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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재료에서 광통신 재료까지. 이제 생물의 기능을 모방한다.


30년정도 전에는 폴리머(중합체)라고 하면 섬유 필름 도료 등 일부의 용도에 한정되었다. 즉 대부분은 간편하며 값싼 플라스틱재료로 밖에 사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재료과학의 눈부신 발달에 힘입어 폴리머의 용도는 일신되었다. 현재 어떤 종류의 폴리머는 알루미늄과 그밖의 구조재료를 대신해 높은 온도와 큰 기계적 힘을 받는 분야에 응용되고 있다. 또 어떤 폴리머는 전자공학 광통신 컴퓨터 분야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런 새로운 역할이 가능하게된 것은 폴리머의 성질전반에 대해서 광범한 제어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폴리머의 성질은 기본적으로는 어떤 모노머(단량체)을 선택하여 그것을 어떻게 연결하는가에 달려있다. 이러한 연구를 분자설계라 부른다. 분자설계를 할 때는 분자의 화학적 조성 뿐 아니라 분자의 형태도 분자전체의 성질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염두해둔다.
 

이런 연구의 결과 얻은 수확중의 하나가 우리나라에서도 개발한 바가 있는 아라미드섬유이다. 이 섬유는 강철에 필적하는 인장강도를 갖는데 고분자의 사슬에 방향족고리를 집어넣어 고분자를 경화시킬 수 있다는 분자설계에 의해 착안될 것이다. 즉 경화된 폴리머는 액정(液晶)상태를 이루며 여기서 뽑아낸 섬유는 약한 분자간 결합이 아니라 다이아몬드와같은 탄소간 공유결합을 이루기 때문에 강인한 성질을 갖게되는 것이다.
 

고성능폴리머는 또한 복수의 폴리머를 섞어서 만들기도 한다. 예컨대 폴리카보네이트와 폴리부틸렌텔레프탈레이트를 섞으면 망상(網狀)구조를 이루어 열과 용제(溶劑)에 대한 저항성이 원래의 폴리카보네이트 보다 커진다. 이 고분자는 범퍼와 같은 자동차부품에서 금속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의 내구력을 지니고 있다.
 

최근에 급속히 발전하는 폴리머 가공기술로서 상이한 폴리머를 서로 층상으로 배치하여(한 층의 두께는 10㎛)층상구조를 만드는 법이 있다. 이 구조는 폴리머 막(膜)의 성능에 특히 중요하다. 이 막은 다양한 기능을 갖는데 예컨대 세균도 통과 시키지 않는 미세한 구멍을 갖는 것, 특정의 액체와 가스는 통과시키나 물과 수용액은 통과시키지 않는 것, 해수를 담수화하는 것, 공기에서 산소만 분리해내는 것 등 다채롭다.

 

응력에 정확히 대응하는 생체고분자. 콜라겐이라는 폴리며의 단발인 '피브릴'이 파도모양을 이뤄 탄력이 좋은 힘줄(위)와 피브릴이 교차배영한 장의 벽(아래).


생물학에서 배운다


고분자연구자들은 요즈음 거대분자를 조작하기 위한 보다 앞선 새로운 수법을 찾아내기 위해 생물학에 눈을 돌리고 있다. 예컨대 힘줄의 구조는 하나의 교훈을 준다. 힘줄은 대부분이 섬유상 단백질인 콜라겐 즉 생체고분자로 되어 있어 다른 물질의 겔상태 모재(母材)속에 묻혀있다. 그 구조는 6종류의 상이한 수준의 조직이 계층상을 이룬다. 가장 미세한 수준은 거대분자이다.
 

이 구조는 힘줄이 받는 힘을 반영하고 있다. 즉 힘줄에 큰 힘이 걸릴 때 구조의 조그만 성분은 따로따로 잘라진다. 이 부분적인 절단에 의해 에너지가 흡수되어 전체시스템의 파멸적인 절단을 방지해 준다.
 

이처럼 계층상의 조직으로 힘에 대처하는 원리를 고분자과학이 흉내내기 시작했다. 많은 새로운 폴리머를 기지재료로하는 복합재료에서 보강재료를 재료가 받는 힘을 예상하여 늘어놓는다. 2~3종의 합성폴리머는 복잡한 구조를 스스로 조립해가는 생체거대분자의 능력을 갖고있기까지 하다.
 

하나의 예가 사출성형(射出成型)했을때 석면상의 층 즉 표피가 발생하는 분자가 고도로 방향성을 갖는 재료이다. 분자의 방향성은 재료를 강화시키며, 석면상의 층은 손상을 부분적으로 흡수하는 역할을 해 폴리머표면을 튼튼하게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생체재료의 연구에 의해 합성폴리머의 새로운 계층구조 설계가 얻어진다는 것은 자못 흥미롭다. 아무것도 아닌듯한 생물학의 한 분야가 폴리머의 설계에 강력한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21세기의 도전에 대응해 폴리머는 이처럼 보다 복잡한 구조의 시스템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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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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