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프트웨어산업의 규모는 일본의 100분의 1도 안되지만 추격속도는 대단히 빠를 것이다.
정보화 사회는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말이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화 사회는 개인 생활의 풍요와 편의는 물론 우리나라의 선진화를 위한 전략적 목표가 되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이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지혜와 계획이 아니라 잘 살아보려고 경제 사회 발전계획을 가지고 있는 모든 국가의 한결 같은 전략과제가 되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대만 등 경쟁상대국이 모두 정보화 사회 실현과 그 고도화를 위해 지식, 사람, 돈 등을 총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이다.
우리의 정보화 사회를 건설하고 고도화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정보산업이 육성되고 정보산업에서 만들어 낸 기계(하드웨어, H/W)와 기술(소프트웨어, S/W)을 잘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그 가운데서도 좋은 S/W가 없으면 모든 것이 희망사항에 그치고 만다.
예를 들어 아무리 좋은 자동차(H/W)가 있어도 운전기술(S/W)이 없으면 그냥 서 있는 쇠덩어리에 불과 하지만, 자동차가 움직일 수 있는 운송수단이 될 때 비로소 새로운 가치가 창조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아무리 유명한 오디오 시스팀(H/W)이 있다 한들 음악이 들어 있는 디스크나 테이프(S/W)가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하는 생각과 같다.
한편에서는 기계(H/W)가 먼저냐, 이를 작동하게 하고, 기대하는 일을 하게 하는 기술(S/W)이 먼저냐 하는 순환논쟁이 있을 수 있겠으나 기초 기술이 발달되고 공업이 진전된 지금에 와서는 S/W에 대한 중요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
그러므로 S/W는 오늘날 이 시대의 총아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1백배, 미국은 5백배 규모
S/W는 그 구체적인 형체가 없는 것이다. 어떤 자연상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의술이 의사의 각고의 노력과 피나는 수련 경험으로 훌륭해 지는 것처럼 S/W도 사람에 의해 만들어 지는 것이다.
S/W산업은 H/W산업과 함께 정보산업의 양대지주의 하나가 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S/W산업은 우선 H/W산업에 비해서 기술, 기업체질, 경영관리능력 등 모든 면에서 뒤져 있다. 그리고 외국의 S/W산업에 비해서도 아주 낙후되어 있다.
한 마디로 말하면 우리의 S/W산업은 구조적으로 취약하고 체질적으로 허약한 상태에 있다. 상대적으로 선진 외국의 S/W산업은 구조적으로 고도화되어 있고 체질적으로 강하여 무서운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어느 정도 약하냐 하면, 매출액 규모를 비교할 때 86년도 우리나라의 S/W기업이 올린 매출액이 약 8백억원 정도였는데 일본은 85년에 1조5천6백18억엔(円)으로서 외국환 기준율 1 : 5.9로 환산해볼 때 9조2천1백46억원이 되어 우리의 1백15배가 된다. 미국은 우리의 5백19배(5백억달러×8백31원=41조5천5백억원)나 된다.
사실 우리나라의 S/W산업이 이렇게 형편 없는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산업의 역사, 즉 경험이 짧다는 데 있다.
S/W를 개발(제작)하고 이를 판매하고, 활용해 본 경험이 짧기 때문에 그렇게 미약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정보산업협회가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현재 약 3백52개의 S/W에 관계하는 사업체가 있다. 그런데 이들의 대부분(64.2%)이 4년 전인 83년 이후에 생긴 것이다. 그동안 매년 평균 40~50% 정도의 높은 성장을 기록해 오기는 하였으나 절대 규모에 있어서는 보잘 것 없는 실정이다.
일본의 통상산업성이 밝힌 바에 의하면 85년말에 2천5백56개업체가 있는데 1975년 이전에 이미 62.7%가 설립되었으므로 최소한 1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미국의 정보서비스산업 역사는 대체로 20년으로 보고있다.
다음으로는 한국S/W산업이 질적으로 성장·발전할 만한 자금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업체의 자본금 규모로 볼 때 1억원 미만의 업체가 전체의 56.8%에 달하고 있다. 사업운영에 있어 자금이 기술개발, 인력양성, 시설근대화 등의 전제 필요조건이 된다고 할 때 자본금의 영세성은 곧 그 기업과 산업의 영세·취약성을 나타낸다고 하겠다. 이에 비해 일본은 3백70개업체를 대상으로 조사(일본 정보서비스산업협회)한 결과, 우리나라 돈으로 1억2천만원에 해당하는 2천만엔 이하 업체는 11.7% 43개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S/W산업의 성장 발전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필요한 자금지원 정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종업원이 적은 사업을 활성화시켜 나가기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S/W사업체가 제대로 성장해 나가려면 수주 개발 납품 보수관리를 계속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하는데 이를 감당해 나갈 종업원이 부족한 것이다. 물론 충분히 고용할 수만 있다면 문제가 없겠으나 앞에서 본대로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인건비가 문제가 되어 많은 인력을 채용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30명미만의 업체가 65.9%인 2백32개업체가 되는데 비해 일본은 30명미만의 업체는 3백70개 업체 가운데 3개사에 불과하다.
