 그래픽 소프트웨어의 종류에 따라 제공되는 것이 있고 또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컴퓨터그래픽스 시스템


그림을 읽어낸다

그러면 다시 민실장의 사무실로 돌아가서 컴퓨터 그래픽스를 이용하여 민실장의 고충을 덜어보기로 하자.
민실장의 광고안을 비디오카메라나 이미지 스캐너를 이용하여 컴퓨터로 읽어드린다. 컴퓨터 화면 위에는 방금 입력 받은 민실장의 광고안이 나타난다. 광고안 중에 민실장이 다른 색으로 바꾸려 했던 부분이 눈에 띈다. 바꾸고자 하는 색을 선택한 후 그 부분에 마우스를 옮겨 놓고 나면 순식간에 색상이 변해버린다.

종류에 따라 수십만가지의 색상을 보유하고 있는 장비도 있으니 민실장의 색에 대한 욕심은 충분히 충족 될 것이다.
타이틀을 좀 더 크게 만들거나 약간 기울이거나 다른 글자체로 바꾸거나 하는 작업도 컴퓨터 그래픽스를 이용하면 잠깐의 시간만으로 충분하다.

민실장이 자신의 머리속에서 수없이 떠올렸던 아이디어를 컴퓨터 화면 위에서 즉시 실현해 낼 수 있는 것이다.
컴퓨터 그래픽스는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상자를 그리면 그림자를 자연스럽게 만들어 준다든가, 사과를 그린 후 사과가 떨어지는 경로 중 몇군데를 지정하면 사과가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장면을 연출해 낼 수도 있다. 이러한 작업들이 일련의 프로그램화하여 우리가 TV 등을 통해 볼 수 있는 신비에 가까운 장면들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일기예보 시간에 차트를 두장 만들어 날씨 표시와 기온 표시를 나타냈는데, 이러한 방법으로는 수시로 변하는 기온을 표시하기 위하여 차트를 다시 그려야만 한다. 그러나 컴퓨터 그래픽스를 이용하면 하나의 그림만으로 날씨표시와 기온표시를 번갈아 가며 나타낼 수도 있고, 수정도 무척 용이하게 된다. 이 정도는 간단한 활용이다.

첨단광고 제작에 필수

뉴스시간에 인공위성이 지구 위를 날다가 타이틀로 변한다든가, 금빛으로 채색된 로봇이 잠실 운동장을 들어올린 다든가 하는 것들은 컴퓨터 그래픽스가 아니고는 감히 생각할 수 없는 장면들이다.

영화에서도 컴퓨터 그래픽스는 그 진가를 발휘하여 관객이 마치 초고속 우주선에 몸을 싣고 좁은 협곡을 빠져나가는 것과 같은 스릴을 맛보게 한다. 과거의 영상 효과로는 불가능 했던 일들인 것이다.

그러면 컴퓨터 그래픽스가 가진 여러가지 잇점을 요약해 보기로 하자. 우선 한번 만들어진 그림을 여러 각도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가공이 가능하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잇점이라 할 수 있다. 색상뿐만아니라 모양 등도 쉽게 가공해 낼 수 있어 신속하게 원하는 그림을 만들어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컴퓨터에 수록된 그림은 여러가지의 출력장치들을 이용하여 다른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므로 동일한 그림을 가지고도 여러분야에서 각기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이번에는 앞서 언급한 TV 또는 영화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의 컴퓨터 그래픽스 활용을 살펴 보자.
먼저 일반 용지로 그림을 출력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프린터 중에서도 그래픽모드-점 단위 출력이 가능한 모드-가 있는 프린터가 있어야만 그림을 프린팅할 수 있으며, 컬러로 만들어진 그림은 이에 상응하는 컬러 출력 장치가 필요한데 컬러프린터, 잉크 제트 프린터, 플로터 등이 그러한 것들이다.

또 컴퓨터 화면 내용을 그대로 필름으로 받아내는 필름레코더가 있어 35㎜ 슬라이드필름 사진 OHP필름 등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35㎜ 슬라이드필름의 경우 지금까지는 거의 모든 작업을 수작업에 의존하여 컬러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수차례의 촬영이 필요하게 되고, 내용중에 그림이나 그래프 등이 있는 경우는 도안사들이 일일이 그려내야 했다. 따라서 신속한 작업이 불가능하며 한번 만들어진 필름을 수정하려고 하면 처음부터 다시 작업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러나 컴퓨터 그래픽스와 필름레코더를 이용한다면 컴퓨터 화면 위에서 쉽게 그려낸 그림을 찍어내기만 하면 슬라이드 필름이 만들어진다. 수정할 부분이 있는 경우도 손쉽게 수정하여 다시 한번 찍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컴퓨터그래픽으로 제작된 화면들.


