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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안전하고 공해없는 천연가스

평택에 LNG기지 준공

지난 4월16일 경기도 평택에서 LNG(액화 천연가스) 인수기지 및 공급설비의 준공식 테이프가 끊어졌다. 우리나라에도 LNG시대가 열리는 순간이었다.
 

가스가 우리의 일상생활에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71년 용산구 동부이촌동 아파트 단지에 처음으로 도시가스가 시험 공급되고부터였다. 그 후 도시가스 LPG 등은 기존의 석유 연탄과 함께 낯익은 연료가 되었고, 새로 지은 아파트나 주택에는 가스설비가 의례 필수적인 장비로 되고 있다. 여기에 새로 '안전하고 공해없는 새 도시가스'라는 선전문구와 함께 LNG가 등장한 것이다. 바야흐로 가스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162℃의 무색투명한 액체
 

LNG란 Liquefied Natural Gas (액화 천연가스)의 약자로서 메탄을 주성분으로 하는 천연가스를 -1백62℃로 냉각하여 액화시킨 무색투명한 액체이다. 천연가스는 유전에서 생겨 원유에 녹아있거나, 분리돼 원유의 윗부분 혹은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특정한 지질구조에 괴어 있다.

천연가스의 매장량은 막대해 전세계 매장량은 확인된 것만도 86조㎥에 달해 앞으로 55년간은 쓸 수 있다. 최대의 천연가스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소련으로 36조㎥ 즉 전세계 매장량의 42%를 가지고 있다.
 

이제까지 도시가스라고 하면 주로 LPG에 공기를 섞은 것을 의미했다. LPG란 액화 석유가스(Liquefied Petroleum Gas)란 뜻으로 가스라이터에 쓰이는 부탄 등과 함께 석유의 부산물로서 주성분은 프로판이다. (표1)은 LNG와 LPG를 비교한 것이다.
 

(표1) LNG와 LPG의 비교


(표1)에서 볼 수 있듯이 LNG와 LPG는 여러가지 점에서 차이가 난다. 우선 LNG는 공기보다 가벼운데 비해 LPG는 공기의 1.5배나 무겁다. 프로판가스 폭발사고가 흔히 잘못 밸브를 열어놓아 밀폐된 공간에 고여있던 가스에 불을 붙여 일어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가정에서 LNG를 쓸 때 가스누설 방지기를 천정 근처에 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 LNG는 LPG에 비해 불붙는 온도가 높고 연소속도는 느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한편 LPG는 보통 온도에서 기체로 되기 때문에 용기에 담아 운반하거나 저장하지만, LNG는 공장에서 애초에 바닷물을 이용해 기체로 만든 다음 파이프를 통해 사용자에게 수송된다. 그만큼 공간을 절약하는 잇점이 있는 반면 배관을 해야하는 부담도 있다.
 

LNG의 장점으로 꼽는 것중 위에서 든 '안정성'과 함께 '무공해'가 있다. 천연가스를 액체로 만드는 과정은 초저온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애초에 수분이나 탄산가스 그리고 부식을 일으키는 유황분 금속성분 등 불순물을 제거하지 않으면 액화가 불가능하다. 또 질소가스와 같이 액화되지 않는 가스는 제조공정에서 LNG에 섞일 우려가 없다. 따라서 LNG는 어떤 연료보다 순도가 높다는 특징을 갖는다. 그러면 이러한 특징을 갖는 LNG가 만들어지고 나서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어떤 경로를 밟는지 알아 보자.

 

인도네시아에서 평택까지
 

LNG 저장탱크 내부^1백62℃에서도 견딜 수 있는 특수 스레인리스 강판을 시공하고 있다.그 외부에는 다시 보냉제와 90cm두께의 콘크리트가 둘러싼다(위).


미국이나 유럽은 천연가스 생산지에서 정제과정을 거친다음 바로 파이프를 통해 LNG가 운반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일본 등 천연가스가 생산되지 않고 배관로로 가스를 받을 수 없는 나라에서는 현지에서 액화를 시켜 정제한 다음, 선박을 통해 운반해 기화시켜 보급하는 과정을 거친다.
 

우리나라는 작년 말부터 20년간 매년 2백만t의 LNG를 인도네시아로부터 도입키로 했다. 인도네시아의 가스정(井)에서 채굴된 가스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현지에 세워진 액화공장으로 운반된다. 33억달러라는 거액이 드는 액화공장의 건설에는 LNG공급의 성격상 우리나라도 투자를 했다. 이곳에서 -1백62℃의 초저온에서 액화된 천연가스는 LNG탱크에 저장되었다가 LNG운반선에 실려진다.
 

이 배는 인도네시아의 '아룬'에서 평택 인수기지까지 LNG를 운반한다. 6천1백km의 먼 거리에서 초저온의 액체를 실어나르는 이 운반선은 초첨단의 장비를 갖추고 있다. 조금이라도 LNG가 기화(氣化)되지 않도록 보냉재를 쓰고 있는데, 가격은 1척당 1억5천만달러 수준이다. 선체는 우리나라도 만들 수 있지만 탱크의 제조기술은 선진국의 엄격한 라이센스에 묶여 있다고 한다.
 

