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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노력하는 수학자, 서울대 서인석 교수 인터뷰

수학자의 업무는 연구인 만큼 대부분 편안한 옷을 입는다. 기자가 지금껏 연구실에서 만난 수학자는 거의 모두 자유로운 복장이었다. 하지만 연구실에서도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서인석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 교수의 첫인상은 마치 젊은 회사원 같았다. 알고 보니 복장에도 숨은 의미가 있었다. 수학동아 폴리매스의 새로운 문제 출제위원인 서 교수의 이야기를 김범준(태랑중 2), 신가온(송양중 2) 독자와 함께 들어봤다.

 

"좋은 문제를 풀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수학자가 되자!"
 

인터뷰를 시작할 때는 막연히 예의를 갖추기 위해 정장을 차려입은 줄 알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됐다. 서 교수는 “회사원이 회사에 출근해서 일하듯이 일정한 시간에 꾸준하게 연구하려 한다”며, “그런 마음에서 정장을 입고 다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 교수는 매일 9시에 연구실에 출근해 일과를 시작한다. 퇴근 시간은 유동적이지만 아무리 늦어도 12시에는 잠자리에 들려고 한다. ‘수학자는 맑은 정신이 가장 중요하다’는 그의 생각 때문이다.


많은 수학자가 문제가 풀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며칠 밤을 새워가며 연구하지만, 서 교수는 대학원 때부터 꾸준함에 초점을 맞춰 시간을 관리했다. 보통은 아침에 일어나기 위해 알람을 맞춰 놓지만, 서 교수는 대학원 시절 매일 새벽 1시에 알람을 맞춰 두고 그 시간을 기준으로 수학에 대한 생각을 끊고 잠자리에 들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수학에 대한 생각을 끊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맑은 정신을 유지하면서 꾸준히 연구하기 위해 서 교수는 생각을 끊을 시간을 알람으로 정한 셈이다.

 

꾸준함은 나의 힘

김범준 Q. 수학자가 되신 계기를 말씀해 주세요.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수학을 좋아했어요. 수학 문제 푸는 게 좋았고, 잘하는 편이었어요. 특히 어려운 문제를 며칠에 걸쳐서 풀었을 때 큰 기쁨을 느꼈죠. 좋아하고 잘하다 보니 좋은 성적이나 칭찬 같은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았고,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출전해 은상을 타게 됐죠. 자연스럽게 수학과에 진학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좋아하는 것도 무척 중요하지만, 수학자라는 직업을 갖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이 일에 꾸준히 노력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인 것 같아요. 수학자가 되면 답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문제를 성적이나 칭찬 같은 긍정적인 동기부여 없이 오랜 시간 풀어야 하는데, 좋아한다는 감정만 가지고는 하기 어렵거든요. 다른 일도 마찬가지겠지만 좋아하는 것은 기본이고, 스스로 동기부여 하면서 꾸준히 노력할 수 있는 일이라는 판단이 들면 그 길을 선택하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신가온 Q. 교수님도 어려운 시기가 있었나요?
박사과정을 시작하면서 저는 무척 어려운 문제 하나를 선택해서 풀기 시작했어요. 3년 동안 한 문제만 풀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 그 문제가 안 풀리는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너무 힘들었어요. 2년 정도 지나자 그런 의구심이 생겼고, 지도 교수님도 처음보다 풀 수 있다는 확신이 적어 보였어요. 수학의 노벨상이라고 하는 ‘아벨상’을 받으신 스리니바사 바라단 교수님이셨는데 말이죠.
저는 지도 교수님이 본인이 풀 수 있는 문제를 제게 양보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교수님을 길잡이라고 생각해 안심했는데 어느 순간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거죠. 정말 막막했어요. 3년째 되는 해에야 간신히 문제를 풀었는데, 아니었다면 2~3년 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거였죠.
수학동아 힘든 시기를 어떻게 극복하셨어요?
그 시기를 버티면서 꾸준히 연구하기 위해 저는 9시에 공부를 시작해 1시에 멈추는 일과를 반복했어요. 문제를 푸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을 돌파했던 것도 학교 도서관에서 9시까지 공부하고 돌아오던 지하철 안이었어요. 오전 9시부터 12시간 동안 사소한 것까지 따져가며 세세하게 연구한 것을 지하철에서 한걸음 물러나 보자 해결할 아이디어가 떠올랐던 거죠. 그때는 기쁨보다 ‘풀리는 문제여서다행이다’라는 안도감이 더 컸어요.

신가온 Q. 지금은 어떤 연구를 하시나요?
제 연구 분야는 ‘확률론’이에요. 몇 가지 연구 주제가 있는데, 그 중 하나를 비유해서 설명하자면 동전을 던졌을 때 앞면이나 뒷면이 아닌 서 있게 될 확률을 계산하는 거예요. 이렇게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한 일이 일어날 확률을 구하는 게 금융 같은 분야에서는 무척 중요하거든요. 작은 확률로 발생하는 사건이 파국적인 결말을 이끌고 올 수 있기 때문이에요.
지금도 문제를 풀면서 수렁에 빠지는 경우가 생기지만 박사과정 때처럼 힘들지는 않아요. 수렁에 빠진다는 건 내가 좋은 문제를 풀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죠.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져요.

수학동아 바쁜 연구 속에서 폴리매스 문제 출제자로 합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9년 12월에 내주신 첫 문제는 교수님 연구와 관련이 있나요?
연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 연구에서 흥미로운 부분을 수학을 좋아하는 학생들에게 전하는 것 역시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첫 문제는 제가 박사과정을 막 시작했을 때 가지고 있었던 잘못된 생각에 대한 문제예요. 문제의 상황이 기댓값에 대해 어떤 오류를 범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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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2월 수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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