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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사연을 담은 편지 운석(隕石)의 비밀을 벗긴다

경이롭고 비밀스러운 존재였던 '우리의 별똥'은 태양계의 진화를 밝히는 하나의 열쇠이기도 하다.

중국의 삼국지대를 다룬 역사소설인 삼국지에 보면, 촉나라의 군사(軍師) 제갈공명이 어느날 밤 큰 별이 형주땅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형주성을 지키고 있던 관우장군이 손권에잡혀 화를 입었음을 예측한 대목이 나온다."

고대에는 신성한 존재로

인류가 돌이 하늘에서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언제부터 일까?

기록으로 전해 내려오는 가장 오래된것은 구약성서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요슈아 제10장 11절에는 요슈아가 가나안의 고대인을 정복했을 때 하늘로부터 많은 돌이 적군 머리위로 떨어져 수많은 적이 죽었다는 기록이 있다.

역사서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랜된 것은 BC 652년에 로마 부근에 운석의 낙하가 있었다는 기록이다. 동양에서는 중국에서 BC 616년에 목격된 기록이 가장 오랜된 것이다.

고대 인류에게 하늘로부터 돌이 낙하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때로는 굉장한 폭음이나 빛을 냈기 때문에 놀라움은 더욱 컸을 것이다. 따라서 이 놀람은 고대인으로 하여금 운석에 대해서 어떤 신비함을 느끼게 했다. 심지어는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하였다.

이러한 것은 많은 전설로부터도 알 수 있다. BC 204년에 소아시아 '프리기아'시로부터 옮겨진 운석은 BC 약 700년 전에 낙하한 것이다. 이 운석은 당시 프리기아시의 사람들에 의해 신으로 모셔졌다.

이외에도 유명한 이슬람교의 보물의 하나가 운석이었다. 또 고대 트로이인들은 운석을 적의 침공을 막는 수호신으로 믿고 있었다. 아메리카 인디언도 운석을 신격화했던 모양이다. 그 증거를 들어보자. 미국 오하이주에는 폐허가 된 인디언의 제단이 있는데 거기서 잘 모셔진 운석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보아 고대인들은 운석을 보물이나 신의 일종으로 숭배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일은 고대뿐만아니라 근대에 들어와서도 있었다. 15세기에 독일 알자스지방에 낙하한 운석은 교회에 옮겨져 안치되고 많은 사람에 의해 숭배되었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1851년 미야끼현에 떨어진 운석을 절로 옮기고 신격화했다. 특히 마을 사람들은 누에를 기르는데 영감이 있다고 하여 운석 파편을 소중히 간직했다.

운석이 불가사의한 신비의 돌이라는 미신적인 추앙으로부터 벗어난 것은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다. 운석이 지구 이외의 우주공간으로부터 낙하한 물질이라고 믿고 과학적으로 고찰ㆍ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2백년 전의 일이다.

1772년 프랑스의 라보아제가 '루세'에 떨어진 돌을 과학적으로 조사하여 지표의 것이었다고 보고하였다. 또 1794년에는 독일의 '그라드'에 의해 파라스 운철의 연구가 이루어졌다. 이 보고서에서는 운석이 지표의 물질이 아님을 밝히고 있다.

운석이 지구권 밖에서 온 물질이라는 결정적인 증거는 1803년 4월 프랑스에서 포착되었다. 그때 파리 근교의 '루에그르'에 대규모의 유성우가 내렸는데 프랑스 이과대학에서 이에 대한 과학적인 조사연구를 한 결과, 지구밖 물질임이 확인되었다. 그후 1807년에는 미국의 코네티컷주 웨스턴에 이와 비슷한 운석비가 낙하했다. 이로부터 운석에 대한 지구과학적 연구가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하루 1천~1만톤에 이르는 우주진(塵)

운석이 낙하할 때의 상황은 여러가지로 표현되고 있다. 공통된 점으로서는 벼락이 떨어질때 또는 대포을 쏘았을 때와 같은 폭음이 난다는 것이다. 때로는 번개나 태양보다 밝은 빛을 내면서 낙하한다. 낙하하는 운석의 크고 작음에 따라서도 발(發)하는 소리나 빛의 규모가 다르다. 어떤 경우는 전연 소리나 빛을 내지 않고 돌연히 인가의 지붕 등에 낙하한다.