열흘에 한번꼴로 평택에 입항하는 운반선은 싣고온 LNG를 14cm두께로 절연된 파이프를 통해 저장탱크에 부려놓는다.
 

현재 3기가 완공돼 있고 1기가 건설중인 저장탱크는 높이 55m 직경 57m의 거대한 몸체를 가지고 있다. 용량은 10만㎥. 10kl 유조차 4만대분에 해당하는 용적이다. LNG는 기체로 될 때 부피가 5백70배로 늘어난다. 따라서 LNG 1t은 표준상태(0℃ 1기압)에서 1천1백86㎥에 해당한다. 가정에서 하루 평균 0.5㎥의 도시가스를 쓴다고 하면, 저장탱크 하나에 저장된 LNG로 2백30가구가 1년동안 소비할 도시가스를 공급할 수 있다.
 

저장탱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성의 확보. 지난 1944년 미국에서 저장탱크의 폭발사고가 있은 이후로 여러가지 대책이 강구되었다. 탱크의 외곽은 90cm 두께의 강화 콘크리트로 되어있고 그 안에는 자연기화를 줄이기 위한 두께 20cm의 보냉제, 안쪽에는 -1백62℃에 견딜 수 있는 특수 스테인리스 강판으로 되어 있다.
 

저장탱크의 LNG는 펌프를 통해 기화기에서 기체로 만든 다음 일부는 총 연장 98km의 주배관을 통해 인천화력발전소로 보내진다. 나머지는 수도권 일원의 소비자를 위해 1백28km의 배관망을 통해 각 지역 도시가스회사로 공급된다.

 

저장탱크의 용량은 10만㎥. 10KI 유조차 4만대분이다.여기 저장된 LNG로 2백 30가구가 1년간 쓸 수 있다(아래).

 

경제성이 관건
 

정부가 LNG의 도입을 결정한 중요한 계기가 된 것은 1,2차에 걸친 오일쇼크였다. LNG는 석유나 LPG와 달리 현물시장이 성립되지 않고 장기적으로 안정되게 공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것은 가스정에서 가스 생산량의 조절이 곤란하고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 LNG판매를 장기계약하기 때문이다.
 

LNG는 현재 주로 화력발전용으로 쓰이고 있고 상업용 및 가정용 수요는 미미한 형편이다. 금년도 계획으로는 수도권지역에 도시가스용으로 14만2천t 을 공급할 예정이다. 서울시의 LNG 공급 가구수는 현재 38만가구로 전체의 15.7%이다. 동력자원부에 따르면 1차에너지 가운데 LNG의 비중을 1991년에 3.3%, 2001년에는 5.2%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때의 소비량은 5백만t 정도.
 

미국과 유럽에서 LNG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의 20% 정도이며 일본은 7%이다. 가스를 쓰는 가구수가 소련은 5천3백만, 미국은 4천2백만, 영국은 1천5백만, 서독은 7백5십만 가구나 된다.
 

가정에서 LNG가 기존의 LPG보다 유리한 점은 불꽃 조절이 쉽고 폭발 위험이 적으며 열효율이 높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참고로 LNG의 열효율은 kg당 1만3천2백70kcal로서 LPG의 1만1천9백Kcal, 석탄의 8천1백kcal보다 높다. 또 저장용기가 필요없어 공간활용에 유리한 잇점도 있다.
 

문제는 경제성이다. 현재 벙커C유보다는 비싸고 LPG와는 비슷한 수준이라고 하지만 아직 인도네시아와의 가격협상도 끝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확실한 판단은 시기상조이다. 정부는 LNG 보급의 확대를 위해 용도별로 가격의 차 등을 두고 대형건물의 가스사용을 의무화하며 대도시의 연탄사용을 규제하는 등의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또한 서울시는 내년말까지 전가구의 25%인 61만6천가구에 LNG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처럼 LNG의 공급확대에 노력하는 이유는 LNG가 공해가 없는 연료라는 점에도 있지만, LNG사업의 성격상 안정된 수요가 절실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LNG는 수요와 공급의 탄력성이 적다. 즉 생산을 줄이면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LNG를 인수하지 않더라도 연간 계약물량에 대한 대금을 지불하도록 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LNG운반선도 사용하지 않더라도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아뭏든 LNG는 기존의 다른 화석연료에 비해 환경오염의 우려가 거의 없고 안정적 공급이 가능하다는 등 잇점이 있다. 그러나 저장탱크와 배관망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완벽을 자랑하던 원자력 발전소의 잇단 사고와 중화학 공장에서의 폭발사고는 그런 면에서 타산지석이 될 것이다.
 

나아가 LNG도 결국은 고갈되고말 화석연료라는 점도 간과돼서는 안될 것이다. 에너지 문제의 궁극적 해결을 위해서는 새로운 화석 에너지원의 개발보다는 오히려 재생가능한 에너지의 개발과 에너지 절약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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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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