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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방 앉아서 네트워크 통해 원격수업

세계의 선진각국은 지금 첨단을 자랑하는 문명이기 컴퓨터를 이용해 빈사 상태에 빠진 교육을 살리는 데 온 힘을 쏟아붓고 있다. 이들 국가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한 나라의 경쟁력이 어디에서 출발하는지, 그리고 이를 위해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심사숙고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20세기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위대한 발명품 가운데 하나인 컴퓨터. 컴퓨터가 지난 10여년동안 우리의 생활에 불러 일으킨 변화의 메아리는 지금까지 그 어느 것보다 크게 울리고 있다. 컴퓨터 자체의 기술발전과 이에 연결되는 통신기술의 발달로 컴퓨터는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에서부터 가정생활에 이르기까지 사회 구석구석을 파고들면서 사회의 근본구조를 뒤흔들어놓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인간을 인간답게 성장시키는 교육도구로 컴퓨터를 활용하거나, 반대로 컴퓨터가 인간을 교육시키려는 계획들이 세계 도처에서 신중히 시도중이다. 각국에서 추진되고 있는 컴퓨터 교육의 목적은 상황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이른바 '21 세기 정보화사회의 필수품' 이라는 컴퓨터의 사용능력을 키우는 동시에 능동적 학습능력개발, 창조성개발, 수리능력개발, 사회활동, 언어능력개발, 평생교육 등의 효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컴퓨터 교육의 가장 큰 걸림돌은 아직 좋은 소프트웨어가 풍부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유아들에게 컴퓨터교육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그렇다면 몇살 때부터 컴퓨터교육을 시키는 것이 좋은가 등 유아교육학자들 사이에 아직 논쟁이 계속되고 있기도 하다.

컴퓨터교육 반대론자들이 흔히 컴퓨터 교육의 폐해로 드는 것은 사람보다는 컴퓨터와 대화하기를 즐기고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해 결국은 기계적이고 폐쇄적인 사고를 가진 인간으로 성장하는 기형적인 사례들이다. 그러나 이같은 단점을 보완해 절대다수에게 현재 보다 나은 교육을 제공한다면 굳이 컴퓨터 교육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과제를 공동으로 작성하고 있는 미국의 중학생들.


졸업식날 처음 등교하는 학생들

미국 뉴저지주 트렌턴시의 건립된 지 84년된 고색창연한 주정부청사 2층에는 가로 1m 세로 60㎝ 남짓한, 미국 디지털 이퀴프먼트사(DEC)가 제작한 'VAX-4000' 미니컴퓨터 한 대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작동한다.

이 컴퓨터의 임무는 다른 컴퓨터와는 완전히 다르다. 즉, 주정부의 업무를 전산처리하는데 쓰이는 것이 아니라 직장생활에 바빠 대학캠퍼스에서 공부를 하기 어려운 사회인들이 대학과정을 컴퓨터로 이수하는데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컴퓨터와 모뎀, 그리고 전화선으로 연결된 학생들에게 학습과제를 내주고 학과토론, 중간고사 일정까지 모두 이 컴퓨터가 처리해준다. 토마스에디슨 뉴저지주립대학이 운영하고 있는 이 컴퓨터 대학강좌에는 미국과 세계 68개국에서 9천명의 학생이 등록해 교수 얼굴 한 번 볼 필요없이 대학과정을 밟고 있다.

에디슨 대학의 컴퓨터대학은 이미 미국의 교육관계 전문가들로부터 직장이나 가정 사정 등의 이유로 정상적인 캠퍼스 생활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집에서 학업을 마칠 수 있게 해주는, 획기적인 하이테크의 개가로 극찬을 받고 있다.

이 대학의 윌리엄 시튼 성인교육프로그램 부장은 "모든 교육이 컴퓨터로 처리되긴 하지만 '컴퓨터평생교육(CALL:Computer Assisted Lifelong Learning)'이란 상호작용식 네트워크 덕분에 정원 50명 이상인 기존의 대학 학과보다 교수나 학생간의 접촉빈도가 더 높다"고 자랑한다.

학생들도 호평이다. 비록 교수의 얼굴을 한번도 보지 못했지만 언제라도 컴퓨터 화면을 통해 교수와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에디슨대학에 별도의 교수진이 있는 것은 아니다. 또 이 대학에는 다른 대학에 있는 도서관이나 학생회관이나 축구팀도 없다. 캠퍼스도 물론 없다. 주정부 청사 바로 옆에 5층짜리 대학본부와 몇 블럭 떨어진 곳의 2층짜리 사무실, 그리고 인근 뉴어크시와 캠던시의 작은 연락사무실이 대학시설의 전부다.

외형은 웬만한 기업의 본사 규모에 불과하지만 현재 미국전역과 세계 68개국에서 9천명의 학생이 컴퓨터로 이 대학의 강좌를 이수 하고 있다. 물론 해외에서 강좌를 들으려는 학생은 영어를 구사할 줄 알아야 하는데, 실제로는 대부분이 각지에 파견근무중인 미군부대 장병들이다. 재학생의 평균연령은 39세.