폭음과 같은 큰 소리가 나는 이유는 왜일까? 이는 마치 제트 비행기가 때때로 일으키는 충격음과 같은 것이다. 또는 운석이 대기중에서 파열할 때 일으키는 소리로 생각된다.

빛이나 연기를 내는 이유는 이렇다. 운석이 대기중에 돌입하여 비행 낙하할 때 대기와의 마찰에 의해 운석 표면이 고온으로 되어 표면이 타기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으로 생각된다.

대부분의 운석은 겉 모습이 둥글다. 표면은 녹았거나 겉 부분에 검은 껍질이 덮고 있다. 탄 자죽이 보이기도 한다.

최근에는 정보 교환이 쉽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동일한 운석의 낙하 현상을 지표 각지에서 따로 관찰한 후 자료를 한데 모을 수 있다. 이로부터 운석의 비행 궤적의 결정이나 비행 속도의 계산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낙하 현상중 가장 정확한 관측이 이루어진 것은 우연한 기회 때문이었다. 1959년 봄 체코슬로바키아의 온드료프 천문대에서 유성의 연구를 위해서 천체 사진을 찍고 있을 때 우연히도 프리프럼 운석의 낙하가 있었다. 이 낙하 모습이 유성 사진용의 카메라에 아주 선명하게 찍혔기 때문에 속도와 방향 등을 정확히 결정할 수가 있었다.

우연한 관측 결과로 궤도의 모양등이 계산 되었다. 운석의 궤도는 소행성 정도의 궤도였다. 태양에서 제일 멀어질 때가 화성과 목성의 중간정도였다. 그리고 태양에 제일 가까울 때는 수성보다 밖이고 지구보다 안쪽이었다. 지구의 궤도와 교차하듯이 들어오는 운석은 우연하게 지구권으로 들어오게 됨을 알게 되었다.

운석은 많은 경우 한개 또는 두세개씩 떨어지지만 때로는 소나기가 쏟아지듯이 한꺼번에 많이 떨어질 때도 있다. 이것을 유성우(流星雨)라고 부른다.

운석은 끊임없이 우주 공간으로부터 지구에 낙하하고 있지만 지표면에 도달하는 것은 대부분이 매우 미립(微粒)이어서 우주진(宇宙塵)이라고 불리운다. 그런데 그 낙하량은 하루에 약 1천톤에서 1만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맨하탄만한 운석 크레이터도 있어

지구를 향해 떨어지는 운석이 전부 지표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다. 대기중에서 증발 또는 연소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거대한 운석이 낙하하여 지표면에 커다란 웅덩이를 만들어 놓는다. 마치 화산의 화구 모양의 지형을 이루는데 이것을 운석 크레이터(Crater) 또는 운석공이라고 부르고 있다. 운석 크레이터는 세계에서 30개소 이상이 알려져 있다. 그중 미국 아리조나주의 '캐년다이블로'운석 크레이터가 유명하다.

거대한 운석이 지표에 낙하ㆍ충돌하면 그 충격에 의해 매우 높은 압력과 온도가 발생할 것이다. 독일의 라이스 운석 크레이터의 조사 연구에 의하면 크레이터의 붕심부에서 제일 높은 압력과 온도가 발생했다고 한다. 그때의 압력은 약 5천~1만Kb, 온도는 1만~3만℃에 달하는 초고온 고압이었다.