새로운 분야, 프리젠테이션

최근에는 컴퓨터 화면을 그대로 대형 스크린에 비칠 수 있는 장비들도 소개되고 있는데 이를 '뷰어'(Viewer), 컴퓨터 화면 영사기 등으로 부른다. 컴퓨터에 나타난 그림뿐만 아니라 비디오 테입, 레이저 디스크의 내용을 선택해가면서 대형 스크린에 비칠 수 있는 빔 프로젝터(Video Beam Projector) 등도 있다.

이러한 장비를 이용하면 어떤 효과가 있는가?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컴퓨터 그래픽스의 기능 중에는 애니메이션 기능이 있어서 글자가 안개처럼 나타난다든가 화면의 한 부분이 서서히 이동한다든가 작아져 없어진다든가 하는 초보적인 기능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모습을 연출해내는 본격 애니메이션 기능도 있어 이를 활용하면 멀티슬라이드 쇼와 유사한 홍보물, 교육물, 심지어는 만화 등도 만들 수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일련의 그림들은 '뷰어'나'빔 프로젝터'에 의해 대형 스크린에 출력되고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가 있다. 비디오 테입이나 멀티슬라이드는한번 제작하는데 제작비도 엄청나거니와 한번 만들어지면 수정할수가 없는 단점이 있으나 컴퓨터 그래픽스를 이용하면 그런 단점을 보완할 수가 있다.

특수한 경우이긴 하나 컷터(Cutter)를 연결하여 컴퓨터 그래픽스로 만들어진 그림을 이용하여 천을 자르거나, 종이를 자르기도 한다. 실제로 일본의 백화점에서는 쇼 윈도우나 메뉴판 등에 사용되는 글자-복잡한 한다 등-를 적당한 크기로 조정하여 정확하고 신속하게 잘라 판매하고 있다.

2주일 일을 하루에


도표제작에도 효율성이 뛰어나다.


또 기계 등이 연결되어 그래픽 데이타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직물에 짜여질 무늬를 컴퓨터 그래픽스를 활용하여 만들고 그 데이타를 직기에 전송하여 바로 직물을 짜낸다. 컴퓨터를 활용하기 전에는 준비작업에만 2주일이 소요되던 일이 하루면 모든 준비가 끝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픽스에 관련된 지식은 컴퓨터 전반으로 파급되어 과거에는 컴퓨터 화면에 나타난 딱딱한 틀 안에 데이타를 입력하거나 검색할 데이타를 불러내어 확인하고 프린터로 출력하던 것을, 가능한 한 그림과 그래프 등을 활용하여 처리하려는 시도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미 공장자동화나 빌딩관리 유압관리 등의 각종 제어시스팀은 과거에 상황판에 복잡하게 출력되던 숫자들 대신에 그림에 의해 이상 부분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사무자동화 부분에서도 각종 경영정보나 데이타처리 결과를 숫자의 나열이 아닌 그래프 등으로 처리한다든가, 인사기록 카드에 본인의 사진을 그대로 입력해 둔다든가, 경영자가 키보드를 이용하지 않고 전자 펜으로 결재를 한다든가… 등등의 여러 방법 등이 도입되고 있는 것이다.
얼마전 TV에서 소개된 내용이지만 일본은 가정이나, 대학연구실 등에서 전국에 있는 대학 도서관의 자료를 컴퓨터 단말기를 통해 찾아 보고 활용할 수 있는 시스팀 실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소개하였다.

도서관 자료의 검색… 컴퓨터를 알고 있는 우리들로서는 각 대학의 자료를 각종 코드로 분류하여 어느 대학, 어떤 분야, 저자는 누구 등등의 데이타를 입력해야 될 것이라고 상상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사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일본에서 개발하고 있는 시스팀은 그 방법이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먼저 어떤 대학을 선택하면 그 대학의 열람실이 화면에 나타나고 열람실 책꽂이에는 책들이 꽂혀있다. 화면을 움직여 책앞에 다가가면 책방에서 보던 책의 겉표지가 나타나고 키조작으로 책을 넘겨볼 수가 있는 것이다. 넘겨보다 필요한 부분이 나오면 그 부분만 발췌, 프린트하면 된다. 우리가 책방에서 필요한 책을 찾아내듯이 전국의 대학 도서관을 찾아다니며 필요한 자료를 얻는 즐거움을 단말기앞에서 맛볼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컴퓨터 그래픽스의 활용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컴퓨터 그래픽스의 발달은 코드로 분류하여야만 데이타 처리가 가능하던 현실을 과감히 탈피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리고는 무한한 활용분야로 인해 인간과 좀 더 가까운 곳으로 컴퓨터를 옮겨놓을 것이다.
무한한 인간의 창조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1989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전하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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