72년에 설립된 에디슨대학은 자체 교수진 대신 주내 일반대학의 교수 3백여명과 계약을 맺고 학생들의 학업지도 감독을 맡기고 있다. 학교측은 이들을 교수단(faculty)이라고 하지 않고 교사단(mentors)이라고 부른다. 이 교사들은 구체적인 학습방향을 정해놓고 가르치기 보다는 읽고 쓸 과제물을 주고 리포트를 받으며 질문에 답하면서 학생의 학습 발전 정도를 평가한다.

전자우편을 이용해 교사나 학우들과 대화를 나누며 읽을 과제물과 제출해야하는 리포트, 그리고 제출기한 등의 사항을 지시받는다. 교사들은 종종 전자메일을 통해 특정주제를 놓고 학생들의 의견이나 반응을 체크하기도 하는데, 어느 때는 며칠씩 하나의 주제를 놓고 학생들과 컴퓨터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학생들은 졸업식에 참석하러 트렌턴에 올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 학교방문이 된다.

그러나 이 대학의 컴퓨터 수강코스는 아직까지는 보완적인 교육방법에 머물고 있다. 작년의 경우 졸업생 9백6명중 졸업에 필요한 전학점을 컴퓨터수업으로만 딴 학생은 60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졸업생들은 일부 학점을 군대나 직장을 다니면서 다른 대학에서 이수하는 학점으로 보충해서 졸업장을 받는다. 에디슨 대학의 연간예산은 1천만달러 정도인데 이 가운데 40%를 주정부가 지원하고 있다.

멀티미디어 등장으로 논의 본격화
 

멀티미디어 기술은 교육용 소프트웨어의 제작에 새 장을 열었다.


멀티미디어 교육소프트웨어도 현재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분야. 미국의 정보고속도로 구상 자체가 광섬유망으로 모든 학교를 연결해서 교육의 질을 혁신하려는 것이 주목적의 하나였다. 미국에서는 25%의 학생이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성인 중 9천만명이 충분한 문장해독능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미국 정부의 조사결과에서 보듯 미국교육의 황폐상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클린턴 정부는 전국적인 평생교육계획을 세워서 과학과 수학능력의 향상, 전 국민의 문맹일소 등을 추진하고 있는데,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한 교육이 가장 효과적인 방안으로 제시된다. 일본에서는 이 분야가 2010년까지 6조1천억엔 규모의 거대한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드시 이같은 연유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교육소프트웨어산업은 최근 들어 급신장하고 있다. 빠른 성장의 계기는 이들 소프트웨어의 내용이 종래의 단조로운 방식에서 벗어나 멀티미디어 형태에 대화형으로 발전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어린이나 학생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서 다양한 시청각방법을 원용해 문제를 풀거나 지식을 얻도록 유도하고 있고, 오락적인 요소를 가미해서 교육과 오락의 두 낱말을 합친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라는 새로운 단어까지 생기고 있다. 이러한 에듀테인먼트 소프트웨어는 모든 연령층의 어린이와 학생에게 맞는 다양한 수준으로 만들어져 있고, 대학생이나 사회인용으로도 만들어지고 있다.

이들 멀티미디어 대화형 소프트웨어는 CD롬 드라이브가 설치된 멀티미디어PC의 보급 대수가 약 1천만대까지 늘어나면서 높은 신장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전국가적인 정보토대가 구축되고 호혜평등의 서비스원칙에 따라서 모든 학교에, 그리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까지 고속통신망이 접속되면 더욱 급신장할 전망이다. 94년에는 2억5천만달러로 전망되고 있으며, 90대년말까지는 10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샌프란시스코의 한 투자자문회사는 추정하고 있다.

멀티미디어의 교육효과가 높다는 것은 거의 모든 교육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학생들의 진도에 맞춰 개별지도가 가능하고 자신감을 심어주며, 지적흥미를 유발해 외부 세계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등 여러 가지 측면의 효과가 지적되고 있다. 예를 들어 멀티미디어교육을 도입한 뉴욕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주교육위원회가 정한 학생들의 최소 학업수준이 1인데 비해, 1백44명의 학생이 수학에서 8이라는 놀라운 성취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미국의 교육은 이러한 멀티미디어 대화형 프로그램을 축으로 해서 근본적으로 재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으며, 몇몇 주정부에서는 이 방향으로 이미 움직이고 있다.

네트워크를 활용한 원격교육은 실시간 방식과 비실시간 방식의 두가지가 있다. 실시간의 원격교육(Tele-teaching)은 교실을 고속 디지털회선으로 연결해 멀티미디어 통신으로 교수의 강의를 멀리 떨어진 교실에 송신하는 것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92년 후반에 지역전화회사인 나이넥스가 뉴욕주 내의 학교를 대상으로 광대역망을 연결해 이 실험을 시작했고, 벨 사우스도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이 실험에 착수했다.

