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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학일기] 미국에서도 가장 사악한 물가 음료비를 줄이자

 

미국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지역을 꼽자면 동부의 뉴욕과 서부의 베이 에어리어(Bay Area)다. 베이 에어리어는 샌프란시스코만을 둘러싸고 있는 지역을 가리키는데, 북쪽으로는 오클랜드와 헤이워드, 남쪽으로는 산호세까지 이르는 지역이다.


베이 에어리어 안에서도 물가가 가장 높은 곳이 바로 스탠퍼드대가 위치한 팔로알토와 그 주변 지역이다. 이곳이 물가가 높은 이유는 주변에 구글,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등 IT 대기업과 가까우면서도 안전하고 살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 주민 대부분은 성공한 기업가거나 대기업 직원이어서 비싼 물가를 감당할 수 있다. 그러나 나와 같은 학생에게는 비싼 물가가 굉장히 부담스럽다.


학교 밖으로 밥을 먹으러 나가면 주로 팔로알토 시내에 가게 되는데, 자리에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일반 식당의 경우 점심 메뉴가 대개 15달러(약 1만8000원) 이상, 저녁 메뉴는 18달러(약 2만 1000원) 이상이다. 디저트로 먹는 버블티나 아이스크림도 5~6달러(약 6000~7200원) 수준이다.


그러니 팔로알토 시내에서 저녁에 디저트까지 먹으면 교통비까지 합쳐서 30~40달러(약 3만6000~4만8000원)가 든다. 학교 밖에서 밥을 먹는 빈도에 따라 지출 규모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나의 소비 습관과 지출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일주일(8월 19~25일)간 가계부를 작성했다. 지출의 대부분은 식비와 식재료비가 차지했다. 기숙사에 식당이 없어 직접 요리해서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만큼 1~2주에 한 번 장을 보러 간다.

 

가계부를 작성한 주는 장을 따로 보지 않고 남은 식재료와 한국에서 가져와 쌓아둔 즉석식품, 라면 등으로 해결해 식재료 지출은 없었다. 그리고 보통은 일주일에 한두 번 약속이 있어 학교 밖에서 밥을 먹는데, 특이하게도 이 주에는 약속이 없어 돈을 아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주말에 선배 결혼식에 참석하느라 네일아트와 축의금이라는 평소에 없던 새로운 지출이 생겼다.


그 외에는 평소의 소비 습관과 비슷했다. 점심은 주로 연구실 근처에서 사 먹는데, 그나마 학교 밖 식당보다는 저렴하다. 10~12달러(약 1만2000~1만4300원)면 점심을 해결할 수 있다. 간식으로는 연구실과 가까운 카페에서 아이스 바닐라라떼와 아몬드 크루아상을 자주 사 먹는다. 커피를 마시지 않는 날에는 버블티를 마시기 때문에 거의 매일 음료를 한 잔씩 마시는 셈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자주 사 먹는 메뉴가 있다. 바로 아사이볼(acai bowl)이다. 자취생이라서 과일을 잘 사지 않게 됐고, 그래서 스무디에 과일이 올라간 아사이볼을 꽤 자주 먹는다. 8.79달러(약 1만원)로 양에 비해서는 가격이 ‘사악’하지만, 비타민 섭취를 핑계로 정당화하고 있다.

 


여기까지 정리해보니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서는 커피와 버블티를 줄여야 할 것 같다. 하루 5달러라고 치면 한 달간 음료에만 무려 150달러(약 17만9000원)를 쓰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 기회에 기숙사 식당을 이용하는 친구들에 비해 식비 지출이 많은지도 따져봤다. 기숙사 식당은 이용료가 만만치 않은데다가 이용 횟수가 적거나 밖에서 식사를 자주 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손해다. 이렇게 정리해보니 지출 면에서는 지금의 아파트형 기숙사로 이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평균적으로 내가 스탠퍼드대에서 일주일을 지내는 데 필요한 생활비는 200~300달러(약 23만9000~35만8000원)로 나타났다. 일주일간의 지출을 돌아보니, 새삼 베이 에어리어의 높은 물가가 피부에 와 닿았다.


학기 중에는 일주일에 4~5시간 학교에서 다른 학생들의 화학 공부를 도와주는 일을 하면서 한 달에 350달러(약 41만8000원)의 수입을 올린다. 비록 방학에는 이런 수입이 없어지지만 말이다. 짜임새 있는 생활비 운영이 슬기로운 유학 생활의 필요충분 조건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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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이소영
  • 에디터

    서동준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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