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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서의 과학교육은? 성장단계에 맞는 문제를…

한국교육개발원 한종하 연구위원


현대는 과학기술사회라고 말할 정도로 '과학'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과학교육은 학교에서만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일상생활 전반에서 특히 가정에서 과학적 사고력을 키워나갈 때만이 진정한 의미에서 과학교육이 완성된다고 볼 수 있다.
 

사고력(思考力)이란 용어는 심리학에서 보편적인 의미로서 문제를 해결하는 지능(여기서의 지능은 흔히 생각하는 IQ보다는 넓은 의미임) 또는 능력을 의미 한다. 그렇게 보면 과학적 사고력은 문제를 '과학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과학적 사고력의 의미를 좀더 분명히 하려면 여기서 지칭하는 '문제'가 무엇인가를 규명하여야 한다. 문제란 우리가 흔히 일상 생활에서 부딪치는 의문 모순 인식의 갈등 등이다. 예컨대 하늘이 왜 파란가? 겨울은 왜 춥고 여름에는 왜 더운가? 나무(식물)는 겨울을 어떻게 지내는가? 사람은 왜 사람을 낳고 개는 왜 개만을 낳는가? 등의 질문 또는 수수께끼가 여기서 말하는 문제의 한 범주이다.

 

과학은 수수께끼 푸는 과정
 

그러면 과학에서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답(해결)하고 있는가? 과학적인 해답은 분명한 명제(가설 법칙 이론 등), 실증적인 데이타, 논리적인 해석 등을 준거로 제시하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과학적인 해답은 명제적이고 논리적인 과정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는 마치 수수께끼를 푸는 과정과 같다. 그래서 '토마스 쿤'(미국의 과학 철학자)은 과학을 수수께끼 푸는 과정(Science as a Puzzle-Solving Process)이라고 규정하기도 한다. 이런 주장은 다음 수수께끼를 푸는 과정에서 공감할 수 있다.
 

문제 : 동전 주머니가 5개 있다고 하자. 한 주머니에 50개의 같은 크기 색 모양의 동전이 있는데, 그 무게는 모두 1g씩이다. 그런데 어떤 한 주머니의 것은 1.1g짜리가 50개 들어 있다. 다시 말해 4개 주머니에는 1g짜리가 50개씩 들어 있는데, 한 주머니만은 1.1g짜리 동전 50개가 들어 있다. 여기서 문제는 저울로 한번 달아서 어느 주머니의 것이 1.1g인지 단번에 알아 맞추는 것이다. (힌트 : 주머니는 꼭지를 풀어도 됨. 해답은 글의 맨 마지막에)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상당한 논리적 사고를 필요로 하고 있다. 바로 이런 수수께끼를 푸는 방법이 과학적사고력의 일환이다. 앞서 예시한 하늘이 왜 푸른가 등의 문제도 다소 복잡하기는 하지만 이런 수수께끼를 푸는 과정과 같은 형태의 과학적 사고력이 동원된다.
 

그러면 과학적 사고력, 즉 문제 해결력은 어떻게 발달하는가? 어린이와 어른의 생각은 어떻게 다른가?
 

우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과 방법을 연령별로 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할 수가 있다. 예를들면 같은 현상을 보고 6, 7세 어린이와 7, 8세 어린이가 달리 해석한다.
 

그림에서 처럼 A, B 그릇의 크기가 같고 담긴 액체의 양이 같다. 이때 B를 모양이 다른 C에 옮겨 부으면 6, 7세 어린이(대부분)는 C그릇의 액체 양이 불어난다고 생각한다. 즉 A〈C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7, 8세 어린이 대부분은 모양이 달라도 'A=B 였고 B=C 이니까 A=C 이어야 한다'라는 논리적 필요성을 인지한다.
 

양의 보존성 실험


이렇게 현상을 보는 또는 생각하는 인식의 차이는 곧 그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다르다는 것을 시사한다. 어린이의 생각하는 방법을 어른과 비교한다면 엄청나게 다르다. 어린이의 문제 해결력이 어른 수준에 도달하려면 적어도 15,6세가 되어야 한다.
 

요컨대 어린이의 사고력은 몇 단계의 변화를 거쳐 어른 수준에 이른다. 그 단계를 요약하면 태어나면서 2세까지는 감각 운동적 지능으로 주변에 적응하고, 2~5세에서는 직관적인 판단, 자기 중심적 생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든다. 그런데 6, 7세에서 12세까지는 구체적인 상황, 즉 구체적인 물체를 다루는 상황에서는 논리적인 판단으로 문제를 풀어본다. 앞의 예에서처럼 양의 보존성을 논리적인 판단으로 인지하는 것이 그 좋은 예이다. 그러나 13~16세에서는 어른과 같은 추상적인 명제, 추상적인 논리로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가진다. 어린이의 문제 해결은 이처럼 4단계의 변화를 거쳐 성인 수준에 도달한다. 물론 성인수준에 도달하는 데까지는 심한 개인차가 있다.

