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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의 모든 것을 한눈에 영일만의 장기갑 등대박물관

광파·음파·전파표지 등 각종의 등대관련 설비들이 연대순으로 진열돼 있다.

우리나라에 등대(燈臺)가 처음 설치된 것은 1903년이었다. 이해 6월 인천 앞바다에 월미도등대가 최초로 등장했고, 그로부터 6개월후인 12월에는 경북영일만의 대보리에 장기갑등대(일명 대보등대)가 두번째로 세워졌다. 이 장기갑등대는 85년의 역사를 지녔을 뿐 아니라 등대높이가 26.4m로 우리나라 등대중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프랑스인이 설계하고 중국인 기술자가 벽돌로만 쌓아 건립한 장기갑등대는 선박의 출입이 잦은 영일만의 돌출부에 위치해 있어 특히 주목을 받기도 한다. 등대가 선 지점은 한반도를 호랑이형상으로 비유할 때 꼬리에 해당하는 곳이다. (일부에서는 토끼꼬리라고도 함).

관광지로 발돋움하는 최초의 등대박물관

이처럼 장기갑등대는 그 자체로서 역사적인 의의가 있고, 최고높이의 등대이며, 지형적으로도 특징이 있어 1982년에는 지방문화재로 지정되기에 이르렀다. 또 1985년에는 장기갑등대 바로 옆에 국내최초의 등대박물관을 세워 이 일대를 등대관광지로 만들었다. 등대의 발달사 및 각종의 등대관련자료를 전시, 국민해양의식의 고취를 목적으로 개관된 등대박물관은 연면적 3백44㎡에 1백60종 7백10점의 전시물을 구비하고 있다.

전시물은 주로 광파표지 음파표지 전파표지 등의 각종 항로표지와 이들의 부품 및 공작기구, 그리고 등대관련책이나 사진들이다.

항로표지란 육상에서의 교통신호와 같은 기능을 하는 것으로 선박교통의 안전과 경제적인 항로선정을 위한 항행보조시설을 총칭하는 말. 신호방법에 따라 광파 음파 전파 특수신호 등이 있다. 낮에는 모양과 색채로, 밤에는 불빛색깔과 밝기와 깜박이는 시간차로 신호소의 위치를 알리게 되며 안개와 눈보라가 있을 때에는 사이렌 등으로 뱃길을 알린다. 또 육지에서 먼곳을 항해하는 선박은 전파통신을 이용하고 있다.

먼저 광파표지(光波標識)부터 살펴보자. 일반인들이 흔히 알고 있는 등대는 광파표지의 대표적인 시설인 동시에 유인등대의 경우 음파와 전파신호도 함께 다루고 있다. 등주(燈柱)는 무인등대와 비슷하나 등탑시설이 간단하여 주로 야간에만 이용하는 간이시설이다. 등선(燈船)은 바다의 위험한 곳을 알리기 위한 시설로 등탑시설이 어려울때 배위에 등대시설을해 고정배치하는 시설을 말한다. 또 등표(燈標)는 바다에 띄워 고정시설하는 등대로 암초 등 위험장소를 표시하는 시설이고, 항로의 폭이나 위험한 항해금지구역 등을 표시하는 유도기능을 갖고 수중에 떠있는 것이 등부표(燈浮標)다.

이밖에도 전등(前燈)과 후등(後燈)이 한조가 되어 좁은 수로를 안전하게 유도하는 도등(導燈), 일정한 부분만 조명하여 위험한 곳을 미리 알리는 부등(副燈), 규격등대를 설치하기까지 표지기능을 발휘하는 간이시설인 임시등, 가등 등이 있다.

박물관에는 위에 언급한 광파표지들이 초창기의 것부터 최근 사용되는 것에 이르기까지 연대순으로 진열돼 있다. 1910년대에는 석유등으로 광파신호를 보냈는데, 볼록렌즈를 부착해 30리 밖까지 빛이 도달하도록 만든 것도 있다. 무인등대용의 등명기(등대불)를 보면 1930년대에는 가스, 50년대는 배터리를 사용, 24시간 켜놓았으나 70년대 후반에는 태양전지로 교체돼 날이 어두워지면 저절로 켜지고 밝으면 꺼지게끔 돼있다.
 

