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조사(照射)식품 시대'는 이제 남의 얘기가 아니다. 보사부는 85년 6월 식품위생법 시행령을 개정, 식품관련업종에 방사선 조사사업을 추가하였다. 이를 근거로 연간 60만톤 처리능력을 갖는 국내 최초의 방사선 식품처리 공장이 87년 6월 경기도 여주에 세워져 시험가동되고 있다. 아직 판매 시행령은 제정되지 않았지만 지금의 추세로 보아 오는 9월 내에 방사선 조사처리된 식품이 시중에 판매될 예정이다.
방사선 조사처리된 식품이란 Co-60(코발트60)이나 Cs-137(세슘137)과 같은 방사성 동위원소에서 나오는 강력한 에너지덩어리인 γ(감마)선이나 전자선을 농산물 가공식품 육류 등에 쬐어, 발아방지, 숙도(熟度)지연, 살균 및 살충효과로 식품의 저장기간을 연장하는 방법을 말한다.
방사선은 과도한 양을 쬐면 인체에 치명적이지만 소량을 쬐면, 예컨대 X이나 암세포를 죽이기 위한 방사선 요법 등과 같이 건강을 증진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원리와 마찬가지로 방사선은 식품을 부패시키는 유기체를 파괴한다. 그로인해 과일이나 채소의 발아나 숙도를 지연시켜 열대시방의 과일을 유럽 각국이나 미국 북부지방에서도 먹을 수 있게 한다.
30여개국에서 건전성 허가
세계적으로 식품류 보존을 위해 방사선을 이용하는데 대한 관심은 나날이 높아가고 있다. 1987년 현재 32개국에서 약 2백여종의 조사식품 건전성이 허가돼 산업화되었거나 특수목적에 사용되고있다. 그러나 식품의 시판을 허가한 나라는 그중 3분의1도 안된다. 나머지 나라는 의료 농어 및 과학적목적에만 방사선처리를 허가하고 있다. 다만 건전성 허가국 수와 판매허가국 수가 증가추세에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남아메리카에서는 방사선처리된 마늘 파파야열매 딸기 망고열매 등이 판매되고 있다. 네덜란드상점들은 방사선처리된 생선 개구리다리 새우 향신료 등을 팔고 있다. 또한 벨기에 불가리아 헝가리 노르웨이 미국 등은 방사선 처리를 통해 향신료를 신선하게 유지시키고 있다.
1945년 '히로시마의 망령'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에서도 감자의 발아를 중지시키는데 방사선이 이용되고 있을 정도이며 소련에서도 곡류를 저장하는데 이용한 바 있다.
뉴질랜드와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방사선 식품처리에 대한 허가를 검토중이다. 중국에서는 5개의 방사선처리시설이 세워지고 있다. 영국은 적절한 보호 대책하에서라면 방사선 식품처리가 기존의 식품보존법과 마찬가지로 안전하다고 결론지었다.
'핵에 대한 공포감'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방사선 식품처리에 대한 각국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간접적인 식량증산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최근 FAO(유엔 식량농업기구)의 발표에 따르면 식량을 수확한 후에 저장기간 중 미생물에 의한 부패나 해충 등에 의한 손실이 전체의 25%이상에 달한다고 한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는 적당한 저장방법과 시설의 부족으로 저장기간 중 발생하는 손실은 매우 크다.