S/W에 대한 상품인식
이어 더욱 중요한 과제는 S/W에 대한 상품인식이 되어 있지 않고, 정보화 전산화의 유효성에 대한 계몽이 되어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지적소유권(知的所有權)은 어디에서나 보증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한·미통상협상에서도 이문제가 주요 의제로서 거론되었다. 이 말은 사람의 지식이 기초가 되어 만들어진 산물은 정당한 값을 받을 수 있어야 하고 눈에 보이는 다른 모든 상품과 같이 타인이 손해를 입혔을 때에는 법률로서 보호를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의 주요한 대상이 S/W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S/W가 고도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 애써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별로 그 가치를 인정하려 하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제값을 주고 사려고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H/W를 파는 쪽에서 끼워 팔거나 그냥 덤으로 하나 더 주는 식으로 취급해 오기도 했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높아만 가는 이용자의 욕구를 충족할 만한 질 좋은 S/W가 개발되기 어렵다. 그렇다면 S/W 산업이 잘 되지 않을 것은 뻔하지 않겠는가.
S/W를 정당한 상품으로 인정, 제값주고 사도록 하고, 만드는 사람도 양질의 S/W를 공급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 S/W + H/W = 컴퓨터 시스팀을 활용하면 원가가 절감되고 생산성이 향상되며 업무처리가 신속 정확하게 되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계몽이 부족했다고 하겠다.
다음으로 우리나라의 산업의 가장 어두운 S/W 부분은 그 생산기술이 낮다는 점이다.
산업역사가 짧아 근본적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축적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하겠으나, 어쨌든 기술이 낮아 S/W가 유망한 수출상품이 될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그렇게 못하고 오히려 많은 외화를 낭비해가며 수입해오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1986년) S/W수입 총액은 2천2백37만달러로 총매출액의 약 24%에 해당하고 수출액(6백29억 달러)의 3.6배에 달하고 있다.
S/W수입의존도가 이렇게 높은 요인이 기본적으로 국내에서 개발되지 않기 때문에 수입해 온다고 하겠는데, 이것은 우리의 S/W 생산 기술수준이 낮다는 단적인 표현이다.
기술수준을 쉽게 선진국의 그것과 비교할 수는 없겠으나, 기술의 발전 단계를 기초 개발 발전 성숙 고도화의 5단계로 볼 때 우리나라는 모든 분야에서 '기초'단계에 있다(표1).
S/W를 시스팀S/W와 응용S/W로 나누어 볼 때 먼저 시스팀S/W기술은 미국이 성숙단계, 일본이 개발단계에 있음에 비추어 우리는 기초 단계에 있고, 응용S/W 역시 우리나라는 개발 단계에 있다고 한다면 일본은 발전단계, 미국은 성숙 단계에 있는 것이다. 이를 수치로 일본과 우리나라의 수준차이를 간접 비교해 본다면 범용 S/W로서 등록되어 있는 시스팀 S/W와 응용S/W의 비율이 우리나라는 7.5 : 92.5로 응용 S/W 단계에 있음에 대하여 일본은 49.9 : 50.1로 거의 반반의 구성비를 보이고 있다.
S/W가 정보화 사회의 총아라고 했듯이 이를 총아로서 육성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S/W 생산 기술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중의 하나이다.
보호법의 시행, 새로운 계기
이러한 실상을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 S/W산업과 S/W에 관련한 새로운 문제는 무엇인가.
지금의 가장 큰 문제는 금년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컴퓨터 프로그램 보호법' 시행에 따른 문제라고 하겠다.
이것은 컴퓨터 프로그램의 저작자(개발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프로그램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하기 위한 법률이다. 이 법률이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제도로 확정이 되었으나 여기에는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
우선 우리나라의 S/W에 대한 상품인식, 이용자의 태도, S/W 기술 수준과 질 등 S/W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이 법의 도입여건이 성숙되었느냐 하는 문제이다. 정보산업협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부학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업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필요한 법률이기는 하나 현재로는 시기상조라는 응답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적소유권은 보호 되어야 마땅하고, 또 이것이 S/W산업을 건전하게 육성할 수 있는 동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법 시행에 따른 부정적 효과 보다는 긍정적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도록 정부 기업 학계 등 관계인 모두의 노력이 요청된다.
우선 정부에서는 법률로 보호될 만한 좋은 S/W가 많이 개발될 수 있도록 지원과 계몽 활동이 있어야 한다.
앞에서 살펴본대로 우리나라 S/W산업이 좋은, 경쟁력 있는 S/W를 개발하기에는 기술, 자본금, 종업원(人力), 시장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하므로 이들 각 부문을 부추길 수 있는 정부의 지원이 요청되는 것이다.
