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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직업병을 경계하자

이용자 거의가 증상을 호소

대표적인 증상은 눈이 피로하고, 목줄기가 뻐근하다는 것인데, 여성의 경우 유산과 이상출산도 초래한다.

 

컴퓨터가 우리 사회에서도 많이 보급되면서 이와 관련된 업종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어느 직업이든 대개는 그 작업상의 특징에 따라 부작용이 있게 마련이며, 때로는 직업병으로까지 발전되기도 한다. 컴퓨터도 역시 그 특수성에 따른 문제점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컴퓨터의 보급과 이용에 관한 정보만 무성한 실정이지만 컴퓨터의 부작용을 방치할 경우 의외로 심각한 타격을 초래할지도 모른다. 구체적으로 컴퓨터가 인간에게 미치는 부작용은 무엇이며, 그 대책은 어떤 것인지를 살펴보자.
 

컴퓨터의 보급과 이용자의 확대에 따라 가장 큰 문제점은 컴퓨터를 조작하는 사람들의 건강이다. 컴퓨터가 널리 퍼짐에 따라 여기에 종사하는 남녀 종업원의 수도 많아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이들의 건강에 대한 산업재해가 각국에서 문제시되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조사해서 밝혀낸 정확한 자료가 없지만 일본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상당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유수한 컴퓨터 자료회사인 '닛게이'(日經)컴퓨터지가 작년 5월에 조사한 보고에 따르면 컴퓨터 단말기(VDT)를 조작하는 3명중 2명이 눈이 아프다고 했고, 10명중 4명이 목줄기가 뻐근하다고 한데다 5명중 1명이 가끔 물체가 흐리게 보인다고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조사는 컴퓨터잡지 구독자 가운데 5천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추출에 의하여 무기명 응답식으로 조사한 것인데 노동위생연구로는 높이 평가받은 조사이다.
 

동 조사의 내용을 보면 응답자 2천15명 가운데 69.2%(일부 복수응답포함)가 현재의 자각증상으로 눈이 피로하다고 응답했고 39.6%가 목이 뻐근하며 25.3%가 눈이 아프다고 답하고 있다.
 

그러니까 일부 중복응답이 있기는 해도 결국 컴퓨터를 조작하는 사람 치고 어느 한사람도 아무 증세가 없다고 응답한 사람이 없다는 뜻이 된다.
 

한편 터미날을 상대로 한 작업이 끝난 뒤에 나타나는 주된 자각증세를 물은데 대해서도 역시 눈이 아프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어 55.3%를 차지한 것으로 되어 있다. 컴퓨터를 조작한다는 일이 그만큼 심신에 장애를 많이 가져온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목줄기가 뻐근하다가 24.9%, 눈이 따갑다가 20.0%로 나타나고 그밖에 소수 증상으로는 물체가 흐려 보인다. 팔이 아프다, 낮에도 졸린다, 손가락이 아프다, 눈물이 난다, 등의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일본의 노동단체에서 컴퓨터관련 근로자에 대한 안전위생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컴퓨터화가 진행된 업종 가운데 전자제품 제조업, 우체국 예금계, 은행, 항공사 예약부, 워드 프로세서 조작, 컴퓨터 입력용역 등 직종에도 여러가지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일을 시작한지 2년이 된 여성근로자의 경우, 작업중에 팔이 무겁고 가끔 손목이 시며 머리가 아픈 증상이 생겼다는 호소는 전자부품 메이커의 예이다.
 

또 은행에서 컴퓨터를 조작하는 여자행원의 경우는 터미날 화면을 보다가 흰 종이를 보면 흐릿하다가 분홍색으로 보인다는 증상을 호소한 예도 있어 결과적으로 거의 모두가 어떤 종류의 건강장해가 생긴것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비슷한 조사보고는 일본뿐 아니라 미국이나 캐나다에도 있다. 미국의 마이크로 웨이브 뉴스사가 작년 3월에 보도한 'VDT의 건강과 안전'이라는 기사에 따르면 컴퓨터 터미날을 조작하는 여성근로자 가운데는 결혼후 유산이 많다는 지적도 있고 또 이상출산의 예도 몇건씩 보도되고 있다.
 