한국에너지연구소 식품연구실의 조한옥박사는 방사선 식품처리 방법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식품을 보존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건조 염장(塩藏)과 같이 예부터 전해내려오던 보존법도 있고, 냉장 냉동 통조림(열처리) 식품보존제(화학약품) 또는 훈증처리가 이용되고 있다. 건조 염장은 어느정도 미생물의 증식은 억제되나 또 다른 오염미생물이 생겨 비위생적이며 냉장과 냉동은 저온에 의해서 미생물의 생육은 억제돼 저장기간이 연장되지만 유해미생물이 완전 살균되지 않아서 장기간 보존이 곤란하다. 또한 저온을 유지하기 위한 전력의 소비가 막대하다. 식품보존첨가제에 의한 저장기간 연장은 에너지를 소모하지는 않으나 식품첨가제의 잠재적 유해성 때문에 그 종류를 줄이고 첨가량을 감소시키는 추세이다.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경제적 방법이 바로 방사선 식품처리다"
방사선에 의한 식품저장연구는 1895년 '뢴트겐'이 X선을 발견한데 이어 이듬해 '민크'가 세균에 미치는 X선의 효과에 대한 논문을 발표한데서 비롯된다. 그 응용으로서는 지금부터 60년 전, X선으로 육류속의 해충을 죽이는 기술로서 특허 신청된 것이 최초의 일이다.
그러나 방사선 식품처리를 누구나가 진지하게 주목한 것은 핵과학자들이 방사성동위원소를 값싸고 효율적으로 생산해내게 된 1945년 이후이다. 즉 파괴적 살상무기로 개발되었던 핵산업이 스스로를 유지하기 위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슬로건 아래 새로운 출구를 찾은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방사선 식품처리인 것이다.
코발트60과 세슘137의 감마선 활용
산업적 식품저장에 이용되는 방사선은 Co-60과 Cs-137에서 방출되는 γ선과 최대 에너지 10MeV (${10}^{6}$eV) 전자선이다(1eV는 전자 하나가 1V 의 전압으로 가속됐을 때 갖는 에너지). 이 중에서 γ선이 대부분 이용되고 있다.
Co-60이나 Cs-137은 잠깐의 노출로 일정 한도의 에너지레벨을 갖는 감마선을 방출한다.
방사선 식품처리에서 일어나는 물리적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하면 막대한 에너지를 가진 감마선이 식품에 투과되면서 식품의 원자와 부딪쳐 그 전자에 에너지를 전이하게 된다. 이러한 에너지전이는 원자를 이온화시켜 전자를 방출하게 함으로써 원자를 내포하는 분자는 분열을 일으킨다. 방출된 전자는 또다른 원자를 이온화시키기도 한다. 에너지를 전이한 감마선은 점차 그 위력을 상실한다.
방사선은 식품내에서 화학적변화를 일으키고 '살모넬라'(Salmonella)독이나 소시지중독을 일으키는 유기체를 파괴한다. 방사선은 식품의 분자에 부딪쳐 분자를 잘게 깨뜨려 놓는다. 가령 DNA와 같은 거대분자는 가장 좋은 표적이다. 방사선처리는 식품의 DNA에 손상을 입힘으로써 속의 미생물을 파괴한다.
방사선처리는 또한 식물이 성장하기 위한 자연적과정을 방해한다. 그것은 또한 정상적인 세포분열 및 분화과정을 저해하거나, 성장을 조절하는 호르몬의 생성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35년 간 계속된 안정성 연구
방사선 식품처리를 둘러싸고 사람들의 많은 우려가 있다. 그중 첫째가 방사선처리로 인해 식품이 방사선을 띠게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며, 둘째는 식품에 화학적변화를 일으켜 맛이나 영양가 등에 변동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방사선을 조사한 식품을 인간이 먹었을 때 안전하느냐는 건전성을 평가하는 연구는 오랜 기간 계속되었다. 세계 각국에서 조사식품을 원숭이, 쥐, 개 등의 동물실험을 통해 독성학적 분야(발암성을 포함)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린 것은 1980년이다.
FAO(유엔식량농업기구) IAEA(국제원자력기구) WHO(세계보건기구) 공동자문위원회에서 검토한 결과 평균 10KGy(kilogray : 방사선량의 단위)까지 조사한 어떠한 식품도 독성학적으로 유해하지 않으며 영양학적 및 미생물학적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하였다.
