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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원 김영길 박사

초강력 신금속 「W-250」개발

국산 천연자원인 텅스텐을 활용해 세계에서 가장 강한 금속인 마레이징강을 대체하는데 성공했읍니다.


한국과학기술원 김영길 박사


새로운 소재는 과학기술이 도약할 발판을 제공한다. 트랜지스터의 발명이 오늘날의 전자공학혁명으로 이어지는데는 실리콘 단결정의 대량생산이 필수적이었고, 피스톤식 프로펠러 엔진이 제트엔진으로 대체되는데는 초내열 니켈기 합금과 가볍고도 강한 티타늄 합금의 개발이 필요했다. 또 고성능 내화벽돌이 개발되지 않았더라면 우주왕복선의 비행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러한 신소재 가운데 요즘 각광받는 것이 신금속이다. 형상기억합금 초내열합금 초강력강 등 특수한 구조와 기능을 갖는 신금속들이 속속 개발돼 새로운 소재혁명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신금속 개발에 가장 두각을 나타나고 있는 연구자로는 김영길교수(金泳吉·48·한국과학기술원재료공학부)를 꼽을 수 있다. 이미 반도체용 리드프레임 합금과 초저온강을 개발해 국제물질특허를 받은 바 있는 김교수는 초근 텅스텐을 이용한 초강력 'W-250강'을 개발해 주목을 끌고 있다.

-이번에 미국에서 물질특허를 받은 W-250강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우선 국산 천연자원인 텅스텐을 활용한 신금속으로서, 세계에서 가장 강한 금속으로 오늘날 첨단산업 소재분야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마레이징'강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마레이징강은 단단하면서도 잘 깨지지 않는 특수합금으로 지난 60년 미국 INCO사가 개발했지요. 그런데 마레이징강은 코발트를 8%나 함유하고 있어 가격이 비쌀뿐 아니라, 코발트가 전략원소로 분류돼 대량구매가 어렵습니다. 여기에 착안해 코발트를 전혀 함유하지 않고 그대신 우리나라에 풍부한 텅스텐을 사용해 고강도와 고인성(高靷性)을 함께 갖춘 신금속을 개발하는데 성공했지요."

이 때문에 W-250강은 마레이징강에 비해 원료비가 절반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참고로 마레이징강의 합금구성은 철에 니켈(18%) 코발트(8.5%) 몰리브덴(5.0%) 티타늄(0.4%) 알미늄(0.1%) 인데 비해 W-250강은 철에 니켈(19%) 텅스텐(4.5%) 티타늄(1.2%) 알미늄(0.1%)으로 희귀금속인 코발트와 몰리브덴이 안쓰인 대신 텅스텐이 다량 사용됐음을 알 수 있다.

-미국에서 개발된 코발트를 함유하지 않은 새로운 마레이징강인 T-250과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T-250은 COSAM이라는 미국항공우주국에서 외국에서 수입하는 비싼 전략원소를 대체 또는 줄이려는 계획의 일환으로 개발된 거지요. 저도 그 계획을 수행했읍니다만, W-250강의 정격강도는 그와 비슷하지만 피로강도는 더 우수하다는 사실이 판명됐읍니다."

-W-250강은 어떤 용도를 갖고 있읍니까?

"가장 큰 용도는 금형(金型)재료겠지요. W-250강은 일반탄소강보다 4배이상의 고강도를 나타내며 열처리에도 일반철강과는 달리 뒤틀림현상이 없어 정밀기계와 금형재료로 사용이 기대됩니다. 그 이유는 일반강의 중요 합금원소인 탄소가 W-250강에는 전혀 없어 그로부터 일어나는 뒤틀림현상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죠. 1만분이 1mm의 오차도 없는 정밀금형의 좋은 재료가 될 겁니다.

또 W-250강은 일반적인 마레이징강처럼 고강도와 더불어 충격에 잘 깨지지 않은 특성을 갖고 있어 헬리콥터의 착륙기어라든가 항공기 제트엔진의 샤프트 우주선 등에 활용될 수 있지요."

김교수팀이 성공한 것은 10kg 생산규모의 실험실 단계. 따라서 앞으로 3~5t 규모의 공장생산 단계로 접어들기 위해선 달라진 압연과 열연 조건, 단조의 온도와 시간을 맞추는 등 연구할 과제가 많다는 것이 김교수의 설명이다. 현재 국내에선 삼미특수강 풍산금속 등이 양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개발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읍니까?

"특수합금을 만드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 특수 진공용해 장치인데 국내에 시설이 빈약해 곤란을 겪었지요. 특수합금일수록 그 제조과정은 청정도가 높아야 합니다. 원료뿐 아니라 합금과정에서도 불순물을 최소한도로 줄여야 하지요. 따라서 ${10}^{-3}$mmHg(1기압은 7백60mmHg)이하의 진공에서 합금을 만들 수 있는 진공유도용해와 진공아크재용해 장치가 모두 필요합니다. 그런데 일본에는 1백여 곳에 있는 이 장치를 모두 갖춘 곳이 국내에는 한 군데도 없는 형편이지요."

김교수는 그 밖에도 마레이징강에서와 달리 코발트와 몰리브덴이 안들어가기 때문에 압연과 열처리에서 수많은 시행 착오를 거듭했던 고충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개발을 뒷받침하는 이론적 배경이 있는지요.

"사실 마레이징강에서 왜 고강도가 얻어지는가에 대한 이론적 입증은 아직 세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읍니다. 전자현미경 사진을 얻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우리 연구팀 가운데 이창선박사가 그 일을 해냈읍니다. 일리노이대 같은 곳에서 이런 일을 지금 시작하려는데 비추어 볼 때 KAIST가 상당히 앞섰다고 하겠지요."

작년의 반도체용 리드프레임 합금에 이어 국제물질특허를 받은 개발을 연이어 내놓은데 대해 의아해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별로 놀라울 것은 없읍니다. 개발결과의 발표가 그렇게 된 것뿐이지, 실상 이번 개발의 준비는 지난 82년부터 시작했으니 아이디어에서 개발까지 4년이 걸린 셈이지요."

-앞으로의 개발계획을 소개해 주시죠.

"현재 우리 연구팀에서 진행중인 연구는 새로운 형상기억합금과 항공기용 특수합금 그리고 송유관 파이프 재료등입니다. 지금까지 4년이상 시간을 들인 형상기억합금은 니켈과 티타늄이 주체인 기존의 것과는 달리 구리를 기초로 한 것이지요. 또 항공기에 쓰이는 특수합금에는 부식을 막기위해 보호막 처리가 돼 있는데, 이것이 수명단축을 초래한다는 보고가 있읍니다. 따라서 이 현상의 학문적 규명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북극에서 쓰일 송유관 파이프는 기존의 것보다 강도가 높아야 하는데, 탄소와 망간을 덜 쓰고 강도를 50%이상 높인 HSLA강을 연구하고 있읍니다. 국내에서의 특허는 나와있는 상태지요. 아울러 작년에 개발한 초저온 합금 CAM-1 에 대한 이론적 뒷받침도 숙제로 남아 있읍니다."

1964년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김교수는 72년 미국 RPI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미해군연구소, NASA INCO사 등을 거쳐 지난 79년부터 KAIST에 재직하고 있다. 진화론의 도그마에 반대해 과학적 창조론을 내세우고 있는 '한국창조과학회'의 회장을 82년 창립때부터 맡고 있는 김교수가 또 어떤 새로운 신금속을 개발해 낼지 궁금하다.
 

「W-250」의 피로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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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지재만 기자
  •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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