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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열심히 하고 삶을 풍부히 하는 일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 금속보다 재질이 뛰어나고 편리한 재료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다.


연세대 요업공학과 3학년 김우식


쉽사리 공학을 하겠다고 단안을 내리지 못했던 시대에 비하면 요즘은 누구나 선택의 어려움없이 공학도가 되려는 때인 것 같다. 물론 대다수의 사람들이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시대적 요청이, 많은 이들에게 이공대를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요즘이다. 하지만 공대를 들어온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기전공에 대하여 최소한의 것들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공대를 선택하고 있다. 이는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지만, 막상 부딪치는 사람들에게는 적지않은 고민이 될 것이다.

나자신이 '공대'라는 단어를 관심있게 접하게 된 때는 고등학교 2학년때였다. 그러나 실제로 대학교 입학원서에 '요업공학과'라는 단어를 적기 전까지는 공학(요업 공학)을 한다는 의지를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내가 선택한 전공과의 만남이 한편으론 희망차기도 했고, 한편으론 공대라는 어감의 것들로부터(단순성, 획일적 논리성) 벗어나려고 했던 때가 있었다. 이때부터 나는 전공에 대한 많은 물음들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이는 뚜렷한 근거없이 선택한 공대인이 겪어야 할 첫번째 장벽이었다.

●- 공대라는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등학교때 부터 공부를 한다는 것에 대하여 유난히도 많은 물음을 가졌었다. 왜 내가 공부를 하는 것일까? 내가 이렇게 공부할 때 같은 또래의 다른 이들은 왜 일만하고, 왜 돈을 버는 산업전사이어야 하는가? 하지만 그당시는 오직 개인주의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했다. 그런 물음들을 저 깊은 가슴 바깥으로 밀어버리고 공부에 묻혀서 고교시절을 지냈던 것이다. 내가 공부를 하는 이유는, 나를 사랑하는 이들 (부모님 친구)을 위해,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하는 것이라고 그 당시 믿고 있었다. 또 가치를 가지는 일은, 오직 공부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지내온 시절이었다.

그러나 몇년을 그후로 더 살면서 나의 공부에 대한 생각은 바뀌었다. 아니 세상에 대한 개인주의적 이해에 대한 한계를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스스로 쌓아버린 공부라는 의식때문에 잊어버렸던 더 많은 물음들이 터져나왔을때 나는 자유스러울 수 없었다. 부끄러울 수 밖에 없었다. 내 나이 16세에 많은 꿈과 이상을 가지고 편하게 공부를 할 때에, 16세의 어느 소년 노동자는 직업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또 어느 소년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많은 이들을 사랑했다고 느낄 때마다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다른 이들의 삶속에서 나는 세상에 대한 개인주의적 이해가 이기주의적 이해로 귀결된다고 느끼며, 나 자신을 깨뜨려야 하는 고통을 맛보았다.

이러한 과정속에서 공대에서의 나의 위치는 좀더 많은 욕구로 표출되었다. 내가 공학을 공부하는 것들이 나 자신만의 만족을 위한 행위라 느낄 때마다 누구를 위한 공부이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다양한 개성이 부딪치는 현대사회에서 공학은 필연적으로 자기만족성을 띤다. 그러나 공학은 또한 광범위한 사회성을 띤다. 공학은 분명히 과학과 경제성의 결합이기 때문에, 또한 인류 문화의 기저를 이루는 축에 속하기 때문에, 사회성을 띨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제 공학이 무엇이고, 내가 그 속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하는 것들이 서서히 윤곽이 잡혀 간다. 누구나가 각자 개성에 맞게 전공을, 작업을 선택하고 뜻을 펼쳐보이고 싶을 것이다. 그렇다면 먼저 무엇을 왜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단순히 좋아서 시작한 공부라 할지라도 나중에 가서 목적이 구체화되지 않는다면 자아성을 잃어버린 공부이며, 삶인 것이다. 자아성을 잃어버린 공부는 쉽게 깨져버리고 또 떠밀려 다닌다. 나는 가질 수 있던 것들을 먼저 버림으로써 자아성을 실현할 수 있었다.
수없이 널려있는 물질을 실생활에 맞게 사용하기 위한 재료공학은 어려서부터 나의 꿈이었다. 물론 그당시 아버님의 영향을 많이 받기도 했었지만, 그런대로 내자신이 가꿀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 나의 적성과 의지에 맞는 것이 재료공학일까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또한 현실적인 문제속에서 너무 쉽게 결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그런 고민은 빠른 시간속에서 선택의 여지없이 나를 요업공학으로 몰고 갔다. 그속에서 고민했던 것들이 조금 정리되었던 대학 2학년 1학기때부터 나는 새롭게 공부를 시작했다. 그동안의 고민에 대한 정리와 더불어 나자신의 불성실한 여러가지 태도를 비판하며 공학에 빠져들어 갔다.