유인등대용의 동명기들과 1930년대에 가스로 점화, 렌즈에 반사시킨 동명장치


음향신호와 전파신호 시설들

음파표지(音波標識)는 흔히 무신호(霧信号)라고 부르는데, 안개 폭우 폭설 등으로 시계가 불량할 때 주로 이용된다. 에어사이렌은 공기를 압축시켜 높은 압력을 만들어 순간적으로 분출, 사이렌을 회전시킴으로써 소리를 내는 장치이고, 모터사이렌은 전동기를 이용해 사이렌을 취명시키는 장치이다.

무종(霧鍾)은 가스의 압력이나 기계장치로 타종하는 시설인데, 50년대까지 사용됐고 요즘은 사이렌이나 나팔로 대치됐다. 무종을 난타하면 이 소리를 듣고 배가 따라오게 된다는 것.

이밖에도 다이아폰이나 다이아후렘혼 경적 타종부표등도 음파표지의 일종이다. 음파표지중 사이렌류나 다이아폰 등은 발신음의 주기에 따라 신호소의 위치를 식별하게 된다. 그러나 음향신호는 대기의 상황 및 지세 등에 따라 신호 미치는 거리가 달라질 수 있으며, 전파매질에 따라 굴절되거나 반사되므로 측정에 주의해야 한다.

가장 과학적인 항로표지가 바로 전파표지(電波標識). 이는 전파의 특성을 이용하여 일정한 신호를 발하는 장치로 원거리에서의 이용이 용이하고 정확도가 높은 시설이다. 악천후로 시계가 불량하거나 연안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항해하는 선박에 유용하다.

전파표지의 종류에는 무선표지국(Radio Beacon) 로오런국(Loran) 덱카국(Decca) 오메가국(Omega) 등이 있다. 무선표지국은 선박이 방위를 측정하게 하기 위하여 일정한 전파를 발생하는 것으로 전파형식에 따라 무지향성식, 무선방향탐지, 회전식 등 여러 종류가 있다.

로오런국은 선박이 로오런 수신기로 측정하여 선위를 결정하는 장치. 육상에 2국1조의 송신소를 설치하여 일정한 전파를 발신하면 선박에서는 전파의 도달시간차에 의해 선위(船位)를 구하는 것으로 유효거리는 7백~1천4백마일 정도다.

등대박물관은 8각형의 2층건물인데, 1층에는 각종의 항로표지들과 이들의 부속품이 진열돼 있고, 2층에는 캐나다 영국 브라질 독일 프랑스 등 세계 각국의 등대사진과 관련서적들이 전시돼 있다. 또 2층에 올라가면 영일만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오므로 훌륭한 전망대구실까지 겸하고 있다.

이치신등대박물관장에 의하면 하루에 4백명 정도의 관람객들이 찾아오는데 관광버스를 타고 오는 단체관광객이 많고 최근에는 자가용을 타고 개인적으로 찾아오는 관람객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수학여행코스로 택해 단체관람하는 학생들도 많고 일반인단체관광객도 적지 않다는 것.

장기갑등대박물관의 관람시간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인데, 11월에서 3월까지는 저력 5시에 닫는다. 휴관일은 1월 1,2,3일과 공휴일 다음날이며 입장요금은 어른이 1백원, 군인ㆍ청소년이 70원, 어린이는 50원이다. 단체입장객에 대해서는 각각 70원 50원 30원으로 할인도 해주고 있다.

한편 등대박물관과 이웃해 있는 장기갑등대도 관리자의 허락을 얻으면 내부에 들어가볼 수 있다. 26.4m의 등대는 나선형의 내부 계단을 통해 정상부까지 오를 수 있다. 등대의 꼭대기에는 등명기가 설치돼 있는데 1천W의 전구를 확대경으로 확대시켜 30만촉광의 빛을 약39㎞까지 보내고 있다. 또 이 등명기는 12초만에 1회전한다고 한다.

장기갑등대와 등대박물관을 가려면 포항시에서 구룡포를 거쳐 대보리까지 가면 된다. 이곳은 등대에 관한 지식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지형상 특수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영일만과 그 돌출지점의 끝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영일만 일대의 각종 등대관련시설을 보여주는 모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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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김광해 기자
  • 황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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