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씨병 극복사(史)가 제 3기를 맞고 있다. 엘-도파에 의한 1기, 시상절제술에 의한 제2기에 이어…
난치병의 하나로 알려있는 파킨슨씨병 환자를 치료하는 수술이 최근 잇따라 시도되고 있다. 자기부신피질 이식술로 알려진 조직이식술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가톨릭의대 신경외과 최창락교수팀과 연세대의대 신경외과 정상섭교수팀에 의해 각각 수행된 것.
아직 수술의 효과를 판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대체로 성공적"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얘기다.
파킨슨씨병은 중뇌의 일부인 흑질부가 세포퇴화되면서 발생하는 중추신경계의 퇴행성 질환이다. 그런데 흑질부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생성하는 곳이므로 파킨슨씨병에 걸리면 도파민 생성의 감소가 일어나게 된다.
이처럼 병의 생리는 밝혀져 있지만 아직 원인은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주로 유전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할 따름이다.
파킨슨씨병의 3대증상은 손발이 떨리는 증상, 근육경직, 움직임이 느릿해지는 증상인데, 그중 운동장애가 가장 먼저 찾아온다.
이밖에도 발음장애를 느끼고, 동작의 점진적인 마비를 일으키다가 마침내는 죽음에 이른다.
병의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으므로 파킨슨씨병의 근본치료는 아직 불가능한 실정이다. 다만 파킨슨씨병은 도파민의 감소를 초래하므로 외부에서 도파민을 공급하는 방법이 현재까지 개발된 치료법. 이를테면 단지 증상을 줄여주는 대증(對症)치료가 전부였던 셈이다.
그래서 도파민을 주성분으로 하는 약제인 엘-도파가 파킨슨씨병의 '전담약'으로 쓰여 왔다. 물론 엘-도파는 복용초기에 상당한 약효를 낸다.
그러나 대다수의 약이 그렇듯이 엘-도파도 장기간 사용하면 심한 부작용을 일으킨다. 즉 팔다리의 무의식적인 운동과 약물반응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는 현상, 정신질환증상 초래 등으로 약물요법의 지속을 어렵게 하는 것이다.
이식거부반응이 적어
약물이 안되면 결국은 수술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이같은 요구로 시도된 것이 시상절제술인데, 이는 시상핵에 전극을 삽입, 증상을 일으키는 조직을 아예 파괴하는 수술이다. 그런데 이 수술은 뇌세포를 죽이는 위험부담이 큰 수술이고, 증상이 좌우 양쪽에 나타나는 환자는 두번 수술을 해야하며, 운동장애는 여전히 남게 된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따라 파킨슨씨병 치료를 위한 수술법의 개발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마침내 자가부신수질이식법을 출현시켰다.
이 수술은 결국 장기를 이식하는 것이므로 이식거부반응의 유무가 중요한 관건이 된다. 그런데 다행히도 인간의 뇌는 면역학적으로 특별한 장기이기 때문에 이식에 따른 생체조직의 거부 반응은 별로 없다. 즉 다른 장기를 떼서 옮기는 과정이 비교적 순조롭다는 것.
그래서 학자들은 우선 도파민 분비세포를 함유하는 부신수질 및 태아의 뇌조직을 파킨슨씨 증후군을 나타내는 실험동물에 이식해 보았는데 증상이 호전되는 결과를 얻어냈다.
이에 고무된 스웨덴의 의사'백런드'씨는 1982년 세계 최초로 파킨슨씨병 환자에게 자가부신수질이식수술을 성공리에 수행했다. 이어 멕시코 중국 미국 등에서 수행한 이식술은 좋은 성과를 얻었고 그 결과 부신수질이식술은 파킨슨씨병 환자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최근 국내에서 자신의 부신수질을 미상핵에 이식받은 환자들은 괄목할만한 회복을 얻고 있으나, 손발이 떨리는 증상이 호전되지 않은 환자도 있다.
자가부신수질이식법이 파킨슨씨병의 치료에 획기적인 방법이기는 하지만 모든 파킨슨씨병 환자에 시술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연세대 신경외과의 한 관계자는 "엘-도파에 의한 약물부작용이 심한 환자, 50세 미만의 나이로 치매상태가 없는 환자, 부신이 양쪽에 다 있으며 부신질환이 없는 환자가 수술에 적합하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