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현장학습 경험 되살려 주입식 교육 탈피 노력


대만의 지질탐사


심정 : 대만 지질 학습탐사가 이제 끝났읍니다. 짧은 일정이긴 하지만 평소에는 쉽게 접할 수 없는 해외탐사였고 오랜만에 가르치는 입장을 떠나 배우는 입장에서의 현장학습은 의미가 있었을줄 압니다. 탐사기간 동안 보고 느낀 점을 말씀해주시고, 앞으로 이 행사가 좀더 충실하게 진행될 수 있게끔 개선점도 지적해주시면 고맙겠읍니다.

추춘 : 여기오기 이전에는 대만이 중국대륙과 같은 판(板)으로 알고 있었는데 지진조사 결과는 다른판으로 나타났다는 것을 알았읍니다. 현지 대만대학 조교와 지도교수의 설명을 듣고 나름대로 지형의 경사를 살펴본 결과, 대양 지각인 필리핀판이 북쪽으로 올라와 대만이 형성됐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읍니다. 학생들에게 이제까지는 판구조론(platetectonics)을 이론적으로만 설명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확신을 갖고 가르칠 수 있게된 것이 무엇보다 큰 성과라 할 수 있읍니다. 다만 대양지각인 필리핀이 위로 올라와 형성된 ‘오피오라이트’지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습니다. 그것을 보려면 사흘정도 일정을 늦춰야한다니 할 수 없지요. 비등천 지열곡 등 화산작용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것도 큰 성과입니다.

정창 : 제가 먼저 사과를 드려야 할 것 같으네요. 여기 오기전에 선생님들에게 참고 자료로 드린것이 많이 틀렸읍니다. 1981년 논문에 따르면 필리핀판이 북쪽으로 올라왔고 중국대륙판이 대만 아래쪽으로 들어왔다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읍니다. 그 단적인 증거가 오피오라이트인데, 이 새로운 이론은 앞으로 좀더 구체적인 해석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화산작용과 후(後)화산작용은 조금 구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다녀온 양명산 주변은 땅속에서 뜨거운 물이 분출하고 황화수소(${H}_{2}$S) 냄새가 진동하는 등 후화산작용이 활발합니다. 그런데 화산활동이 일어났던 것은 우리나라 제주도 한라산(약 10~20만년전)보다도 훨씬 이전이지요. 양명산 주변은 마그마가 지하 2~3백km 이상되는 깊은 곳에서 분출된 것이 아니라 지하 50m 내외에서 분출되었읍니다. 이에 비해 제주도는 깊은 곳에서 마그마가 분출되었고요. 즉 제주도는 현무암이 주종이고 양명산은 안산암이 주종입니다. 안산암지역에서만이 후화산작용이 일어나고 있읍니다.
 

양명산탐사. 안산암이 주종


윤광 : 깊은 곳에서 솟은 현무암화산은 수분을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용암이 흘러내리는 것 외에는 별특징이 없어, 화산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가 없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화산 후속작용을 보니 화산에 대해 훨씬 현실감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아뭏튼 이런 생생한 경험들을 학생들에게 전달할 수 있어 매우 기쁩니다.

김용 : 대만대학 조교한테 물으니까 양명산의 화산활동이 2~3백만년 전이라고 답하더군요. 판과 판이 부딪치는 경계면에서의 화산은 대부분 안산암인데, 이는 5천만년 이상 되어야 식는 것도 있다고 들었읍니다. 아직까지 ‘식물인간(?)’처럼 생명을 부지하는 안산암화산지대를보니 현장학습의 중요성이 새삼 느껴지는군요.

류광 : 칠성산 중턱의 분기공에 막대기를 대보니 급냉이 이루어져 침상구조인 황결정이 분기공 주위에 형성되는 것을 보았읍니다. 사실 이것은 우리나라 교과서에 나오는 화성암의 산출 상태를 알아보니 ‘황의 결정 실험’과 똑같은 것이지요. 그런데 교과서에서 하라는 대로 하면 전혀 실험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아주 소중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허원 : 저는 교사경력 2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번 행사에 참가하게 되어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아마 제주도 내에서 유일한 지구과학 교사라는 점이 이유라면 이유겠지요. 여기에 올 때 생각은 탐사라기 보다는 확인학습이라고 생각해 가벼운 마음을 갖고 왔읍니다. 학교 다닐 때도 느낀 것이지만 탐사는 그자리에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출발점을 제공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화련지방의 대리암계곡을 보면서 어떻게 저런 협곡이 형성되었는지 연구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 책을 보면서 공부할 예정입니다.