1983년 7월 FDA(미국 식품의약국)는 향신료를 비롯한 분말식품과 건조야채류의 살충에 살균목적으로 10KGy를 조사하는 것은 안전하다고 했으며,1984년 2월 미국 보건사회부는 과일과 야채류의 신선도 유지와 숙도조정 및 해충구제를 위해 1KGy, 향신료의 살균을 위해 30KGy까지의 방사선조사를 인정하였다.
1985년 7월에 FDA는 생돈육(生豚肉)의 기생충 살충을 위해 0.3~1.0 KGy 범위의 방사선 조사를 승인하였다.
작년에 영국의 ACINF(방사선조사 신개발식품 자문위원회)에서는 이렇게 보고하고 있다. "우리는 5백만eV 이하의 에너지를 지니는 감마선이나 X선, 또는 1천만eV 이하의 에너지를 갖는 전자선에 의해 총평균 10KGy 이하의 빙사선 식품처리를 허용토록 영국 식품규제법을 개정하는데 반대할 공중위생상의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데에 만족한다."
1Gy는 방사선이 1주울(joule)의 에너지를 방출할 때 물질 1㎏당 흡수하게 되는 방사선량의 단위이다. 사람은 5Gy로도 사망할 수 있으나, 단순한 미생물은 2백 KGy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 코발트 60은 1백17만 또는 1백33만 eV 의 에너지로 감마선을 방출한다. 세슘137에서 발산되는 감마선은 66만 eV의 에너지를 갖는다.
식품방사선처리에는 종종 코발트60, 세슘137 같은 방사성동위원소를 사용하는데, 이는 이 동위원소들이 비교적 풍부하고 그로부터 방출되는 감마선이 적절하게 사용되면 식품에 방사성을 띠게 할 염려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코발트60이나 세슘137에서 나오는 감마선에 의한 식품처리는 적정량을 조사하면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는다고 많은 연구결과가 나오긴 했지만, 적정량이라는게 각 식품마다 다르고, 영양소를 파괴하는 측면도 없지 않으며, 사람이 조사식품을 먹었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에 대한 동물실험 결과가 1백% 확실한 것만은 아니다. 좀더 자세한 메카니즘을 알아보자.
영양소에 미치는 영향, 각기 다르다
식품의 주요 구성요소는 탄수화물 지방질 등 우리에게 에너지를 제공하는 분자들과 비타민이나 미네랄과 같이 건강에 필수적인 것들이 있다.
설탕과 같이 순수하고 건조한 탄수화물이나 물을 적게 함유한 곡류와 같은 탄수화물을 방사선 조사하면 식품에 탄산가스나 수소 및 여타 기체를 발생시킨다. 그러나 방사선은 물속에 용해된 탄수화물을 탈당류나 단당류로 분해한다. 즉 방사선은 당분의 분자력을 파괴하거나 물을 고도의 반응력을 갖는 수소 및 산소이온으로 분해하는 것이다. 분해 된 이온은 당분과 화학적으로 반응을 일으킨다.
당분분자의 결합력파괴는 방사선이 탄수화물에 미치는 가장 중요한 영향일 것이다. 이는 셀룰로스나 펙틴 녹말 등과 같은 긴 구조를 가진 분자가 보다 짧은 구조의 탄수화물이나 텍스트린으로 분해됨을 뜻한다. 셀룰로스는 식물의 세포막을 구성하는 주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어떤 과일이나 채소는 방사선 조사결과 물러지거나 그 특유의 구조를 잃게 된다.
지방은 탄수화물보다 작고 단순한 분자를 갖고 있으나 여전히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방사선조사로 지방에서 생성되는 어떤 기(基)는 수주간 계속되기도 하는 연쇄화 핵반응을 일으켜 식품을 부패시키기도 한다. 방사선처리중 식품 속에 있는 산소는 지방의 자연적 산화를 가속시키게 되는데, 그때문에 육류는 종종 진공용기에 넣어져 방사선처리된다. 약 50KGy 이상의 방사선량은 큰 분자구조를 갖는 다수의 분자를 파괴하여 지방의 물리적성분을 변화시킨다. 이로인해 비등점이나 점성이 떨어지고 곰팡이 냄새를 풍길 수도 있다.
