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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튼, 다윈이후의 영국의 현대 과학자 5인

티타임의 자유스런 대화에서 대담무쌍한 새이론이 탄생되고 있다.​

뉴튼, 다윈 이후의 전통을 자랑하며 60여 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 낸 과학의 본산 영국에는 천재가 들끓는다. 그 천재들을 통해 영국의 과학 수준을 가늠해본다.

 

새로운 기술 영국에서 탄생, 미국에서 공업화, 일본에서 상품화
 

과학기술의 톱 주자라면 우선 미국을 들 수 있다. 미국 국립 과학 재단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1953~1973년까지 세계적으로 행해진 기술 혁신 5백종 가운데 미국이 63%를 차지하며, 노벨상 수상자도 1백34명 으로 그 수는 2위인 영국의 배가 넘는다.
 

그러나 그 혁신성, 독창성을 보면, 미국에 뒤떨어지지 않는 나라가 영국이다. 또 미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영국인도 많다.
 

영국에서 개발된 혁신기술은 여러 부문에서 두드러지지만, 특히 괄목할 만한 것으로는 레이다, 제트여객기, 원자력 발전 등을 들 수 있다. 최근에는 IC, 조셉슨 소자, CT스캐너 등이 영국에서 탄생되었다.
 

이처럼 혁신적인 기술은 영국에서 탄생, 미국이 그것의 공업화에 성공하면 일본은 그것을 상품화한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영국의 '대처'수상은 이우스꽝스러운 연극을 이제 막을 내리게 하고 영국병이라 불리는 약체화된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과연 잠자는 사자는 눈을 뜰 것인가?

 

여기 소개하는, 기초과학의 천재들이 끊임없이 늘어나는 한, 영국의 영광은 다시 일어날 것이다. 일반적으로 영국은 물리학의 나라로 인식되고 있지만, 사실 그 이상으로 생물학 왕국이다. 그것은 원래가 농업국가인데다 자연에 대한 호기심이 과학의 모체를 이루고 있는 점에서 가능하며 바로 이런 환경 속에서 다윈이 배출되었다.

 

DNA구조를 처음밝혀


이 생물학 왕국에서 1953년 '왓슨'과 '크리크'가 DNA 구조를 해명했다는 것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말할 나위없이 그후 분자생물학, 유전자공학은 경이로운 발전을 거듭했던 것이다.
 

'시드니 브레너'(Sydney Brenner)도 이 천재들 중 한 사람이다. 분자생물학이 꽃피던 시기에 몇가지 중요한 연구를 해낸 그는 "천재 세 사람 몫의 일을 한 사람"으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분자생물학 교과서를 펴면 유명한 학자 몇 명이 나오나 그들은 특정 페이지에 한정되어 있다. 즉 특정시기에 특정한 업적을 낳은 것이다. 그러나 브레너는 곳곳에서 얼굴을 내민다."
 

연구부문에서 브레너와 라이벌 관계에 있는 일본 동경대학 모 교수의 말이다.
 

'왓슨'과 '크리크'에 의해 유전자의 본체가 DNA임이 밝혀진 이후 분자생물학은 "박테리오파지'유전학으로 발전했는데, 브레너는 여기에서 활약한다.
 

우선 박테리오파지의 형태학 연구상 획기적인 방법으로 알려진 네거티브 스테이닝(염색)을 고안해 냈다. 종래의 방법으로는 균체를 잘라 그 절편을 염색해서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그는 균체를 카본글릿드 위에 놓고 거기에 염색체를 부으면 파지 부분만 염색되는 간편한 방법을 개발한 것이다. 이 방법은 현재 단백질형태를 보는데 응용되고 있다.

 

이론과 실험을 겸비


그후 61년에는 DNA와 단백질의 매개역할로서 m(메신저)-RNA가 존재함을 예언하며, 유전암호가 3개의 염기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 또 그것은 단순하게 늘어서 있을 뿐이어서 어떤 암호인가는 최초에 결정되는 것을 발견하는 등 그 분야에서 활약이 대단하다.
 

