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폐기협정으로 한가닥 희망이 보이기도 하지만…
군사비로 전세계가 지난 85년 한해동안 지출한 돈은 6천6백31억 달러에 달한다. 이 가운에 미국은 30.9%에 해당하는 2천49억달러, 소련은 1천4백62억달러를 기록했으며 한국과 북한은 각각 44억7천만달러와 22억1천만달러를 국방비로 지출했다(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 86연감). 86년엔 경제사정의 악화로 전반적으로 군사비지출이 축소됐으나 군사연구개발비의 지출은 오히려 급증, 80년에 비해 30%나 늘었다.
매분 1백30만달러 지출
6천6백억달러라면 1분당 1백30만달러 꼴로 군사비를 지출하는 셈이다. 같은 1분동안 전세계에서 3명의 어린이가 영양부족이나 값싼 왁찐이 없어 죽어가고 있음은 극적인 대조를 이룬다. 신형 핵잠수함 1척값인 1억6천만달러만 가져도 발전도상국 한 나라의 1년치 교육예산을 충당하고도 남는다. 군축에 대한 노력이 전세계적으로 경주되고 있는 이유는 군사무기의 파괴적 위협에 대처하고 나아가 이러한 무용한 지출을 당면한 생산적인 용도로 바꾸고자 함에서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군사노력은 거의가 실패로 끝났다. 1963년 체결된 부분핵실험금지조약이 대기권핵실험을 중지시키는데는 성공했지만 그후 지하핵실험이 계속된 것처럼, 이제까지의 군축합의는 군사력의 축소보다는 방향전환을 낳았다고 볼 수 있다.
1972년 체결된 SALT(전략무기제한교섭) I 협정은 공격용 미사일의 수적 제한을 꾀한 것이었으나 결과적으로는 무제한적인 질적 개량을 허용하는 헛점을 안고 있었다. SALT I 협정은 당시 미·소가 연구개발중이던 MIRV나 지상이동형 미사일 그리고 핵탄두의 수효와 위력에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또 전략폭격기를 아예 교섭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전략핵탄두의 무제한 배치를 허용한 셈이다.
7년의 난항끝에 79년 정식조인된 SALT II는 각종 전략핵무기의 발사장치와 전략핵폭격기를 포함한 운반수단의 수량에 대해서는 상세한 숫자로 상한을 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협정에도 순항미사일에 대한 조항이 허술하게 규정되어 있고 미·소양국이 1개의 신형 ICBM을 개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의 헛점을 안고 있었다. 한편 80년대에 들어와 미국과 유럽 등지의 반핵운동이 치열해지자 미·소는 아프간사태이래 중단됐던 핵군비관리교섭을 재개했다. 이 교섭은 중거리핵전력(INF) 철폐와 전략무기제한협상(START) 두 방면에서 이루어졌다.
역사적 발걸음 INF 폐기협정
작년은 군축의 역사에서 획기적인 해로 기록될 것이다. 미국과 소련은 11월 INF 철폐문제를 완전히 매듭지음으로써 역사상 최초로 실질적 핵감축의 첫발을 내딛었기 때문이다. 이번 협정의 대상은 지상발사 중거리핵미사일로서 사정거리 5백~5천5백km의 것들이다. (표1)은 앞으로 폐기될 INF의 목록이다.
INF 폐기협정 다음에 기대를 거는 것은 전세계 탄두의 45%를 차지하는 장거리미사일의 감축 즉 START이다. 현재 이 협상에선 장거리미사일의 50% 감축이 논의되고 있다.
앞으로 START가 타결되기 위해선 검증기술의 확립이 선결돼야 한다는 지적의 소리가 높다. 이미 미·소는 이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적 수준에 도달해있지만 START에는 이동성 미사일의 검증 등 기술적 난제가 산적해 있다. 그러나 정치적 고려에서 합의가 얻어진다면 기술적 난점은 곧 해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