단백질은 모든 동식물 세포에서 물을 뺀 중량의 반이상을 차지한다. 단백질은 한 세포의 구조나 기능에 있어 기본적인 것이다. 단백질은 20가지 기초 아미노산들이 길다란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중 어떤 것은 생명유지에 필수불가결하다.
방사선조사가 단백질에 미치는 가장 중요한 영향은 아미노산의 파괴이다. 그러나 모든 국제방사선 전문기구가 추천한 최대 방사선량인 50KGy는 가장 예민한 아미노산만을 파괴할뿐이다.
냄새 맛 색깔의 변화도 가능
단백질에 미치는 방사선의 효과는 단백질의 종류에 따라 약간씩 다르지만 방사선 조사된 쇠고기를 비롯한 육류에서 냄새와 맛이 변했다는 사례가 종종 발표되고 있다. 그러한 맛은 '퀘퀘하다'는 불쾌한 표현으로 나타나 있다. 확실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러한 맛을 제거하는 길은 영하의 온도에서 육류를 방사선처리하는 길이다. 이밖에도 계란에 소량의 방사선을 쬐도 '방사선맛'(?)을 느끼는데 그역시 어떤 맛인지 아무도 모른다.유(乳)제품 또한 좋지 못한 맛이나 냄새를 풍긴다. 연한 흰치즈의 단백질은 긴사슬이나 파편으로 뭉쳐짐으로써 어느정도 변질된다.
비타민같이 식품에 미량으로 존재하는 영양소에 대한 방사선조사 효과를 분석하기는 쉽지 않다. 문제는 간단한 실험을 통해 실제로 복합적인 식품조직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밝혀내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비타민에 대한 실험결과는 극히 다양하다. 어떤 실험에 따르면 방사선조사를 통해서 식품속에 함유된 비타민 가운데 30~40%가 파괴되었다고 밝혔으나 다른 실험에 따르면 3~4%가 소실된다. 예컨대 용해상태의 비타민은 방사선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 약 5KGy 이상의 방사선량은 용해된 비타민C를 파괴한다. 비타민B₁은 비타민B계열 가운데 가장 예민하다. 방사선 조사는 육류의 비타민B₁을 상당량 파괴한다.
그러나 니코틴산 비타민${B}_{6}$비타민${B}_{12}$등 여타 비타민들은 용해상태에서는 파괴되지만, 식품에 함유돼 있을 경우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지용성 비타민인 비타민 A B E K 등은 방사선에 각각 다르게 반응한다. 비타민A는 대개 파괴되지만 식품속의 D₁ D₂는 미미한 영향을 받을뿐이다.
이처럼 방사선조사는 식품의 종류와 상태에 따라, 어떤 영양소가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가에 따라, 또한 방사선량에 따라 그 영향이 다르다. 과학자들은 모든 식품을 세밀히 실험하지 않았다. 몇몇 식품들은 상업적 관심이 없기 때문에 실험되지 않았고, 다른 식품의 경우 방사선조사로 인한 맛이나 색깔 냄새의 변화를 소비자들이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그냥 덮어두는 면도 없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식품의 모든 구성성분을 시험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유해한 미생물의 살충효과
방사선조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또하나의 관심은 삭품내의 미생물에 미치는 영향이다. 모든 음식물에는 바이러스 곰팡이 박테리아 등의 다수의 미생물이 들어있다. 미생물의 수자와 형태는 매우 다양하다.