 

하루아침에 변하는 것은 아니다
 

과학적 사고력은 하루 아침에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 하루 이틀 훈련시킨다고 하여 6세 어린이의 생각이 8세의 수준으로 바뀔 수는 없다.
 

과학적 사고력은 무엇보다 구체적인 체험을 의미있게 가졌을 때 발전한다. 여기서 구체적인 체험이란 수수께끼 문제를 스스로 풀어보고 씨름할 때를 말한다. 바꾸어 말하면 문제의 실체를 인식하고 이를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더라도 몸소 생각할 때에 사고력을 신장한다. 과학 교육에서 관찰과 실험을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실제 상황을 주의깊게 관찰하고 문제의 성격을 파악하면, 여러 해답을 생각(가설을 세워 볼 수 있음)할 수가 있다. 그러나 그 생각(가설)이 맞는가를 실험하여 보아야 한다. 실험적인 증거가 자기 생각과 일치하면 그 생각은 옳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을 체험하는 것이 사고력 발달을 돕는다.
 

관찰과 실험 같은 구체적인 체험이 사고력을 신장시킨다. 그러나 문제와 씨름하고 구체적으로 생각하여 보는 과정이 없이 쉽게 제3자로부터 해답을 얻을 경우 사고력의 신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바꾸어 말하면 기계적으로 지식을 많이 암기하였다고 하여 과학적 사고력이 발달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과학적 사고력 신장을 도우려면 몇가지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첫째로 어린이가 이해할 수 있는 적절한 문제 또는 수수께끼를 풍부하게 제공하여야 한다. 그 문제는 단순한 것부터 복잡한 것으로 서서히 확산시켜 제공하여야 한다. 그러나 너무 어려운 문제를 자주 주어 처음부터 어린이를 실망시키거나 좌절시키는 경험을 주는 것은 사고력 신장에 도움이 안된다.
 

둘째 문제를 제기할 때는 반드시 구체적인 상황(사건), 구체적인 물체(조작 가능한 것)를 함께 제공하여야 한다. 어린이가 상상할 수 없는 추상적인 상황의 문제(예 : 눈에 보이지도 않는 전기는 어디서 왔지? 원자니 분자니 하는 문제 등) 또는 어린이가 조작하기 어려운 실험기기 등은 어린이의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세째 문제 상황은 되도록이면 다양한 시사를 주는 것이 좋다. 예컨대 그림자놀이가 그 한 예이다. 그림자놀이는 비교적 단순하나 그것이 주는 문제의 시사점은 다양하다. 같은 물체라도 위치에 따라 그림자의 모양이 다르고 (컵의 그림자는 원도 되고, 직사각형, 사다리꼴도 된다), 또 그림자의 크기도 다르다. 이런 문제는 어린이에게 여러가지 의문을 불러 일으킨다. 이렇게 파생적인 문제를 불러 일으키는 소재가 어린이의 사고력 신장을 촉진시킨다.
 

네째 절대로 해답을 주어서는 안된다. 힌트나 참고자료를 제공하여 문제 해결을 도우는 것은 좋으나 해답을 주는 것은 금물이다. 스스로 끝까지 해답을 생각해 내도록 격려하고 인내하면서 기다려야 한다. 때로는 어린이가 해답을 생각해 내지 못하여 다소 실망하더라도 직접적인 해답을 주는 것은 좋지 않다.
 

다섯째 부모 (또는 교사)는 어린이가 문제 푸는 과정을 성의 있게 관찰(지켜보는 것)하는 것이 어린이에게 용기를 준다. 그리고 비록 답이 틀렸더라도 절대로 틀렸다고 면박을 주거나 불쾌감을 보여서는 안된다. 오히려 다른 방법으로 생각해 보라고 권유하는 것이 좋다. 그 까닭은 어린이의 문제 해결력은 자신감을 가질 때 더 발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함께 푸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도움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린이가 문제를 푸는 과정이 틀렸다 하더라도 도중에 이렇게 저렇게 간섭하고 지시하는 일은 금물이라는 점이다.
 

해답 : 주머니 5개를 일렬로 늘어 놓고 첫번째에서 1개, 2번째 주머니에서 2개……, 5번째 주머니에서 5개 꺼내 그 무게를 저울에 달면 어느 주머니에 1.1g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있음. 예컨대 15.1g이었다면 첫번째 주머니에 1.1g동전, 또는 15.5g이면 5번째 주머니에 그것이 들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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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한종하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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