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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로 쇠를 자른다. 말하자면 물칼이 등장한 것이다. 낙숫물이 수세기를 두고 바위를 자르는 데 착안, 물의 압력을 높여 일시에 퍼부음으로써 물체를 동강낸다는 원리다.

물론 이 개념이 처음 도입된 시기는 196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음속으로 질주하는 항공기가 비를 맞으면 상당한 손상을 입는다는 사실을 미국의 과학자들이 놓치지 않은 것이다.

인디애나대학 ‘노만 프란츠’박사팀은 곧 연구에 착수했다. 그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1970년대 말부터는 미국을 비롯해 영국 일본 등지에서는 물칼을 실용화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는 이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았다. 특히 고압이라면 꺼리고 두려워하는 풍조가 물칼에의 접근을 어렵게 했다.

1986년에 와서야 비로소 가람 유압시스팀사(社)와 과학기술원의 권오관 안영재박사팀이 물칼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2년여의 연구 끝에 국내 최초의 물칼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기계식 열적가공식에 이어 워터제트(water jet)가 등장했다. 무엇이든 '상처'없이 깨끗이 잘라 주는 것이다.


가장 세련된 절단법

물칼의 대강은 이렇다. 우선 물을 4천기압(1cm²당 4천kg)정도의 고압으로 올린다. 이어 이 고압수를 머리카락 몇 올 정도인 지름 0.1~0.5mm 노즐을 통과 시킨다. 그러면 물줄기는 음속의 2~3배로 날아 절단물을 자른다.

이때 물칼에 의해 잘 절단되는 물질은 부드럽고 얇은 것들이다. 예로 천조각이나 카본 파이버(carbon fiber) 등이 쉽게 잘린다.

그러나 철이나 세라믹 제품등 경도가 큰 물질은 물만으로는 힘들다. 이 때는 물속에다 연마제를 섞어준다. 자주 쓰이는 연마제는 모래 실리카(silica) 가네트(garnet) 등. 연마제를 혼합한 물로 힘차게 뿌려주면 거의 모든 재료가 동강난다. 10cm의 정도의 철판도 5분 정도면 잘린다. 실제 가람유압시스팀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1인치의 고강도 티타늄(Ti)판을 1분에 1인치 속도로 절단하고 알루미늄(Al)판은 1분에 1/2인치 속도로 자른다는 것.

지금까지 널리 쓰이는 절단방법은 3가지로 나누어진다. 기계식과 열적 가공식 그리고 물절단식 즉 워터제트커팅시스팀(water jet cutting system)이 그것.

기계식은 톱 다이아몬드 숯돌 등으로 마찰시켜 자르는 번거롭고 다소 원시적인 방법.

열적 가공식은 아세틸렌가스 플라스마가공기 레이저를 사용, ‘불꽃’으로 물체를 절단하는 방법인데 간단히 작업을 할 수는 있지만 절단 부위의 열변형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이 골치아픈 열변형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 바로 워터제트다. 열에 약한 인화성 물질이나 폭발위험이 있는 재료의 절단에 안성맞춤인 것이다. 물칼의 장점은 여기 그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물칼을 로봇에 결합해 사용하면 원격조정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원격조정을 통해 방사능 오염지역 독가스지역 폭발위험지역 석유시추선, 즉 사람이 들어가기 어려운 환경에서의 작업이 가능케 되는 것이다.

또 기계식은 직선밖에 절단할 수 없고 열가공은 평면절단에 주로 사용되는데 비해 물칼은 평면 입체 곡선 직선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보완해야 할 점도 눈에 띈다. 소리가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 그 첫째이고 고압이니만큼 안전에 세심한 주의를 해야 한다는 점이 두번째다.

안영재박사는 물칼제작상의 어려움을 이렇게 설명했다.

“4천기압의 고압발생장치를 만드는 작업은 매우 힘들었다. 또 사파이어를 재료로 사용하는 노즐장치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특히 관(管)모양을 만드는데 애를 먹었다. 고압수를 통과시키는 관(管)이 휘기 일쑤였다.”

앞으로 광산의 착암기, 콘크리트구조의 해체작업, 수술을 위한 인체의 뼈 절단 등에 활용이 기대되는 물칼의 수입가격은 대당 7만 달러 이상.
 

워터제트로 절단한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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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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