캐나다정부는 작년 3월에 컴퓨터조작 여성근로자에 대한 조사위원회를 설치한 뒤 첫 보고서를 냈는데 거기에서 심각한 건강장애가 있음을 지적하고 보다 자세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X선의 양과 인체에의 영향
 

이러한 사회일반의 지적이 나옴에 따라 일본 노동성이 본격적인 조사에 나섰다. 여러 조사에서와 같이 컴퓨터 터미날을 조작하는 근로자에게 정말로 특별한 건강장해가 있는지 그 인과관계를 규명키로 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컴퓨터 터미날 조작이라는 작업환경과 근로조건이 지금까지 보고된 신체장해의 증상예와의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가를 규명하여 터미날 사용에 대한 근로자 보호의 지침을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이 계획의 추진을 맡고 있는 일본 노동성 산하의 산업의학종합연구소 담당자에 의하면 '직종이나 작업조건, 근로형태, 작업시간 등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이나 증세의 정도, 조명이나 공기 등 환경조건과의 영향 등을 비롯하여 다른 직종과의 비교 등 보다 근원적인 여러가지 문제를 조사 규명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구체적인 조사로는 컴퓨터 터미날을 쓰고 있는 사업장 1천개소를 선정하여 설치장소 조명조건 공기상태 조작시간 휴식시간 연령 평소의 건강 취업기간 등 여러 조건을 먼저 체크하고 다시 면접조사에 의하여 자각증상을 조사한 뒤 이들의 연관을 규명하여 작업환경과 증상과의 인과관계를 밝혀내기로 예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구미쪽에서 터미날을 조작하는 여성근로자 가운데 유산이나 기형아출산이 보이는 것은 브라운관에서 나오는 방사성 X선과 어떤 관계가 있다고 추리하는 연구도 있다. 여기서 일본 보건물리학회에서는 이에 관련한 X선의 측정을 시작하고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이 조사는 각국에서 제작된 컴퓨터 디스플레이 터미날 등 8종의 장비와 2대의 텔레비전 등 10종의 브라운관 내장기기를 가지고 정면 측면 뒷면 등에서 브라운관으로부터 나오는 X선의 방사량을 측정했다. 이 결과에 의하면 브라운관의 밝기를 최대로 높여 놓았을 때라도 누출되는 X선의 양은 자연계의 방사선량에 비하여 5% 이하였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화면에서 30cm만 떨어진 거리에서 작업한다면 인체가 받는 X선의 피복량은 시간당 10만분의 1램(램은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의 단위) 이하로 되기 때문에 거의 무시해도 좋을만한 양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지금부터 10여년 전에 대만의 한 연구기관이 TV나 컴퓨터 터미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바가 있다. 당시 측정한 방사선의 양은 자연계의 방사량과 비슷한 것으로 보고됐었다.
 

최근의 측정치가 5~10% 정도인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데 아마도 그 사이에 반도체와 진공관 등 소재의 변화에 따라 방사선량이 감소된 게 아닌가 여겨진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컴퓨터조작 근로자들에게 나타나는 여러가지 신체적 증상이 반드시 컴퓨터에서만 볼 수 있는 특수한 현상이냐, 아니면 손과 팔과 눈을 주로 쓰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오는 피로현상인가 하는 상관관계도 규명되어야 할 문제인 것이다.
 

게다가 브라운관에서 나타나는 방사선은 비단 X선만이 아니라 적외선 마이크로파 등 다른 것의 방출도 생각할 수 있어 그런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는 소리도 있다.
 

더우기 사람은 스트레스를 느끼며 그 영향이 매우 크다. 신체상에 나타나는 여러가지 증상이 비단 기계적인 터미날조작탓만이 아니고 정신적 스트레스의 영향도 고려되어야 할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X선과 인체의 영향


컴퓨터 사용과 정신건강
 

컴퓨터가 일반화됨에 따라 그 배후에서 일하는 프로그래머, 시스템 엔지니어, 시스템 아날라이저 등 전문적인 소프트웨어 개발과 운영에 종사하는 스탭들의 수도 늘어가고 있다. 특히 컴퓨터 관련의 전문용역업체가 늘어감에 따라 이들의 근로조건과 건강 및 위생문제가 주목을 끌고 있다.
 