무엇보다도 독창적인 실험이 이루어낸 결과이다. 그는 단순히 머리속으로만 창안해 내지 않는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남아프리카 태생이면서 영국인답다는 말을 듣는다.
 

브레너가 이런 실험가가 되었던 것은 남아프리카의 교육환경이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듯싶다.
 

"과학적으로는 무척 후진국이었다. 연구설비는 원시적이어서 무엇을 염색하려 해도 색소합성부터 해야 했다." 고 어느 책에서 그는 술회하고 있다. 필요한 실험장치를 스스로 만들어야 했던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론과 실험 양부분에 다 재능을 가진 학자는 세계적으로도 드물었다.
 

브레너는 처음에 의사가 되고자 공부했으나 그 과정에서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깨달았다 한다. 그것은 기초과학의 중요성으로서, 예를 들면 아프리카인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던 말라리아가 그 항원의 해명이라는 기초연구가 발전함에 따라 극복되었다. 여기에서 브레너는 생명의 비밀을 푸는 길로 방향을 바꾼다. 그러면 그가 어떻게 앞에서 든 여러 업적들을 남길 수 있었을까.

 

공부만하는 환경에서는 기발한 착상 떠오르지 않는다


재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간단히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의 재능을 살려 주었던 곳이 있다는 점은 무척 중요하다. 그것은 바로 영국의 MRC(의학연구위원회)부속 분자생물학 연구소의 환경이다. MRC는 62년에 설립되었으며, 노벨상 수상자를 7명이나 탄생시켰다.
 

그곳에 잠시 유학한 적이 있는 사람을 통해 그 분위기를 들어본다.
 

"무엇보다 놀라왔던 것은 그곳 연구원들이 우리들처럼 공부만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오전 10시, 12시, 오후 3시에 그들은 대식당에 모여 차를 마시며 잡담을 한다. 그 속에서 탁월한 의견교환도 이루어진다. 이것이 바로 좋은 아이디어가 생기는 윤활제로 되는 것이다. 이런 실험이 잡담시간으로 지연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겠으나 백업(Back up)체제가 잘되어 있어 실험준비는 조수가 다 해주므로 실제 실험시간은 알차다. 그들은 그만큼 사고할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쉬는 시간, 사고를 하는 여유, 이러한 것이 때때로 기발한 발상을 탄생시킨다. '와트'가 주전자 뚜껑의 움직임을 보고 증기가 동력으로 사용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으며, '플레밍'이 곰팡이의 살균작용에 관심을 가져 약으로 응용할 생각을 했던 것은 이러한 여유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 더하여 브레너의 자질 가운데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점 하나를 들어보겠다.
 

영국인 과학자들의 특징 하나는 취미나, 교양, 놀이를 통해서도 학문을 받아들여, 폭넓은 학문을 소지하는 습성이다. 브레너 역시 놀랄 만큼 깊고 넓은 시야를 가졌는데 과학이라면 거의 모든 분야를, 폭으로는 인간에서 산업까지, 깊이로는 철학에서 실용까지를 섭렵하고 있다고 한다.

가령 브레너가 m-RNA의 존재를 착안한 배경에는 '폰 노이만'의 자동기계론을 알고 있는 것이 필요했다.
 

Sydney Benner^분자 생물학의 모든 분야에서 업적을 쌓아, 천재 3명분의 일을 했다는 사람

 

폭넓은 교양없이 천재는 나오지 않는다
 

이 정도의 폭넓은 시야가 있으면 학문에는 끝이 없다. 분자생물학 연구가 거의 종말에 가까와오자, 브레너는 미지의 세계, 선충의 유전학 연구를 한다. 선충이 성충에서도 체세포 총수가 1천개 정도밖에 안되는 것을 발견하고 알이 분열하여 성장하기까지의 전과정에서 어떤 세포가 어떻게 되는지 모두 기록해 나타냈다. 현재는 그 선충의 DNA전구조를 해명하고자 하므로, 생명의 발생, 분화, 성장의 수수께끼가 DNA차원에서 밝혀지는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이는 발생학과 유전학, 분자생물학의 결합으로, 발생생물학에서의 혁명이다. 브레너는 여기서도 또 하나의, 금자탑을 세운 것이다.
 

