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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스포츠. 한때는 서로 어색한 단어였다. 하지만 요즘에 와서는 공생공존의 대상이다.

음악이나 미술의 이론과 마찬가지로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다양하게 향유하는 스포츠에도 스포츠이론이 있다. 스포츠이론은 흔히 우리가 보는 경기나 무용의 있는 그대로를 해석 또는 설명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현재의 상태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과 평과를 통해 기록이나 성적을 갱신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보다 강조된다. 뿐만 아니라, 예를 들어 인체의 능력에 대한 광범위한 정보를 종합, 사람이 1백m를 가장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시간 등에 대해 예견도 한다.

분석과 평가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하는 예견은 모든 과학이 추구하는 공통된 방법이며 목적이다. 스포츠이론을 단순히 이론이라고 하지 않고 스포츠과학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응용과학이자 동시에 종합과학

스포츠과학의 연구대상은 인간 그 자체이다.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과학 또는 과학적 사고나 방법은 서구세계에서 발아, 발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신적 사고의 중심이 인간보다는 자연에 있었던 동양의 사고방식과는 달리 서구의 과학은 인간을 중심으로 자연을 정복내지는 활용하는 방향으로 발전되어 왔다. 물리학이나 화학 그밖의 모든 자연에 관한 이론조차도 사람의 편의를 위해 또는 편의의 개선에 필요한 노력으로 집중되었고 발전되었다.

물체의 운동을 다루는 물리학, 물질의 구조를 분석하는 화학 또는 정신의 사유를 대상으로 하는 철학과 사회집단을 연구하는 사회학 등과 같이 일정한 연구대상 범위를 가지고 있는 다른 과학과는 달리 스포츠과학은 그 모든 과학의 발달을 이용하는 응용과학이다. 뿐만 아니라 다른 과학이 발전의 목적으로 삼고 있는 인간과 그 활동을 연구의 대상으로 하는 종합과학으로 인식되고 있다.

스포츠과학의 목적은 인간의 활동능력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는데 있다. 이것은 인체가 일정한 활동을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것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신체의 활동은 두뇌의 자동조절 장치에 의해 지극히 자율적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몸 전체를 흐르고 있는 혈액의 순환 속도, 호흡의 횟수 등 주요 기능들을 우리 내부의 조건 변화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뿐만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모든 환경, 사람들 사이의 관계 등에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다.

일례로 격심한 운동을 하고 나면 맥박이 크고 빠르게 뛴다. 하지만 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누군가와 심하게 다투거나 끔찍한 사건을 보기만 해도 그와 비슷한 현상을 느낄 수 있다.

농구선수가 어떤 시합에서는 거의 모든 슛을 골인시키지만 많은 관중이 큰 소리를 계속 지르는 시합과 같이 외부의 어떤 조건이 달라진 경기에서는 슛의 절반도 골인이 안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것은 신체의 활동이 보다 많은 양의 연습이나 천부적인 재질만으로 최대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경기력 향상 또는 신체활동을 가장 효율적으로 발휘하게 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스포츠과학이 철학이나 사회학 등의 인문사회과학과 물리학이나 화학 등의 자연 과학 모두를 응용한 종합과학으로서 성립된 것은 바로 그러한 배경으로부터 기인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도쿄올림픽 후 태동

우리나라에서 스포츠과학이 처음 도입된 시기는 1964년 도쿄올림픽대회 이후로 보고 있다. 손기정선수 이래 마라톤에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던 체육지도자들은 도쿄올림픽에서 나타난 저조한 기록에 큰 충격을 받았다. 특히 과학적 훈련을 받았던 외국 선수들의 현저한 기록향상에 자극되었다. 그래서 오직 경험에 의존했던 구태를 벗고 과학적 방법을 사용하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오늘날에는 선수의 발굴로부터 훈련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이 과학의 힘을 빌리고 있다. 또 심리학의 기법을 이용한 정신력 배양과 난관 극복 등 경기력 향상 뿐만 아니라 신체 발달의 교육적 측면과 일반인의 건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스포츠과학이 적용되고 있다.