따라서 이러한 운석 크레이터에는 지구표면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게 있을 수 있다. 초고온고압하에서 안정한 광물이 생성되어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다이아몬드라든가 석영(SiO₂)의 초고온고압상(狀)인 코에사이트 또는 스티쇼바이트 등이다.

이러한 초고온 고압 광물에 관한 실험 연구는 최근 지구과학 분야나 재료과학 분야에서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초고온 고압하에서 광물의 합성실험을 함으로써 상(常)온상압하에서는 만들어지지 않는 새로운 성질을 갖는 광물을 합성할 수 있다. 또 이것을 인류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재료로 이용할 수 있기에 커다란 매력이 있는 것이다.

흔히 '초고압하의 세계는 상식에서 벗어난 미지의 세계이다'라는 말을 한다. 예컨대 자연의 고압장치라고 일컬어지고 있는 목성의 내부에서는 수소가 금속화되어 있는 것으로 추종되고 있다.

6월 오후 3시에 가장 많이 떨어져

운석은 끊임없이 지구에 낙하하고 있지만 계절에 따라 또는 시간대에 따라 낙하빈도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표1)은 1800 년에서 1960년 사이에 1년 동안의 각 월별 낙하 빈도를 평균하여 나타낸 그림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운석의 낙하 빈도가 제일 큰 달은 6월이며 다음으로는 5월과 4월이다. 반면 제일 작은달은 3월이다.
 

(표1) 운석의 1 년중 월별 낙하빈도
 

월별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잘 알려져있지 않다. 단지 그 이유중의 하나로 추정되고 있는것이 있다. 관측이 주로 지구 북반구에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계절의 영향이 큰 것으로 생각된다. 즉 북반구에서는 운석의 낙하를 관찰하는데 겨울보다는 여름이 더 용이하고 적합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그런데 하루중에는 어느 시간대에 운석의 낙하량이 많을까? (표2)는 하루 24시간중 각 시간대에 있어서의 운석의 낙하 빈도를 나타낸 것이다. 이 그래프 의하면 낙하 빈도가 제일 큰 때는 오후 3시이고 그 다음은 12시이다.그리고 제일 작은 때는 오전 3시이다.
 

(표2) 시간대별로 알아본 운석의 낙하빈도


이와같은 운석의 낙하량과 시간대와의 관계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표3)은 이러한 현상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유성체는 약 12~72㎞/초의 속도로 지구대기로 돌입하는데 자정 전보다는 자정 후에 더 많이 나타난다.

유성은 태양계에 속해 있다. 그러므로 지구의 궤도안에서의 유성의 속도는 태양계의 이탈(離脱)속도(42㎞/초)를 넘을 수는 없다. 따라서 자정이 되기 전에는 지구 속도(30㎞/초)보다 더 빨리 움직이는 유성체만이 지구를 뒤따라 와서 잡을수 있다. 하지만 자정이 지난 후부터는 지구가 지구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유성체를 따라가서 잡게 된다.
 

(표3) 유성의 속도와 유성이 나타나는 빈도


운석은 니켈과 철과 규산염으로 이뤄진다.

운석은 주로 니켈(Ni)과 철(Fe)의 합금인 금속상과 감람석, 휘석, 사장석 등의 규산염 광물로 되어 있다. 운석중에서 금속상과 규산염 광물이 점하는 비율에 따라 크게 다음 세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철운석 : 주로 니켈과 철 합금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
석철운석 : 니켈과 철 합금과 규산염 광물이 거의 비슷한 양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
석질운석 : 주로 규산염 광물로 구성되어 있는 것.

그런데 석질운석은 콘드률이라고 불리우는 직경 수 ㎜의 둥근 입자를 함유하는 것과 함유하지 않는 것, 두 종류로 나뉜다. 콘드률은 미립(微粒)으로 주로 감람석과 휘석을 포함하고 있다. 또 콘드률을 함유하는 것을 콘드라이트, 함유하지 않는 것을 에이콘드라이트라고한다. 에이콘드라이트는 지구상의 현무암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현무암질 에이콘드라이트라고도 불리운다.

