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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을 벗은 소련의 군항도시 블라디보스토크(Vladivostok)

반세기 이상 장막에 가려져 있던 소련의 극동 최대도시가 바야흐로 활짝 열리려 하고 있다. 그 첫걸음으로 대형 화객선 숄로호프호가 그곳에서 우리나라에 왔다. 그 도시의 모습을 살펴본다.

소련은 새로운 외교정책의 하나로 수십년 전부터 지금까지 외국인에게 개방을 금지해온 소련 태평양함대 모항 블라디보스토크를 개방하게 된다고 지난 9월초 소련 공산당 기관지 이즈베스티야가 보도했다. 이즈베스티야는 "이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며 우리나라가 새로운 정치적 독창력을 발휘한 결과"라고 찬양했다.

소련은 주요군사시설을 보유한 블라디보스토크 같은 도시나 대부분의 국경도시등 국토의 상당부분을 외국인 출입금지 구역으로 묶어두고 있다.

이즈베스티야는 블라디보스토크의 개방시기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85년에 이 도시를 방문한 외국인이 14명이었는데 87년에는 3백명으로 늘었다"는 블라디보스토크 제1부시장 '둘로프'의 말을 인용, 이 도시가 외국인에게 닫혀 있다는 말은 이제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시가지의 일부.중앙에 보이는 동상은 「소비에트 투사의 상」이다.그 저쪽에 많은 배가 정박해 있는 곳이 골든혼이다.


베일을 벗는 도시의 모습

블라디보스토크(Vladivostok·동방의 지배자라는 뜻)항은 제정러시아시대의 해군기지였다가 혁명후에 태평양함대 기지가 되어 군사기밀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로 외국인에게 개방이 금지되어 왔다.

그러나 '고르바초프'의 '그라스노스트'(정보공개) 정책이 진전되면서 이런 금지조치가 차츰 완화되어가는 경향이며 블라디보스토크항도 문을 활짝 열려하고 있다.

영구적인 전면개방은 현지 당국자에 의하면 "1990년 이후가 될것"같으나 그에 앞서 이 항구도시의 모습 일부가 공개되었다.


블라디보스토크


블라디보스토크는 해안에서 산쪽으로 향하여 단구상(段丘狀·침식의 부활이나 땅의 융기로 강가 호숫가 바닷가에 생기는 계단 모양의 지형)으로 이루어진 자연의 지형을 교묘하게 살린 도시다. 단구와 단구 사이로 이어진 거리의 곳곳이 비탈길로 되어있다. 이런 고갯길 때문에 변화가 풍부하고 전망이 좋다. 그러나 추운 대륙의 나라 소련의 체제 때문인지 화려한 분위기는 없다.

인구는 현재 63만명. 지난 5년간에 배가 늘었으며 21세기 까지는 80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시 당국은 인구급증에 대비하여 주택증설과 정비를 서둘고 있으며 시가지를 걷다보면 건축중인 고층아파트가 많이 눈에 띈다. 그러나 시내에는 새로 더 많은 집을 지을만한 땅이 거의 없어 '아무르'만에 면한 석유저장기지를 교외로 이전하고 그곳을 주택단지로 조성할 대규모계획을 세우고 있다.

'태평양을 내다보는 창'이라 불리는 블라디보스토크는 극동 최대의 교통의 요충이기도 하다. 여행자들로 하루종일 붐비고 있는 항구 바로 옆의 블라디보스토크역과 모스크바간의 9천2백96km를 시베리아철도의 급행열차가 달리고 있다. 이것은 세계에서 가장 긴 거리를 달리는 열차이다.

항구는 극동의 각지로 가는 정기항로와 통해 있다. 그중에서 캄차카항로와 사할린 항로가 가장 붐비고 대형여객선이 취항하고 있다. 또 북극해와 태평양을 잇는 소련 북빙양 항로의 종점이기도 하다.

블라디보스토크 거리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곳은 시의 중심부에 우뚝 솟은 '브라초크' 산일 것이다. 정상이 두곳이 있어 그곳 사람들은 쌍동이봉이라고 부른다. 표고는 3백50m정도.

시민과 여행자들은 이산의 전망대에 올라가 조망을 즐긴다. 여기서 본 정면의 항구가 유명한 '표트르'대제만이다. 이 만은 '자라이트로그'(金角灣·Golden horn)라고도 한다. 터키의 이스탄불과 지형이 비슷하다하여 같은 이름을 붙였다는 해석이 있다.

자라이트로그는 가로 5km 세로 2km 정도의 거의 장방형 모양을 하고 있으며 그 규모가 큰편은 아니다. 항만의 입구는 동남동쪽에 하나가 있을뿐으로 이곳을 빠저나가면 바로 동해다.

동쪽의 맞은쪽 연안은 어항이고 단구상으로 펼쳐진 그 뒤쪽에는 고층아파트군이 늘어서 있다. 오른쪽의 남쪽 기슭은 군항겸 조선소로 대형 크레인이 우뚝우뚝 서있다. 긴 안벽에는 상선에 섞여 선체에 회색칠을 한 군함이 여려척 있다.

87년7월 이곳을 방문한 고르바초프 소련공산당 서기장은 "태평양 정세가 호전되면 블라디보스토크를 외국인이 방문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문제도 곧 해결 될것"아리고 연설했다.

그로부터 1년 남짓, 서울올림픽참가 소련선수단 1진 27명과 관광객 56명 선원 1백78명이 탄 소련 여객선 미하일 숄로호프호(12,798t. 선장 니요호프 니콜라이·61)가 지난 9월1일 그곳 블라디보스토크항을 떠나 3일 부산에 입항하였다. 이 블라디보스토크는 한말이래 우리 동포들의 망명 무대가 된 연해주(沿海州·Primorskii)의 수도이기도 하여 우리나라와 관련이 깊다.

1988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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