그러나 행운의 여신은 그에게 전혀 미소를 보내지 않는다. 그가 아직 노벨상을 수상하지 못한 것은 과학세계의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이다.
 

만약 독자들 가운데 알란 호지킨경(Sir Alan Hodgkin)을 아는 사람이 있다면 생물분야나 영국에 상당히 정통하다고 자부해도 좋을 것이다.
 

오늘날 생물학은 3대혁명에 의해 쌓아올려져 있다고 볼 수 있는데, 학문적 수준에서의 최고는 '호지킨'과 '헉슬리'가 해명한 신경흥분 구조에 관한 연구라 한다. 그 다음이 왓슨, 크리크의 DNA구조, 그 다음이 '펠츠' '켄'들의 단백질입체구조 해명이다. 모두 영국에서 이루어진 성과이다.

호지킨과 헉슬리가 영국내에서 얼마나 격찬을 받으며 숭배를 받고 있는 학자 인가는 다음 사실에서 알 수 있다.
 

영국에는 문무(文武)에 수훈을 세운 사람에게 수여하는 명예훈장 OM(Order of Merit)이라는 것이 있다. 내용적으로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이른바 '영국판 국민영예상'이다. 단 이것은 24명에게만 수여하며 누군가 사망하여 결원이 생길 때 한해서 보충된다. 그 OM가운데서 상위에 속하는 사람이 '알란 호지킨'이다. 63년에 그와 함께 노벨상으로 빛난 '앤드류 헉슬리'등 생물에 관련된 연구자들에게 이 OM이 수여되었다. 순수물리학자는 한사람도 받은바 없다. 이것을 보아도 영국의 일면이 드러난다.

 

호지킨과 신경흥분구조
 

그러면 호지킨의 신경연구가 얼마나 혁명적인 것일까?
 

신경흥분 구조에 대한 연구는 18세기 독일 생물학자들 이후 영원한 테마였다고 한다. 이것을 밝혀내면 인간의 수수께끼는 풀린다고 생각하고 가장 우수한 학자들이 이 분야에 뛰어들었으나 풀지 못했다. 그런데 '호지킨'팀이 이 수수께끼가 어디에 있는지를 규명한 것이다. '호지킨'팀이 수립한 학설은 신경흥분전도의 나트륨설이라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뜨거운 물체에 닿았을 때 '통증'을 느끼는 것은 신경에 전류가 흘러 그 자극이 뇌 중추에까지 전달되기 때문이지만, 사실 그 전류를 발생시키는 방아쇠가 나트륨에 있다는 것이다. 즉 신경세포내에 나트륨이 이온형태로 유입되기 때문임을 해명했다.
 

호지킨은 드물게 보는 천재로서 그와의 대화는 "마치 신과 대화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에피소드도 있다. 호지킨이 스위스의 어느 유명한 교수의 실험상담을 해주고 있었을 때의 일이다. 갑자기 생각이 떠오른 호지킨은 혼자 방으로 들어가더니 계산을 한 모양이다. 20분 가량 지나 나온 그는 그 스위스 교수에게 해답을 내놓았다. 그것은 보통 학자라면 몇 년이나 걸렸을 법한 계산이었다고 한다. 그는 또 맹렬한 실험가로서도 유명하다. 일단 실험에 들어가면 며칠이고 잠도 자지 않고 실험을 계속한다.
 

그러나 이런 천재 호지킨도 그의 동료 헉슬리가 없었더라면 이만한 업적을 과연 이룰 수 있었을까?
 

헉슬리는 다윈의 지지자였던 '토마스 헉슬리'의 손자로서, 유명한 학자를 많이 배출해 낸 가문출신이다.
 

그는 호지킨에게는 없는 공학적 감각의 소유자로, 본인도 엔지니어가 되고 싶어했다. 그러나 호지킨에 이끌려 생물학자가 되었으나, 그의 재능은 수학적 체계화 등에서 아낌없이 발휘된다. 예의 나트륨설을 뒷받침하는 계산은 헉슬리가 만든 수동식 계산기로 모두 해냈는데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오늘날 뇌과학의 발전은 이러한 양식·직감파와 이론·노력파가 결합된 명콤비가 이룬 결과라 할 수 있다.

