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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미생물과 세포를 수집·보존·보급한다 유전자은행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미생물도 요즘은 휼륭한 산업자원

미생물 검사 실험실


흔히 자원 하면 눈에 띄는 것만을 생각하기 쉽다. 각종의 지하자원을 비롯해 수산자원 산림자원 등이 모두 그렇다. 그러나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지만 어느 자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유전자(遺傳子)자원. 세균이나 곰팡이 효모 방사선균 동식물세포 등이 그것이다.

이들 유전자 자원은 의약품의 개발이나 식품개발 또는 신물질합성 등에 필수적인 것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신비스런 존재이기도 하다.
 

이 유전자들도 하나의 자원인만큼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고도의 품질을 유지케 하고, 외국으로부터 2중3중으로 수입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물론 국내에서 새로운 자원을 개발해내는 것도 중요하다.
 

따라서 각국마다 유전자를 수집, 관리, 제공하는 시스팀을 국가적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배경에서 우리나라에도 지난 4월 유전자은행이 설립돼 이제 본격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중이다.
 

KAIST 유전공학센터내에 설립된 유전자은행은 5천6백주의 각종 미생물을 확보한 미생물은행과 57종의 동식물세포를 갖춘 세포은행 그리고 DNA RNA 등 2천2백주를 확보한 핵산은행으로 나눌 수 있다. 이밖에 유전정보를 해석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등 유전공학관련정보를 관장하는 정보은행도 있다.
 

유전자은행의 업무는 우선 각종 유전자의 수집으로부터 비롯된다. 연간 6백주 정도의 유전자를 외국기관으로부터 구입하고 때로는 교환을 하기도 한다. 또 자체연구를 통해 자연계로부터 미생물을 분리해내기도 한다. 이때 미생물은 아무것이나 모으는게 아니다. 쉽게 말해 족보가 확실한 것들을 특성별로 분류, 수집한다. 예를 들어 아미노산을 발효시키는 미생물, 핵산발효미생물, 항생물질생산미생물 등으로 특성에 따라 분류되는 것이다.
 

동식물세포의 경우는 주로 인체세포를 많이 수집하고 있다. 사람의 적혈구라든가 간암세포 등이 그것.
 

여러 경로로 수집, 분류된 유전자들은 보관을 잘 해야만 한다. 유전자의 보관은 첫째 섭씨 영하 1백96도의 액체질소탱크속에 보관하는 동결보존법, 둘째 글리세롤 10%를 첨가한 배지에 배양, 영하 80도의 상태로 보존하거나, 세째 적당한 배지에서 배양해 진공상태에서 동결건조시킨 후 유리관 안에 넣어 보존하는 방식 등으로 이루어진다.

 

●―1마리에 1~2만원씩 보급
 

유전자는 대게 1종당 10주씩 보존하되, 이용자에게 분양을 하게 되면 증식시켜 이숫자를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유전자은행의 이용실적을 보면 87년의 경우 모두 4백81주가 분양됐는데, 대학이 40%, 연구소 30%, 일반기업체 30%의 비율로 이용했다. 또 유전자의 보급가격은 균주 1마리에 대학이나 연구소에는 1만원, 일반기업체에는 2만으로 돼있는데 이는 외국에서 사올 때의 8~9만원보다 훨씬 싼값이라는 게 유전자은행측의 설명이다.
 

유전자은행의 사업과 과련해 중요하고도 시급한 일은 우리나라가 세계공인기탁기관이 되는 것 유전자은행의 박용하박사에 의하면 미생물의 물질특허를 다룬 부다페스트조약에 의해 세계 19개국이 공인기탁기관으로 지정됐는데, 이 분야에 관한 물질특허권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반드시 공인기탁기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미생물에 관한 물질특허를 받으려면 세계 어느 곳이든 한군데의 공인기탁기관을 통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미국이나 일본 등에 기탁을 해야만 가능한 실정이다. 이는 우리가 개발한 자원을 남의 나라에 맡겨서 특허권을 인정받는 것이므로 많은 불이익을 감수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가 세계공인기탁기관이 되기 위해서는 시설확충과 고급인력의 확보가 이루어져만 한다는 게 박용하박사의 진단이다. 앞으로 KAIST가 대덕연구단지로 이전하면 5백평규모의 P4(벽을 4개 거쳐서 들어가게끔 장치된 시설을 의미)수준의 유전자은행을 갖추게 돼 공인기탁기관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유전자의 관리업무는 고도의 전문기술이 요구된다. 미생물을 분리, 동정(同定)작업을 하는 미생물분류학자를 비롯해 고급인력이 필요한 것이다. 현재 KAIST의 유전자은행에는 3명의 박사와 6명의 석사급 연구원이 전담요원으로 일하고 있는 외에 2명의 박사가 겸직하고 있다. 이중에는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유치과학자도 있으며 활발한 학술활동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유전자은행은 설립한지 1년남짓 지났으나 실은 훨씬 이전부터 비슷한 업무를 수행해온 역사가 있다. 즉, 1971년 KIST의 생물공학부내에 균주수집소를 두어 각종의 균주를 보관해왔다. 그리고 85년 4월에는 세계균주보존연맹에 가입했으며, 86년 12월에는 세계정보은행에 가입하기도 했다.
 

유전자의 관리는 한마디로 국가적인 지원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고 하겠다. 당장 눈에 띄는 성과가 나타나기가 힘들고, 상업적으로도 불리한 실정이다. 비싼 미생물 균주를 도입해다가 싼값으로 국내이용자에게 보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외국의 유전자은행이 10~15만주의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1만주에도 미달되는 우리의 유전자 자원규모는 미약한 실정이다.
 

아뭏든 유전자를 효율적으로 수집하고 보존해서 이용하는 일은 생명공학 등의 과학기술이 발달할수록 더욱 중요시될 전망이다.

1988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정경택 기자
  • 황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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