이러한 컴퓨터 스탭들의 작업은 주로 밀실 속에서 이루어지는 고도의 지능작업이며, 용역업체의 스탭들은 항상 시간과 성과에 쫓기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강박증상이나 정신적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것으로 여러 예가 보고되고 있다.
 

일본의 어느 컴퓨터 용역회사에는 스탭부문에 85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식욕감퇴 성욕저하 불면증 체중감소 등 증상이 호소되고 있으며, 심신증 조울증 초조긴박감 등의 정신증상을 호소하기도 했고, 30세 미만에 퇴직하는 사람이 30%를 넘고 있다고 한다.
 

왜 이렇게 되는가에 대해서는 이론이 많다. 일설에 의하면 컴퓨터는 2진법을 쓰고 있는데 성년기까지의 교육과 사회가 10진법으로 되어 있어 이 사이의 적응상의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또 프로그램과 시스템을 설계하여 기계에 명령하고 그 기계가 제대로 말을 잘 들으면 기쁨을 맛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기계가 요구하는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하여 전 과정의 에러를 다시 체크해야 하기 때문에 거기서 생기는 신체적 정신적 피로와 스트레스가 심각하다는 견해도 있다.
 

특히 이들 스탭은 고도의 다이나믹한 두뇌작용을 요구받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35세만 지나면 무용화된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어 최첨단 직업이라는 자부와 긍지에 비하여 장래에 대한 비관적 처지도 문제로 되고 있다.
 

가까운 일본의 예를 보면 매년 컴퓨터관련 스탭 종사자들의 자살과 정신병원 입원이 늘고 있다는 보고도 있고 한동안 우수한 인재가 컴퓨터 방면에 몰리다가 최근에 와서는 그런 현상이 뜸해진 것 같다는 지적도 있다.
 

사실 컴퓨터는 사람이 만들어낸 기계 가운데서는 가장 걸작품에 속한다. 그 걸작품이 이제 제5세대까지 이르면 사고와 추리까지 가능하게 되어 어쩌면 사람의 영역을 초월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일부의 우려도 나돌고 있다.
 

그러나 이 걸작품을 다루려면 그에 필요한 조작기술을 요하게 된다. 그 기술을 익히지 않으면 전혀 소용이 없고 또 그 기계는 미리 정보를 넣어 놓고 대응하는 정보자료를 주지 않으면 안되는 기본적인 약점이 있다.
 

그 약점을 보완하고 개발하는 것이 시스템관련 스탭들이며 이들이 개발하고 이끄는 소프트웨어에 의하여 컴퓨터는 운용되는 것이고 거기서 소기의 성과를 얻게 된다.
 

지금까지 컴퓨터가 발전해온 역사를 볼 때 보다 조작하기 쉽고 쓰기 쉬운 방향으로 개량되어 왔다. 그러나 기본적인 조직이나 구성에는 그렇게 큰 차이가 없다.
 

심하게 말하면 컴퓨터는 보다 우수한 여러 사람의 건강과 노력을 리듬으로 하여 발달한 기계로서 이 기계는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을 먹고 자라게 될 것이며 5세대 이후의 지능컴퓨터 역시 새로운 땀과 시간을 먹고 자랄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방면에 종사하는 여러 사람들의 노고를 덜고 그 사람들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과 위생에 대하여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 당면한 문제이다.
 

우리나라의 사정으로 본다면 워낙 일터에 비하여 일손이 남아도는 형편이므로 다소의 직업병이 생긴다고 하여 크게 문제삼지도 않고 또 본인도 참는 길 밖에 없다고 체념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행복을 위한 인간의 노동에 있어 그 자체가 인간의 건강을 해친다면 서둘러 그에 필요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옳고 그 경우 우리는 후발효과를 십분 발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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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원종익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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