 

스미스-다윈 이후 최대의 진화학자
 

세번째 천재의 이름은 존 메이나드 스미스(J.Maynard Smith). 진화학자이며 수리생물학의 대가이다.
 

이 분야에서 최근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사람은 사회생물학자로서, 그 창시자이기도 한 '윌슨'일 것이다. 그러나 사회생물학의 진정한 공적자는 사실 '스미스'이다.
 

스미스의 공적의 하나는 다윈 이후의 진화론에 게임의 수학적 이론의 개념을 도입하여 새로운 이론체계를 제시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윈' 이후 진화론 사상 최대의 진화학자로 일컬어진다.
 

대부분의 동물학자가 그렇듯이, 스미스도 어릴때부터 동물애호가였다. 그러나 그는 엔지니어가 되고자 케임브리지 대학 공학부에 들어갔으며 2차대전중에는 전투기 설계에 종사하기도 했다.
 

전후, 어린 시절의 꿈을 저버리지 않고 런던 대학 동물학과에서 수업한다. 그의 운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던 것은 그곳에서 스승'홀덴'교수와의 만남이었다. 홀덴 교수는 진화론에 수학모델을 적용하여, 이른바 집단 유전학 확립에 정열을 쏟고 있었다. 그는 폭넓은 교양과 탁월한 사고력을 지닌 사람이었다.
 

스미스는 이 스승으로부터 매우 많은 것을 배웠는데 그중 하나가 종래의 진화학자들이 금과옥조시한 "종(種)으로서 잎이다"는 식의 논리에 대한 불신이다. 예를 들어 일벌은 집을 지키기 위해 침입자를 쏘지만, 그때문에 자신은 죽어버린다. 이것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종래에는 개체로서 불이익이 되는 것도 종으로서 이익이 되면, 대대로 계승된다고 했다. 이에 대한 의구심인 것이다.
 

왜 이경우에만 자연선택이 개체에서 작용하지 않는가? 아니, 틀림없이 작용하리라는 스승의 신념이 스미스에게 게임이론을 착안하게 했다.

게임이론은 40년대 '폰노이만'과 '모르겐슈테른'에 의해 경제행동의 분석을 목적으로 창안되었는데, 스미스는 이 이론을 생물집단의 진화에 적용할 수 있는 형태로 모델화하여, 진화를 연구하기 위한 하나의 틀을 완성시켰다.
 

굉장한 주당(酒党)인 스미스는 술을 마시면서도 쉬지 않고 떠들어댄다고 한다. 이 수다가 그의 에너지의 비밀이다.

 

토론에서 아이디어 창출
 

스미스는 사람들과 토론하는 속에서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는 타입니다. 논의할 때 반드시 자신은 상대방과 반대입장에 서서 토론을 진행한다. 아무리 훌륭한 이론이라 해도 허점이 없는 이론은 있을 수 없으므로, 이런 식으로 이론의 맹점을 발견해 내려 하는 것이다.
 

두뇌회전이 빠르니까 가능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스미스가 게임 이론을 연구한 것은 나이 50이 넘어서였다. 현재 65세이지만, 원기왕성. '바하', '모짜르트', '결정(結晶)', 그리고 우주, 시공, 무한, 숫자놀음·
 

모두 영국의 네번째 천재과학자 '펜로스' (Roger Penrose)의 것이다. 모두 '펜로스'의 내부에서 단단히 결합되어 있다.
 

'알리스'와 우주가, 바하와 수학이 이질적으로 보이는 것들이 물리학자 머리속에서 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과학자는 달리, 아니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블랙 홀을 오늘날의 형태로 최초로 예언한 과학자인 펜로스는 그러한 불가사의의 친구이다. 어린이들처럼 미궁이나 영원과 친하다.
 

지금에는 블랙 홀이 우리들의 상식으로 되고 있으나, 펜로스의 머리속을 관통하기까지는 아직 풋과일에 지나지 않았다. 하기는 완전히 둥근 구대칭(球対称)으로, 더우기 회전하지 않는 별만이 블랙 홀이 될 수 있다-이것이 당시 과학자들의 최고의 예언이었기 때문이다.

