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적 핵전쟁후 지구에는 '핵겨울'이 찾아온다는 게 적어도 85년까지는 불변의 진리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최근들어 핵전쟁후의 기온하락폭이 '핵겨울' 이론의 20~30℃보다 작은 10~15℃ 정도라는 '핵가을' 이론이 제기돼 학계의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전세계 30개국의 3백여 과학자로 구성된 환경연구단체인 '환경문제에 관한 과학위원회'(SCOPE)는 '핵겨울'이론을 선구자격으로, 핵전쟁 결과 일어난 대규모 화재로 연기가 태양을 차단, 지구는 영하의 암흑세계가 된다는 연구결과를 지난 85년 발표해 충격을 주었다. 요컨대 핵전쟁이 일어나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참상을 겪은 다음에도 이디오피아에서와 같은 대기근에 생존자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핵겨울'의 물리적 과정에 대한 지식이 불완전하다는 점은 그 주창자들도 인정하고 있다. 즉 연기의 상승고도, 광학적 성질, 대규모 화재의 특성, 강우로 연기입자가 제거되는 메카니즘에 대해서 과학자들은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다. 게다가 핵전쟁 자체에도 불확실한 요인은 많다. 핵전쟁이 발발하는 계정, 탄두수, 성능, 폭발고도, 피폭지점 등이 모두 수수께끼이며 따라서 연기가 얼마나 발생할지조차 추정이 어렵다.
이처럼 '그날 이후'의 예측에는 한계가 따르게 마련이지만 그렇다고 과학적 노력을 중단할 수도 없는 노릇. 지난 86년 미국립대기연구센터(NCAR)의 '스탈리 톰슨'과 '스테픈 슈나이더'는 핵전쟁 이후의 지구기후를 3차원 컴퓨터 모델로 추정했다. 그 결과 7월에 핵전이 발발하면 도시화재로 1억8천만t의 연기가 배출돼 북반구 중위도의 온도는 1주일후 12℃떨어진다는 것. '핵가을'이론이라 불리우는 이 이론은 핵겨울이 안되는 이유로 △ 바다의 방대한 잠열이 육지냉각 완화 △ 연기의 상당부분이 '검은 비'로 제거됨 △ 연기로 인한 온실 효과 등을 들고 있다.
한편 지난 86년 12월 미국방성은 로스앤젤레스근처의 떡갈나무 숲 10만평에 화재를 일으켜 실험해, '핵겨울'이론을 주장한 SCOPE와 비슷한 결론을 얻었다. 또 '핵가을'의 주장이 실제로 대형화재에 비추어 연기의 영향을 과소평가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현재 과학자들은 '핵가을' 쪽으로 기우는 인상이다. 핵겨울을 주장한 최초의 연구자가운데 한 사람인 '터코'도 기온하락폭을 10℃정도로 보고 있다.
이처럼 학계의 논쟁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지만, 한 가지 견해가 일치하는 면이 있다. 핵전쟁의 간접적 효과로 기후가 심각하게 변화해 전례없는 세계적 규모의 참상을 빚을 것이란 점이다. SCOPE의 연구에 따르면 지구의 온도가 하루밤만 영하로 떨어져도 쌀농사는 망치게 되며, 작물성장기의 온도가 4℃ 하락하면 캐나다의 밀과 보리는 완전히 수확불능이라고 한다. '핵겨울'이든 '핵가을'이든 결과는 '핵기근'이 온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