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와보니 한 마디로 자유롭다는 느낌입니다. 교수님의 강의는 고등학교 때보다 '불친절'하더군요. 학생들이 알아서 공부하라는 거지요." 대학의 첫 인상을 이렇게 말하는 김동균(金東均·18 서울대 물리학과 1학년)군은 87학년도 대입 학력고사의 자연계 수석합격자. 고등학교 때는 어떻게 과학공부를 했을지 궁금하다.
"저는 무작정 외우는 것은 싫어하는 성격이지요. 그래서 그런지 물리 과목이 특히 좋았었읍니다. 언뜻 보기에 무질서하게 보이는 것을 질서있게 설명할 수 있는 매력에 끌렸던 것 같아요. 역학 분야는 아주 재미 있었읍니다. 생물의 경우는 흥미가 덜 했는데, 현장관찰 등이 있었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과학공부를 해나가는 남다른 요령 같은 것이 있었는지……
"과학은 논리적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생각해 나가는 과정에서 기쁨을 찾아야 하겠지요. 스스로 탐구하는 노력 속에서 하나하나 알아내는 태도가 인간적 성숙을 위해서도 도움이 되겠지요. 시험 준비를 위한 공부는 어쩌면 낭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시험은 어쩔 수 없는 현실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 나름의 공부방법을 한 가지 소개하지요. 저는 공식을 그대로 외우는 데 찬성하지 않습니다. 공식이 나오기까지의 논리적 과정을 항상 생각하지요. 그래야만 원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어떤 형태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읍니다. 한가지 요령은 추상적인 공식을 구체화시켜 보는 것이지요. 예를 들면 y=x²이라는 식이 있다면 x값에 여러가지 숫자를 대입해 y라는 함수의 성격이 어떤지를 확인해 보는 것입니다."
고등학교에서의 과학교육이 대개는 단편적이고 전문적인 쪽으로 흘러 과학적 사고를 가르치는 기본적인 면이 소홀한 것 같다고 지적하는 김군은 고등학교 때 부터 철학서적을 자주 접해 학문자체에 대한 애착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물리학을 열심히 공부해 학자로서의 길을 걷겠읍니다. 아울러 폭넓은 독서를 통해 편협하지 않고 사회적, 윤리적 의식을 지닌 과학자가 돼야겠지요. 아버님 말씀대로 '파괴를 위한 연구'가 아닌 '건설을 위한 연구'에 매진하겠읍니다."
지금의 물리학하고는 전혀 다른 새로운 물리학을 창조하겠다는 것이 그의 꿈이다. 단대부고 졸업. 머리를 식히기 위한 취미가 탁구인데 현정화 선수를 좋아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