 

세계를 놀라게한 블랙홀 이론
 

그런데 펜로스는 둥글지 않아도, 즉 타원형이나 바나나 같은 모양이어도, 회전하는 별이라도 모두 블랙 홀이 된다는, 블랙 홀의 필연성을 주장해서 세계 천문학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 이론을 펜로스(와 로킹)의 특이점 정리라고 부른다.
 

우주론이라면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을 상기하겠으나 펜로스는 달랐다. 그는 일반상대론의 방정식 대신 위상기하학이라는 수학을 사용하여 세계(시·공) 전체 구조의 진실을 꿰뚫어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의 결론은 비물리학적, 즉 완전히 수학적이어서 우주론의 권위자들, 세계적인 과학자들이 그것을 이해하기까지 몇 년씩 걸렸다 한다. 펜로스는 바로 퍼즐러(당황하게 하는 사람)인 것이다.
 

펜로스의 업적은 그 외에도 많다. 아인슈타인 방정식 해(解)의 하나로, 카해(R.P. 카에 의한 것)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이 펜로스가 발명한 뉴먼 펜로스법이라는 수학적 방법에서 선택된다. 마치 텐서(tensor)와 복소수를 결합한 듯한 새로운 수가 나와야 하는 모양이다.
 

그 외에, 아무리 가도 한이 없는 무한, 가령 우주의 끝 같은 것을 유한한 선분으로 옮겨 놓은 펜로스 다이어그램이라든가, 평범한 사람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트위스터 이론 등 자유분방한 펜로스의 두뇌로 현대 우주관은 크게 충격받고 있다.
 

펜로스 다이어그램은 물리학자가 중력파의 처리로 고심하는 것을 보고 착안해 냈다고 한다. 현재도 연구중인 트위스터 이론은 시·공의 설명방법을 완전히 변화시켜 버린다는 원대한 프로젝트이다.
 

또 있다. 펜로스 타이링. 이른바 불가사의한 지그소 퍼즐로서 몇 개의 부품 단위를 짝맞추어 가는 것인데, 같은 짝(정확하게는 부품의 연속방법)은 두번 다시 나타나지 않는 퍼즐이다. 이것은 현재 '아모르포스'나 반도체 연구자들에게 크게 주목받고 있다. 펜로스는 이것을 '재미삼아 만들었다'고 웃으며 말한다.
 

과학사적으로 진지하게 펜로스의 우수함을 한마디로 지적한다면, 펜로스야말로 수학과 물리학 사이에 현대적인 다리를 놓은 사람이다. 수학과 물리학의 새로운 밀월을 외치는 사람인 것이다.
 

Prof. J. Maynard Smith^수학과 생물학을 결합시킨 대천재

 

모트(Mott) 병
 

60세에 은퇴하고 나서, 노벨상을 받겠다는 결심을 하고 연구를 계속, 그 논문을 반드시 "I believe"로 쓰기 시작하며, 여성과 유머에 대한 사랑을 잊지 않는가 하면 70세가 다 되어 노벨상을 수상한 너무나도 드라마틱한 사람이 있다. 물론 그것은 노벨상이 수상된 이래 전무후무한 사건이다.
 

'네빌 모트'경(Sir Nevil Mott). 지난 77년 69세때 "자성체 및 불규칙계의 물리학에 대한 다대한 공헌"으로 노벨상을 수상. 즉 21세기 꿈의 소재라고 불리는 아모르포스 연구의 선구자로서, 요컨데 당신이 없으면 아모르포스를 인류는 손에 넣지 못했을텐데, 할 만큼 세상사람들이 감사하고 있다. 이것이 '모트'경의 노벨상에 포함된 명예의 노래의 의미이다. 현재 80세. 그를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케임브리지 대학 연구실에서 모트경은 로렌스 올리비에를 닮은 큰 키에, 큰 목소리로 농담을 하면서 지금도 왕성하게 아모르포스의 하느님 역할을 하고 있다. 참으로 멋진 인물이기도 하다.
 