비실시간 방식은 강의를 미리 녹화해 두고 VOD(주문형비디오)형식으로 이용자의 요구가 있으면 송신하는 것이다. 기업의 전용선이나 케이블TV망 등을 이용하면 경제적인 운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시간 방식보다 비용이 절감된다. 따라서 실시간 방식보다 더욱 빠른 시간에 큰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 공과대학도 대규모의 원격교육을 계획하고 있다. 학생 수 1만6천명, 교수 9백 50명을 가진 이 대학은 고속통신망을 단계적으로 구축해 올해 1백50Mbps(초당 1백만비트)로 1백9개의 수업을 동시 접속할 계획이다. 이미 94년까지 IBM과 협조해 멀티미디어 강의개발센터의 설립과 고해상도의 투사장치 및 음성장치가 구비된 '전자교실'을 설치했고, 39개의 건물과 대기숙사를 통신망으로 연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이 대학을 비롯한 20개 주립대, 1백개 이상의 지역 대학, 퍼시픽 벨이 구축중인 병원망, 각종 연기구관들과도 네트워크로 연결해 원격교육을 실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강의에 대한 질의응답은 우선 전자우편으로 진행되는데, 이와 같은 원격교육은 교수충원효과와 교육의 질 향상에 크게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컴퓨터와 통신기술을 이용한 교육은 학교의 울타리를 넘어 그 영역을 확대시키고 있다.


'온라인 유니버시티' 열풍에 싸인 세계

유럽의 컴퓨터활용 원격교육도 미국에 뒤지지 않는 것으로 평가된다. 최첨단 원격교육 베텔(BETEL;Broadband Exchange over Trans-European Links)은 유럽의회가 소요재정을 지원하고 유럽위원회 산하 DG13 이사회가 선정, 93년 하반기의 시범 운영을 거쳐 94년부터 본궤도에 오른 시험 서비스.

제공속도 34Mbps급으로 본격적인 멀티미디어 원격교육을 실현한 베텔 프로젝트는 프랑스 텔레콤이 주도하는 유럽연합(EU) 차원의 계획이다. 당초 이 계획은 프랑스 남부 니스시 근교의 소피아-앙티폴리스 연구단지 내에 자리잡은 '앵스티튀 외레콤(Institut Eurecom)'의 학생들이 스위스 로잔시에 있는 교육기관 '연방 에콜폴리테크닉(EPFL)'의 교수들로부터 원격교육(tele-teaching)을 받는데 이용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었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스위스 제네바시 소재 CERN(유럽공동원자력연구소)과 프랑스 중부 리옹시의 IN2PN(핵물리학연구소)간의 데이터베이스 자료교환을 실현케 하는 것도 목적의 하나다.

유럽의 원격교육은 현재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정보고속도로 계획과 성격이 다르다. 미국의 전자업체들이 실시간 방식 기술을 오락 및 상업 목적을 우선으로 개발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공익 부문에서의 실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는 것.

또한 베텔 프로젝트는 단순히 4개 연구기관의 상호접속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계획은 94년 7월부터 유럽의 18개 통신사업자가 협력해 전 유럽지역으로 확대 실시되는 실시간방식 서비스의 신호탄인 것이다. 따라서 절대다수의 공익을 위한 정보 고속도로의 실현은 오히려 미국에서보다 빨리 유럽에서 실현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닌텐도의 나라' 일본의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컴퓨터에 익숙해져 있다. 일본 어린이들은 세살쯤부터 집에 있는 전자오락기기와 패미컴을 만지며 자란다. 오락의 수준을 조금씩 높여가다가 컴퓨터에 정식 입문한다. 국민학교 입학 전에 사설학원에서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하는 것이 보통.

도쿄의 구립국민학교들이 3대, 중학교가 21대씩의 PC를 지급받은 게 최근의 일이고 보면 가정과 사회에서의 컴퓨터 열기에 비해 학교는 이를 뒤따라가는 편이다. 그러나 70년대 일본에 분 게임기 열풍 초창기의 아동들이 현재는 대학이나 사회에서 중추적인 기능을 하는 세대로 부상했다.

일본에서도 94년 9월에 '온라인 유니버시티'구상이 발표돼 미국과 유럽의 경우와 유사한 실험이 추진되고 있다. 이 구상은 동경대 와세다대 등 일본의 16개 대학이 참여해 추진하는 것으로서, 원격강의 뿐만 아니라 쌍방향 네트워크를 통한 질의응답과 데이터베이스의 축적과 활용까지 포함된다. 일본전신전화(NTT)가 실험용으로 2.4Gbps(초당 10억 비트 전) 의 고속네트워크를 무상으로 공여해 이들 10개 대학을 연결해 강의를 상호교환 하며, 장차 인터네트를 이용해서 자택수강도 실현할 계획이다.

원격교육은 기업에서도 직원교육이나, 멀리 떨어진 지역간의 원격화상회의로도 이용될 수 있다. 원격교육의 개념을 넓게 확대하면 원격강의 뿐만 아니라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과정, 가상체험학습, 전자도서관 서비스 등을 포함할 수 있다.

방식과 응용분야에서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선진국들이 컴퓨터 교육에 이같은 열성을 보이고 있는 것은 국가 경쟁력이 교육에서 나온다는 대전제에 한결같이 동의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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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정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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