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대륙의 3분의 1, 미국 면적과 맞먹는 사막 사하라. 그늘진 구석에는 2천여년전 활기있게 살던 주민의 그림이 남아있다.
사하라(Sahara ·아랍어로 황갈색의 공허를 뜻한다)는 아프리카 대륙 북부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광대한 거치른 땅을 일컫는 총칭이다. 미국의 전체의 넓이와 맞먹는 이 사막은 최근 약 20년 사이에 건조화가 더욱 심해져 남으로 확대되어 가고 있다.
|벌거벗은 지구의 모습
사하라의 남쪽 변두리 일대를 '사헤르'(Saher·원래는 윤택한 농경문화를 이루던 녹색지대를 뜻하던 것이나 지금은 극심한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지대란 뜻)지대라 한다. 그 '사헤르'지대의 우물은 지금 태반이 말라버려 가축을 잃은 유목민들이 기아선상에서 방황하고 있다.
필자가 사헤르지대를 최후로 방문했던것은 6년전의 일이다. 그때도 야윈 소떼를 이끄는 유목민이 뜨거운 바람이 숨막히게 불어오는 들판을 물을 찾아 이동하고 있는 광경을 곳곳에서 볼수 있었다. 뙤약볕이 내리 쬐는 지평선 저 멀리로 사라져가는 그 광경에서 살아있다는 사실의 처절함을 뼈속 깊이 느꼈다.
여기에 수록한 사진들은 사하라 중앙부의 극한까지 말라들어간 벌거벗은 지구촌의 모습이다.
사헤르를 들판에 불길이 사납게 번져가고 있는 요원(燎原)에 비유한다면 사하라 중앙부의 경관은 삶과 죽음의 두극이 이미 끝난 어이없는 침묵의 세계라 할 수 있다.
'알제리'남부에는 '아하가르'고원(ahaggar plateau)이라는 지대가 있다. 그 곳에슨 태고에 있었던 격렬한 물의 침식으로 이루어진 기괴한 산괴(山傀)가 여기 저기에 있다. 그 경관은 사원의 탑을 생각나게 하는 줄이어선 돌기둥이기도 하고 동물의 창자를 늘어놓은 것 같은 괴기한 바위들 모양으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생명의 눈(芽)이 싹틀수 있는 지구의 부드러운 표피는 먼 옛날에 흩날려 가버리고 없다. 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찌르는 것 같은 햇빛 뿐이다.
|아름다운 인간의 흔적이…
그러나 바위그늘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면 바깥 경관과는 전혀 다른, 더할 수 없이 아름다운 인간의 흔적이 남아있다.
먼옛날 이 땅이 초록색으로 덮여있던 무렵에 그려진 수많은 그림이 그것이다. 사람들은 바위 그늘에서 살다가 건조가 진전되어 이땅을 떠난 약 2천년전까지의 6천여년간에 걸쳐 그들의 생활을 기록하고 남겼던 것이다. 그 그림은 허리도롱이를 걸친 춤추는 흑인이기도 하고 강을 건너가고 있는 카누이기도하고 들판을무리지어 달리고 있는 소떼이기도 하다. 녹색이 풍부하던 시대의 모습이 뛰어난 솜씨로 그려져 있기도 하지만 환경악화와 함께 기법도 쇠퇴하여 낙타 그림 같은 것은 요즘 어린이의 낙서 정도로 치졸하다.
사람과 토지의 그런 수천년 단위의 관계가 지금은 움직이는 낌새조차 없는 죽음의 대지 한가운데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것이다. 사막은 이렇게 불가사의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