모트 교수는 아모르포스 연구자들 사이에서 교조, 하느님 같은 존재라 한다. 그의 이론은 물론, 그의 멋있고 고결한 인품에 반해 버리는 증세를 모트병이라 부른다. 세계적으로 유수한 학자들이 그를 처음 보는 그 순간부터 이 병에 걸렸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다. 모트병 환자는 이 세상에 무척 많은가 보다.

 

노벨상의 보고-케임브리지의 카벤디시연구소
 

영국이 자랑하는 이론물리학의 수퍼두뇌 센터, 케임브리지 '카벤디시' 연구소. 여기에는 과학자의 이름을 붙인 건물이 세 개 있다. 하나는 '라자포드' 빌딩, 그리고 '블랏그' 빌딩, 마지막으로 '모트' 빌딩이다. 현역으로서 자신의 이름이 건물에 붙여진 사람은 모트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 그 만큼 모트는 케임브리지인들로부터 존경받고 사랑받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카벤디시' 연구소이다. 모트경이 소장을 역임했던 이곳이야말로 영국에서 노벨상수상자 수가 가장 많은 연구소이다. 과거 80년 동안 약 25개의 노벨상을 수상했다. 이 숫자는 프랑스 전 노벨상 수상 과학자 수와 맞먹는다니 놀랍지 않은가! 이곳에서는 노벨상을 받는 바로 그 순간이 진정한 의미로 '졸업'이다.
 

모트경은 이 연구소 역사에 남는 '경영자'이기도 했다. 영국이 현재 전파천문학에서 세계를 주도하고 있는 것도 모트경이, 이 연구소의 새로운 얼굴이었던 전파천문학을 열심히 키우고 옹호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전공인 물성물리학의 연구도 모트경에 힘입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이 연구소는 이 두 분야에서 70년대에 4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이른바 이것은 모트경이 선사한 노벨상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중심인물이던 모트경에게는 이 연구소를 은퇴할 때까지 노벨상 수상 소문도 없었다.
 

그러나 그때부터였다. 모트경은 노벨상을 받겠다고 굳게 결심했던 것이다. 마치 갓 연구소에 들어온 꿈많은 젊은 연구원같이 60세의 모트경은 결심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때까지 직접 다루었던 다양한 테마 가운데 가장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비결정물질(아모르포스)이다.

 

Sir Nevil Mott^환갑이 넘어도 노벨상 급의 연구를 할 수 있다.

 

아모르포스의 대예언자
 

아모르포스라는 말은 독자들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태양전지이다. 정전(静電) 카피기의 드럼(drum), 그리고 에너지 손실이 적은 전력트랜스. 이것들 모두가 아모르포스이다. 21세기의 소재, 꿈의 소재라 불리는 아모르포스인 것이다.
 

아모르포스의 어원은 형태가 없다는 의미의 그리스어이다. 즉 결정(結晶)화되지 않는 물질을 일컫는다. 결정물이란 원자가 규칙적으로 정연하게 배열되어 있는 우등생 같은 물질이다. 그에 비해 아모르포스는 원자가 제멋대로 배열되어 있는, 마치 성적나쁜 학생들이 모인 학교의 조례시간 교정과 같은 것이다.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보는 금속은 모두 결정물이다. 아모르포스는 쓸모없는 물질로 인식되어 왔으나, 아모르포스에는 결정물질에 없는 특이한 성질이 감추어져 있었다. 이것은 오히려 21세기의 하이테크 문명에 필수불가결한 것이 아닌가! 이러한 혁명이 일어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그리고 그 혁명의 지도자, 하느님이 '네빌 모트'경 박사이다.
 

녹에도 강하고 힘에도 강한가 하면 안전하게 만들 수 있고 광에너지 이용에도 유효하며…. 아모르포스에는 아직도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그 가능성을 모트경이 모두 예언해 왔다. 그는 여성과 술을 사랑하며 유머 감각이 있는 마치 아모르포스 같은 두뇌를 지닌 사람이다.
 

영국의 과학자들은 이처럼 대담한 두뇌를 오늘도 오후 3시티타임에 차를 마시면서 키워 나가고있다.

1986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Quark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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