치즈나 요구르트와 같은 식품에 들어있는 몇몇 미생물은 무해하지만 살모넬라류와 '클로스트리듐 보툴리늄'(Clostri-dium botulnnium) 같은 박테리아는 식중독의 원인이 된다. 식중독의 대부분은 수백종의 살모넬라가 원인인데 주로 오염된 육류나 해산물을 먹으면 생긴다. 상이한 양의 방사선이 어떤 특정한 미생물을 어떻게 죽이는지 예측하기 힘들지만 방사선량과 그로 인해 죽는 수자는 분명 함수관계이다.
미생물은 대개 방사선에 민감하게 작용한다. 그 반응도는 일반적으로 미생물수를 10분의1로 줄이는데 드는 방사선량인 ${D}_{10}$으로 표시한다.
대부분 생물의 생장세포가 갖는 ${D}_{10}$치는 1KGy 이지만 살모넬라계열은 다소 단단한 편이다. 이들의 수자를 90% 줄이는데 2~8KGy가 든다. 몇몇 살모넬라는 여건이 어려우면 포자를 형성한다. 포자가 상당수 있을 경우 10KGy로도 포자를 다 죽이지는 못할 것이다. 단단한 미생물이기는 소시지중독을 일으키는 '클로스트리듐 보툴리늄'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50KGy에도 버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포자나 세포를 모두 살균하지 못하는 모든 형태의 식품처리에서도 공통적으로 일어난다.
방사선조사는 음식에 좋지못한 냄새와 맛을 풍기는 미생물을 없애기는 하지만 식중독으로부터 완전한 보호막은 될 수 없다. 여기에 노파심과도 같은 우려가 있다. 이는 방사선조사로 인해 미생물이 보다 위험한 형태로 변형될 가능성이다.
그러나 방사선에 의해 미생물의 돌연변이가 일어났다는 보고는 거의없다. 식품에 여러차례 방사선을 쬘 경우 면역성을 갖는 병원균의 변종이 생길 수도 있지만 식품조사는 오직 한번만 쬐야하므로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계속되는 논쟁
방사선에 의해 발생되는 식품내의 변화, 식품내에 방사성물질이 생성된다든지 아니면 화학적변화를 일으켜 영양소가 파괴된다든지, 어떤 미생물이 어느정도의 방사선량에 의해 죽고 사는지, 또 그 영향은 그것을 섭취한 인체에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에 대한 논쟁은 불가피하다.
영국 런던식량위원회의 '토니 웹'처럼 방사선 식품처리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방사선조사는 벤젠이나 포름알데히드와 같은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발암물질을 생성시킨다"고 말한다. 또한'웹'은 방사선처리식품은 방사성분해물로 알려진 여타 정체불명의 물질을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방사선식품처리의 지지자들은 이에 반박을 제기하고 있다. 웹이 말하는 유독물질은 어느 식품이라도 미량 존재하며 이것은 자연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마치 계란속에 벤젠이 들어 있는 것처럼.
세게의 과학자들은 식품에 미치는 방사선의 영향을 연구하는 한편, 방사선조사식품과 전통적인 요리 및 저장법에 의해 발생하는 결과를 비교해왔다. 이러한 비교는 아질산염이나 산화에틸렌과 같은 화학적방부제에 대한 실험뿐아니라 훈증 및 발효에 대한 실험도 포함돼있다. ACINF의 한 소위원회가 이러한 실험결과를 비교분석한 후, 조사식품의 방사성분해물은 전통적 방법으로 처리된 식품에서 발견된 방사성분해물과 마찬가지로 유독하지 않다고 결론지었다. 나아가 방사선 조사식품은 더적은 방사성 분해물을 생성시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측의 입장도 만만치 않다. 방사선 식품처리가 식품의 저장기간을 늘림으로써 제조업자나 소매상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되지만 소비자에게 어떤 혜택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방사선처리식품의 안전성이 적정량에 대해 확실하다고 본다해도 처리기술을 규제할 능력이 소비자에게 있느냐는 점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는 견해이다.