정창 : 화련 협곡은 넓이가 50m정도로 매우 좁습니다. 우리가 관찰한 지점에서 위로 1백m아래로 30~40m 정도인 것으로 보이는데, 위에서 아래까지 경사지지 않고 수직으로 뻗은 협곡은 처음 보았읍니다. 연구 대상으로는 좋은 테마가 될 것입니다.

이기 : 화련의 대리암 계곡에서 안으로 들어갈수록 향사 배사향사가 반복되는 것을 교수님의 지도로 확인할 수가 있었읍니다. 즉 습곡작용으로 형성된 석회암지대라는 것이지요. 물론 석회암이 습곡 등의 조산작용을 받아 단단한 결정질석회암, 즉 대리석이 된다는 것도 확인했읍니다.

또한 야류 해변지역에서 본 기묘한 바위들이 바닷물의 해식작용에 의해 형성됐다는 설명을 듣고보니 신기한 생각이 들었읍니다. 저는 그동안 풍식작용에 의한 버섯바위만 있는줄 알았는데···

신해 : 많은 자극을 받았읍니다. 교직생활 15년 동안 주입식 교육만으로 일관했다는 자책감까지 들 정도입니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배우는 일이 얼마나 신선한지 새삼 깨달았읍니다. 앞으로 학교 주변의 지질 현장학습이라도 진행해 주향과 경사라도 학생들과 함께 측정해볼 생각입니다.

대만의 지형 지질이 우리나라와는 달리 골짜기가 깊고 산이 뾰족한 것은 생성시기가 다르기 때문일 것인데, 이러한 것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매우 기뻤읍니다.
 

대만의 지질탐사


심정 : 저는 대만의 지형 지질도 관심을 가졌지만 사람들이 사는 모습도 주의깊게 살폈읍니다. 우리나라처럼 고층빌딩이 많지가 않고 층수가 거의 일정한 것이 특징인데, 이는 아마 판의 경계면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일거라고 생각됩니다. 지진이 발생하면 큰 일일테니까요.

전반적으로 탐사 기획에 소홀히 한 점이 없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대만의 ‘지질조사소’라든가 주요 대학 지질학과를 방문하는 특성 있는 일정 조정이 있었어야 했읍니다. 또한 자주 모임을 갖고 그날그날의 탐사결과를 중심으로 의견교환을 했으면 더욱 좋았으리라 생각됩니다.

류광 : 마지막날 박물관에서 본 호박(琥珀)의 생성 과정과 가짜와 진짜를 구별하는 방법에 대해 안 것도 조그만 소득이었읍니다.

이기 : 이제까지 현장에 나갈 기회가 별로 없읍니다. 지역 모임을 가져볼려고 노력을 했지만 잘 안됐는데, 이번 탐사를 계기로 다시 한번 시도해볼 생각입니다. 평소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의문나는 것이 많았는데 지도교수에게 물어볼 기회가 많아 좋았읍니다.

추춘 : 지구과학교육회 대구경북지회에서는 교사들이 스스로 회비를 내 현장모임을 해나가고 있읍니다. 물론 지도교수도 초빙하고요. 가르치는 사람이 배우는 기회가 많아야 학생들도 산지식을 많이 습득하지 않겠읍니까.

송재 : 사실 이런 행사는 문교부에서 해야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 탐사과정에서 진지하게 지도해주신 지도교수님께도 감사드리고요. 저는 수동적 자세로 탐사에 임했지만 배운것은 많았읍니다. 평소에 무신경하게 넘긴 암석들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고 특히 그나라의 기후나 지형 지질이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실제로 보고 배웠읍니다.

심정 : 일단 행사는 마쳤지만 앞으로 보고서를 낸다니까 서로 조금씩 협조하여 이번 탐사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끝으로 이번 행사를 주도한 동아일보사측과 후원해준 쌍용측에 감사드립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89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윤항로 기자
  • 김두희 기자

🎓️ 진로 추천

  • 지구과학
  • 교육학
  • 도시·지역·지리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