운석은 원시태양계를 담고 있다

최근 운석의 연구는 지구과학 분야와 우주과학 분야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또한 관심도가 크게 높아가고 있다. 그것은 운석이 원시 태양계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그대로 오늘날까지 간직하고 있는 시원(始原)적인 행성 물질이라고 생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운석은 가스나 먼지로부터 이루어진 원시 태양계 성운중에서 행성이 성장해온 약 46억년 전의 일들을 현재까지 간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모천체(母天体)내에서 일어났던 화성 작용(火成作用)이나 변성작용(變成作用)을 해명하는데도 매우 중요하다.

지구는 태양계의 일원으로 46억년전쯤에 태어났지만 오랜 기간동안 복잡하게 많이 진화해왔기 때문에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다. 따라서 지구의 기원이나 진화 과정을 밝히는데 있어서도 운석의 연구가 가장 지름길이 된다고 생각되고 있다.

그런데 방금 분류된 철운석, 석철운석, 콘드라이트, 에이콘드라이트는 이러한 연구를 하는데 똑 같이 중요한 것일까? 그리고 이들 운석중 가장 시원적인 것은 어느 것일까?

지구상으로 낙하가 목격된 운석중 6%는 철운석, 2%는 석철운석, 8%는 에이콘드라이트이다. 나머지는 콘드라이트인데 84%라는 대다수를 점하고 있다. 즉 우주에 있어서의 그 존재도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콘드라이트의 주요한 비휘발성 성분인 규소, 마그네슘, 철, 알루미늄 등의 함유량은 거의 일정하다. 또 태양 대기의 그것과 잘 일치하고 있다.

철운석, 석철운석, 에이콘드라이트는 풍부하고 오래된 콘드라이트 같은 물질로부터 2차적인 과정을 거쳐 분화ㆍ형성 되었다고 생각되고 있다. 그리고 콘드라이트만이 가지고 있는콘드률이라는 기묘한 구조는 지구상의 어떤 암석에도 알려져 있지 않다. 따라서 이러한 기묘한 구조는 지구상에서는 없었던 독특한 과정을 거쳐서 생긴 것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콘드라이트의 특징들은 콘드라이트가 가장 시원(始原)적인 물질임을 강하게 증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운석의 생성 원인, 나아가서 행성의 생성 원인을 연구하는데도 콘드라이트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다른 세종류의 운석은 2차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불과하다.

원시 태양 성운으로부터 우주진(塵)이 집적 고결(固結)할 때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콘드라이트의 연구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우주진이 고결 성장하여 모(母)천체를 형성한 후 그 내부에서 여러가지 변화가 일어났던 때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철운석이나 에이콘드라이드의 연구가 중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남극에서 발견된 운석들이 연구를 촉진해

운석의 연구를 위해서는 연구 대상물인 여러 종류의 많은 운석이 필요하다. 그러나 전 역사시대를 통해서 발견된 수는 전세계에서 1천5백개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약 20년 사이에 세계의 운석학자와 우주과학자를 놀라게하고 즐겁게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것은 1969년 일본의 남극대륙 관측대에 의해 남극대륙 동북부 산맥에서 한꺼번에 9개의운석이 발견된 것이다. 이후 그곳에서는 매년 대량의 운석이 발견되고 있다. 그 결과 현재일본은 약 6천개의 운석을, 미국은 약 2천개의 운석을 보유하게 되었다.

주로 남극에서 발견된 운석들이 현재 세계 각국의 관련 학자들에게 제공되었다. 그에 따라 개인적으로 또는 공동으로 연구가 이루어지게 되었으며, 운석 연구는 획기적인 발전을보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1988년 2월 17일 남극대륙의 킹 조지섬에 세종기지가 건설되으로써 운석연구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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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이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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