돌다리도 두드려 건너야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우리나라도 이제 방사선식품처리 시대에 돌입하게 된다. 경기도 여주에 조사시설을 갖춘 융영물산은 중소기업이라는 어려움을 뚫고 6년여에 걸쳐 이 분야에 대해 개척자정신을 갖고 임해왔다. 캐나다 원자력공사와의 기술협력, 국내 에너지연구소의 식품연구실에의 연구의뢰, 해외 연구결과 흡수를 통해 차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더우기 국내에 세워진 방사선 조사공장은 민간기업이 주도하긴 했지만 농수산부가 건설소요자금의 절반인24억원을 지원한데다 시설운영은 과학기술처가 감독하는 등 정부지원사업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일부에서는 방사선 조사로 인해 20% 이상의 간접식량증산효과를 보아 연간 1천억 정도의 경제적이익을 거둘수 있을 것으로 성급하게 추측하고 있다.
한국에너지연구소 식품연구실의 조한옥박사팀은 그동안 연구 실험한 것을 지난 7월 10일 개최된 한국위생학회 주최의 학술세미나에서 발표했다.
여기에는 감자 양파 마늘 등 발아식품향신료 및 건조분말채소류, 건어물, 육류(닭고기 및 어묵)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방사선량을 쪼였을 때 적정보존기간 발아하지 않고 부패하지 않는가를 실험한 결과가 비교적 자세하게 나와있다. 또한 수분 전당 비타민C 등 일부 영양소에 대한 영향도 언급돼있다. 더우기 분말류 건어물에 대해서는 다른 식품저장법, 예를들면 훈증법과 비교, 오염미생물 살균효과를 검증해낸 결과도 있다. 닭고기와 어묵에서도 효모 및 곰팡이 대장균군 살모넬라의 살균효과가 어느 정도의 방사선량에 대해 어느정도인지 실험하였고, 조사식품을 후에 어떤 온도하에서 어느 기간 보존할 수 있는지도 밝혔다.
식품연구실에서는 작년까지 27개 품종에 대한 실험을 마쳐 적정 조사량에 대한 보존기간 등을 설정하였으며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식품에 대해서 실험을 계속할 예정이다.
한편 소비자단체인 한국부인회측에서는 "요즘 외국상품 수입자유화에 따라, 이 속에 방사선조사식품이 이미 들어와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밝히고 국민건강 차원에서 유해여부를 선별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의 조사식품 판매에 대해서는 방사선조사선량의 허용치를 각품목별로 조속히 규정하고 그곳에 근무하는 근로자의 근로조건과 안전에 철저할 것, 국내에 시판할 경우 방사선조사식품 표시, 조사날짜 조사선량 유효기간 등을 명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표시주의를 택하는 나라도 있고 비표시주의를 택하는 나라도 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방사선조사처리 연구는 아직 결론을 내리기에 미진한 점이 없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전하다' 또는 '무조건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흑백논리는 비과학적이며 또한 비경제적이다. 조사식품은 천편일률적으로 일정량의 방사선량에 대해 동일하게 반응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각 식품별로 조사기준치는 다를 수밖에 없으며 이에따른 연구는 세부적으로 정밀하게 진행돼야 한다. 국내외의 연구결과가 확실한 것부터 한단계식 허용하는 것이 현명한 길일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독성학적 연구에 대한 동물실험은 아직 착수하지 못한 형편이다. 국제전문기관의 연구성과를 받아들일 때에 그 결과를 부분적으로 인용, 허용의 당위성만을 강조한다면 방사선 식품처리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높아질 것이다.
그외에 조사처리시설에 대한 경계도 늦추지 말아야 한다. 전자화된 기계라 하더라도 오동작은 있을 수 있으며 폐기물 처리에는 어느정도 사람의 접촉이 있을 수밖에 없다. 아직 우리나라는 핵에 대한 철저한 사회적 계몽이 부족하다 할 수 있다. 전체적인 사회분위기가 핵관련산업에 대한 철저한 규제로 작용되지 못하는 것도 우리의 약점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