공학은 분명히 자연과학이나 사회인문과학과는 다른 영역이다. 인류의 생활속에서 공학은 진보에 대한 신념과 경제생활의 발전을 도모해왔다. 그러기에 공학은 실제적 학문으로서 존재할 때만이 가치를 가지는 학문이다.

공학에 있어서 실제적 측면이 강조되어야 한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물론 숱한 과학적, 비과학적 이론들에 대한 연구작업이 공학에선 필요치 않다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학에서 강조하는 실용성(실제적 측면)은, 우리가 왜 공학을 해야하는지의 가장 첫번째 대답일 것이다.

공학도는 단순히 과학적 이론의 습득과 그 심화 뿐만이 아니라 그 이론에 맞게, 근거에 맞게 자신의 논리를 바탕으로 실용성을 실현시켜야 하는 사명이 있는 것이다.

●- 물리 화학이 특히 중요하다

공학에서 중요하게 취급되는 분야중에 하나는 재료 분야이다. 그러나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많은 난제가 숨어있는 미개척 분야이기도 하다.
튼튼한 재료를 만들고 재료를 정확히 사용하게 하는 것은 재료공학에서 다루는 근본문제이다. 좀더 불에 강하고 잘 깨지지않는 재료, 그리고 해당분야에 가장 적합한 재료를 만드는 작업들이 재료공학인 것이다. 물질들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재료공학에서는 크게 세가지로 나눈다.

첫째는 철 구리 금 등의 금속이 있다. 금속은 주로 금속공학에서 다룬다. 둘째는 유기재료이다. 흔히 볼 수 있는 것들로 대표적인 것으론 플래스틱(plastic)을 들 수 있다. 세째는 무기재료다. 무기재료는 위의 두가지를 제외한 광범위한 나머지를 지칭한다. 주로 도자기 시멘트 내화물 신소재 등을 일컫는다.

요업공학(ceramic engineering)은 바로 세번째의 무기재료분야를 다룬다. 현재 재료공학을 다루는 대학중에서 무기재료공학과나 요업공학과는 대개가 세번째를 다룬다고 할 수 있다.
요업공학과나 무기재료공학과는 실제적 내용은 동일하다. 단지 개념의 차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요업공학(무기재료공학)이라는 개념은 무기질 비금속 고체재료를 가리킨다.

현재 요업공학은 크게 두가지로 구분돼 있다. 전통요업(classic ceramics) 신요업(fine ceramics)으로 나뉘는 것이다. 전통요업은 도자기류와 시멘트류등을 취급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일제시대부터 본격적으로 공업화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는 것들이다.
신요업(fine ceramics)은 흔히 이야기되는 신소재분야등 첨단과학 첨단공학에서 필요로 하는 부분을 다룬다. 신요업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최근에야 연구되기 시작했는데 첨단 구조재료나 내화물등을 주로 취급하고 있다.

요업공학은 실제로 인류가 발생하고 문명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인류와 더불어 성장해왔다. 그 결과 현재를 '제2석기시대'라 불리우리만큼 활성화된 상태이다.
재료공학은 다른 공학과 마찬가지로 물리 화학등 기초과학을 필수로 한다. 요업재료의 대부분이 고체이고 또 가공시, 유체상태를 거치기 때문데, 또한 열과 어떤 물질의 에너지변화를 상세히 다루기 떄문에, 물리 화학에 대한 기초가 중요한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공부를 한다는 의미는 단순히 합리성이나 의무를 다한다는 것만은 아니다. '맛'도 있어야 한다. 자유와 즐거움이 그 '맛'이라는 단어로 표현된다. 특히 대학생활은 '맛'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흔들리지 않는 견고함은 즐거움과 자유로움 속에서 생길 수 있는 것이지, 강제와 의무속에서 생기지는 않기 때문이다. 생활의 '맛'과 합리성의 조화는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것들이아닐까?

많은 이들이 전공공부의 부담때문에 주변의 생활을 쉽게 정리, 단순화시키는 것들을 볼 때마다 나는 안타까움을 느끼곤 한다. 기계적으로 단순화시킨 공부속에서 풍부함이 과연 존재할까? 아닐 것 같다. 적어도 내게는 말이다. 공부를 열심히 하고, 삶을 풍부히 하는 것은 완전히 떨어져 있는 둘이 아니다. 이 두가지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상호보충해 주는 것이리라.

1989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김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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