그동안 일본이 오늘의 S/W산업(정보서비스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한 육성정책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먼저 정부 등 일본 국내에서 S/W가 많이 쓰여지도록 하는 시장 확대 정책을 썼다. 그리고 고급인력을 양성하는 신기술을 도입하거나 새로운 기계(H/W)를 구입할 수 있도록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게 보증(신용보증제도)해 주었다. 아울러 범용S/W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관점에서 범용 프로그램 준비제도를 채택하여 세금을 감면해 주는 정책을 써 왔다. 다시 말하면 S/W를 사줌으로써 더욱 생산(개발)할 수 있게 하고 금융지원으로 자금난을 해소해줬으며 조세감면으로 인센티브제도를 적용해 온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제도를 채택한다면 짧은 기간내에 큰 폭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S/W보호법 시행의 플러스 효과를 크게 하기 위하여 S/W 기업이 해야 할일은 값싸고, 질 좋으면서 소비자(이용자)가 원하는 S/W를 개발 보급하는 것이다. 공업제품과 마찬가지로 소비자 지향적인 양질 저가의 상품은 경쟁력 있는 상품이 되고 잘 팔릴 수 밖에 없다.
사실 현재까지는 국내에서 개발된 S/W가 별로 믿을 만한 것이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보호법이 무슨 필요성이 있겠느냐는 비판이 없지 않았음을 상기해 볼 때 양질 저가의 S/W 개발이야말로 오늘의 S/W업체가 해결해야 할 과제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학계 연구계에서 해야 할 일은 국내 기술수준의 제고를 위한 전문인력의 양성과 해외 신기술을 도입, 개량하여 국내 업체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이다. 나아가 새로운 고차원의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 국내에 공급하고 한국의 S/W수준을 향상시키는데 앞장섰으면 하는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의 S/W기술 수준향상과 새로운 기술개발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연구상황을 살펴보면 컴퓨터가 단순히 지시된 명령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제5세대 S/W를 개발하고 있으며, 음성처리 S/W(예 : 한국말로 일본에 전화를 걸면 이를 받은 일본 사람 귀에는 일본어로 들리게 하는)를 개발코자 하고 있음을 본다. 뿐만아니라 이제까지는 손으로 하나 하나 작성하던 프로그램을 공장에서 공산품을 제조해내듯 하는 S/W공장 실현(S/W생산성 향상)을 위한 일본의 SIGMA프로젝트는 이미 널리 알려진 새로운 가능성에로의 도전이다.
슈퍼프로젝트 계획
과학기술처는 2,000년대를 목표로 초기단계에 있는 국내S/W기술을 향상시켜 S/W생산성을 현재의 10배로 끌어올리고, S/W공장 실현을 위하여 지식집약적 S/W를 국가 주요전략 산업으로 육성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뿐아니라 내년부터는 2001년에 한국이 세계 5위권의 S/W기술국으로 발돋움 하기위한 SUPER(Software Usability & Productivity Enhancement Research)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국가적인 방대한 장기 계획의 성공적인 추진은 정부나 관련 연구기관만으로는 불가능하므로 기업이 이에 참여하고 협조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이와같은 장기 프로젝트는 우리나라 만이 아니라 이미 선진국에서는 그 나라의 자원(인력, 시설, 자금 등)을 최대한 동원하여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우리의 계획이 완성될 즈음에는 보다 더 차원높은 새롭고 고도한 기술개발에 착수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미국의 SCI(1984~1990, 10억달러 투입), 영국의 정보화 기술 고도화 계획(1986~1990, 3억5천만 파운드 투자), 서독의 UNIBASE(1985~1988, 6천만DM 투자), EC의 ESRRIT(1984~1994, 6억 3천만 ECU 투입), 일본의 ICOT, SIGMA 등은 널리 알려진 장기 국가프로젝트이다.
연평균 46%의 성장산업
오늘날 우히나라 S/W산업에는 밝은 면보다 어두운 면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
저기술, 소규모, 외부압력 등 극복해야할 과제를 더 많이 안고 있으나 그 어느 산업보다도 성장률과 발전 기대성이 높고, 우리 국민의 근면성과 높은 교육수준에 적합한 산업이라는 관점에서 S/W산업의 내일은 어둡다고 만은 할 수 없다.
1990년대까지의 세계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3.7%에 그칠 것임에도 정보산업은 11.8%, S/W 산업은 15.0%의 성장을 실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우기 한국의 S/W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46%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뿐만아니라 2001년에 가면 세계 정보산업 시장규모가 1조4천억달러에 달하고 S/W의 시장규모는 이의 65%에 해당하는 8천8백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볼 때 우리의 S/W기술 개발 장기계획을 착실히 완수해 간다면 우리가 설 수 있는 땅도 훨씬 넓어 질 것임에 틀림없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기업 학계 개인 모두가 의견을 모으고,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편 정보사회가 발달하면 할수록, 즉 컴퓨터 시스팀이 보급되면 될수록 S/W가 이용될 분야 또한 수요가 많아 진다는 것이다. 또한 이것은 인간욕구의 증대를 의미하기도 한다.
인간욕구의 증대에 따른 사회의 수요증가야 말로 S/W가 성장 발전할 수 있는 토양이라 하겠다. 그리고 그 토양을 잘 가꾸는 일은 오늘 이 땅에 사는 S/W 관계인의 의무가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