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시대에 있어서 위성통신의 중요성은 한마디로 절대적입니다. 적도상공 3만7천km 지점에 통신위성을 쏘아올려 이용하면 넓은 지역에 걸쳐 방송의 난시청문제가 자동해결되고 TV화면의 질도 현재보다 훨씬 선명해집니다. 뿐만아니라 동보통신(同報通信)과 이동통신(移動通新)등 각종 통신기능이 원활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읍니다."
굳이 전파과학에 관한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통신위성이라는 것이 지구와 함께 돌고 있기 때문에 지구반대편에서 벌어진 월드컵축구경기실황을 안방에서 시청할 수 있었다는 정도는 알고 있다. 요즘엔 아시안게임의 생생한 장면이 역시 통신위성을 거쳐 전세계로 전달되고 있기도 하다.
바야흐로 위성통신시대를 만끽하고 있는 셈인데, 우리나라의 위성통신연구의 실무책임자인 정동근실장(44·鄭東根, 한국전자통신연구소 위성통신연구실)은 위성통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국내용 통신위성 하나도 띄우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실정을 걱정한다.
-우리나라도 90년대에는 자체의 통신위성을 쏘아올린다는 계획이 마련된 것으로 아는데요. 현재 어느 단계에까지 와 있읍니까?
"네. 90년대 중반에 위성발사계획을 세워놓고 있읍니다. 그동안 이에 대한 타당성 조사도 있었고, 우리나라의 우주과학기술 개발에 관한 기초조사연구도 있었읍니다. 그동안 이에 대한 타당성 조사도 있었고, 우리나라의 우주과학기술 개발에 관한 기초조사연구도 있었읍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확정적인 결론은 안나있는 상태인데요. 예정대로 95년경 국내용 통신위성을 발사하자는 의견도 있고, 인텔새트 위성이나 기타 다른 위성을 임차해서 국내방송통신용으로 쓰자는 안도 제기되고 있읍니다."
-정실장께서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95년전후에 우리가 단독으로 사용할 통신위성을 발사하되, 그 이전인 88년 7월 전후 즉, 서울올림픽에 맞추어 다른 나라의 위성을 임차해 미리 위성통신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래야 전국의 방송중계채널을 위성방송중계로 바꾸고, 일부 낙도지역에도 TV와 통신수단을 제공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려면 87년초부터는 서둘러 설치를 시작해야 합니다."
-물론 통신위성을 띄우면 좋은줄은 알겠읍니다만, 비용이나 기술문제 때문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읍니까.
"중형크기의 통신위성 하나를 쏘아올리기 위해서는 발사체와 위성체값으로 83년 5천만달러가 든것으로 알고 있읍니다. 그런데 적도궤도위에 쏘아올리는 위성체는 고장에 대비해 2개를 올려야 합니다. 그리고 위성체의 수명이 길어야 10년이므로 10년주기로 계속 발사해야 합니다.
기술문제의 경우, 지상 설비는 가능하겠지만 위성체를 우리손으로 제작, 발사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따라서 95년에 우리의 위성을 발사하게 된다면, 그때는 일단 외국기술에 많이 의존하되, 그 다음 10년후 발사할 때는 우리손으로 직접 할 수 있도록 기술을 배워야 할 겁니다"
-아까도 통신위성의 장점을 잠깐 언급하셨읍니다만, 얼마나 효용가치가 있길래 엄청난 비용을 들여가며 위성을 쏘아올리는 것입니까.
"통신면에서는 한 지점에서 동시에 여러 지점으로 송수신이 되는 동보통신에 유리합니다. 예를 들어 대기업의 본사에서 각지의 지사로 일제히 통신이 가능한 비지니스통신, 증권회사나 보험회사 은행 금융기관의 전국적인 동시통신, 바다에서의 어로용통신이 모두 해당됩니다. 이같은 통보통신읜 위성을 통하지 되므로 일일이 라인(線)을 깔지 않아도 됩니다. 반경 1백km가 넘으면 위성을 이용한 동보통신이 더욱 유리합니다.
이동통신이라는 것은 예를 들어 비행기 안에서도 전화를 거는 것을 말하는데, 앞으로 정보화시대가 될수록 이동통신의 중요성이 커질 전망입니다. 이것도 통신위성을 이용하면 수월합니다. 이외에도 효용가치가 많겠읍니다만, 특히 TV 전파가 산같은 지형지물의 장애로 인해 난시청지역이 생기는 현상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읍니다."
-위성통신시스템이 하루빨리 갖추어져야 되겠읍니다만, 현시점에서의 우리나라 통신기술의 수준은 어느 정도나 되겠읍니까?
"한마디로 문제가 많습니다. 그동안 전화적체해소에 주력하다가 보니까 다른 부문이 뒤떨어지고 말았어요. 통신의 전산화개발도 뒤떨어졌고, 국내외의 주파수 배정과 할당 같은 전파의 교통신호정리 작업도 급한 일입니다. 방송·통신관련 기자재도 수출보다는 수입하는 쪽입니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 워싱톤대에서 통신공학을 전공, 석사학위를 딴 정실장은 그동안 체신부, 미국 COMSAT연구소 등을 거쳐 79년부터 한국전자통신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다. 경력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자통신방면의 최일선에서 뛰어온 셈이다. 결국 전파를 다루는 일이 주업무라 하겠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전파에 대해 물어보았다.
"전파 하면 흔히 방송이나 통신수단으로 이해하고 있읍니다만, 실제로는 그 쓰임새가 무궁무진합니다. 어로용전파라든가 의료용전파, 고주파가열기 같은 공업용 전파 심지어는 태양에너지를 이용하는데도 전파가 요긴하게 쓰이고 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