미국 국가대표 여자 달리기 선수인 '메리데커'의 훈련 코치도 생리학박사이다. 그 외 세계의 저명한 모든 선수들 혹은 팀의 훈련지도자가 스포츠과학을 체계적으로 공부한 박사나 그에 준하는 전문가라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흔히 스포츠맨십으로 인식하고 있는 경기에서의 페어플레이 정신, 스포츠를 행하면서 이루어질 수 있는 사유의 변화, 스포츠의 도덕적 가치 및 예술적 탐구 등이 스포츠철학의 주요 연구과제가 될 수 있다.

"기록을 향상시킬 수만 있다면 또는 경기에서 이길 수만 있다면 약물을 사용해서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와 같이 과학의 발전이 낳은 또다른 기회에 대해 선택의 기준을 제시해야만 한다.

똑같이 건강한 삶을 원했으면서도 어떤 시대에서는 신체의 활발한 활동을 사회적 규범으로 막기도 했다. 또 정신적 수양을 전혀 무시한 채 신체의 단련만을 시키는 과도한 경쟁이 사회적으로 용인되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발생되는 문제들에 대한 접근과 해결방안 제시를 스포츠과학이 담당하고 있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과 피아노를 만드는 일이 확연히 분리되어 있듯이 실제로 경기를 하는 선수와 선수의 신체활동을 효과적으로 수행시키기 위한 제반 정보의 수집과 분석을 담당하는 과학은 경기기록이나 성적이 향상되면 될수록 또한 과학적 방법이 발전되면 될수록 전문화되어 분리된다.
 

스포츠과학의 대상·목적
 

접목을 통해 발전한다

경기에 임하는 사람이 정규선수이건 취미로 참가하는 일반인이건 경기는 경쟁을 전제로 이루어진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신체활동을 목표에 접근시키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게된다.

그러나 경기에 임하는 사람 개개인이 자기 신체의 세포구성으로부터 에너지 대사능력 정신력의 집중방법에 이르기까지 경기에 영향을 주는 모든 변수들을 스스로 분석하고 그때그때의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시키게 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설령 가능하더라도 이미 늦을 정도의 오랜 시간이 지난 후이다.

많은 사람들의 경험과 다른 분야의 발달된 과학을 도입, 보다 효율적인 방법을 체계화시키는 것은 과학의 임무이다. 생물학이나 의학 또는 역학 등에서 이룩한 업적과 스포츠현장에서 쌓인 수많은 실패의 경험이 운동생리학 운동역학 스포츠심리학 체육측정평가 등으로 과학화되고 있다.

이러한 과학적 이론을 학생 또는 선수들에게 교수시키고 학습하게 하는 스포츠교육학과 훈련방법이론, 코칭론 등도 또한 스포츠과학의 한 분야를 이룬다.

이 밖에도 스포츠역사 스포츠정치학 스포츠경영학 등도 있다. 물리화학과 같이 물리학과 화학의 접목에 의한 새로운 학문분야로의 발전이 응용과학인 스포츠과학에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노동에서 여가활용으로

문명을 발전시킨 직접적인 동기는 인간의 욕구 또는 필요이다. 수십명이 모여 했던 일이 기계공학의 발달로 단 한 사람의 몇가지 손동작으로 끝나기도 한다. 신체활동의 측면에서 볼 때 이러한 발전이 계속 진행되어 인간의 생활에 편의가 도모될수록 식물이 아닌 생물체로서의 인간에게는 그것에 상응하는 신체활동의 필요량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즉 인간이 생물체로서 혹은 건전하게 사유하는 인간으로서 존재하기 위하여 필요한 신체활동이 육체적 노동에서 여가 활용적 스포츠활동으로 바뀌게 되었다. 동시에 스포츠활동에 참여하는 시간이 증가되었다.

스포츠과학은 그동안 생산을 위해 바쳐졌던 학문적 노력의 양과 범위를 좁혀 나가는 동시에 그 자신의 영역을 확대시켜 나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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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김치조 학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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