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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고기로 수질을 판정한다.

"한강물이 많이 좋아졌다지?"

"좋아지고 말고. 낚시를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무엇이 낚이는데?"

"붕어도 잡히고 잉어도 낚이고…"

이런 대화를 들으면 한강물이 좋아지기 전에는 붕어나 잉어도 잡히지 않았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붕어나 잉어가 많이 잡힐수록 그만큼 한강물이 개끗해진다고 할 수 있을까.

수질을 판별하는 방법에는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물리 화학적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생물학적 방법이다. BOD나COD, 유독물의 양이나 용존 산소량 등을 검출하는 것 등은 전자이고 물 속에 살고있는 지표생물(指標生物)을 보고 수질의 오염도를 판별하는 것이 후자이다.

두 가지 방법에는 각각 장점과 단점이 있다. 흐르는 물의 질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데 물리화학적 방법으로는 어떤 한 순간의 상태 밖에 측정할 수 없다. 따라서 어떤 측정치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이미 과거에 있었던 일이 되고 말 것이다.

예를 들면 1주일 전에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유독 물질 때문에 어떤 한 장소에 살았던 담수어가 전멸해서 그것의 사체가 쌓여있다고 하더라도 현재 오염되지 않은 물이 흐르고 있다면 유독 물질이 전연 검출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예는 여기저기서 흔히 볼 수 있다.

생물의 경우는 유독 물질로 순식간에 전멸하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 한 시시각으로 변화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그곳에 살고 있는 생물들은 비교적 장기간에 걸친 오염의 영향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어떤 생물은 물이 어느 정도 오염되더라도 살아남을수 있지만 다른 종은 그렇지 못하다. 그러므로 수중생물의 오염에 대한 내성(耐性)의 정도를 알게 되면 그런 생물의 존재 여부를 보고 수질의 오염도를 판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의 결점은 지표 생물의 종류가 단순하지 않을 때 전문가 밖에 이 방법을 구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1백종 내외의 한강의 담수어가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지를 살펴보자. 최상류에서 최하류에 이르기까지 곳에 따라 우세종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알아보자. 버들치→갈겨니→피라미→붕어의 순으로 우세종이 교체된다. 이런 분포상이 성립된 것은 수백만년 내지 수천만년 전부터였을 것으로 추리된다.

하나의 강을 위와 같이 네 구역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은 각 환경조건이 같지 않은 까닭이다.

육수학자(陸水學者)들은 유기물에 따라는 물의 오염도를 다음과 같이 구분한다.

빈부수성(貧腐水性)
용존 산소는 10ppm이상이고 BOD는 3ppm이하이다. 황화수소($H_2{S}$)는 발생하지 않고 해감(동식물의 파편)이 없다.
박테리아는 1cc당 1백이하이고 수초는 빈약하며 부착조류는 다양하다. 또 수서 곤충 어류 등 동물도 다양하다.

α중부수성
용존 산소는 2ppm이상, BOD는 8ppm 이상이다. 황화수소는 냄새가 나지 않으며 해감은 황갈색이다.
박테리아는 1cc당 10만 이상이고 부착 조류는 다양하다. 패류, 갑각류, 곤충, 어류 등 오염에 강한 종이 산다.

β중부수성(中腐水性)
용존 산소는 5ppm 이상이고 BOD는 5ppm이하이다. 황하수소와 해감을 볼 수 없다.
박테리아는 1cc당 10만 이하고 부착 조류는 다양하다. 담수해면, 소형 갑각류, 곤충, 어류 등 동물도 다양하다.

강부수성(强腐水性)
용존 산소는 전연 없거나 미량이고 BOD는 10ppm이상이다. 황화수소의 강렬한 냄새가 나고 해감은 흑색이다.
박테리아는 1cc당 1백만 이상이고 수초는 나지 못한다. 어류는 살지 못하고 실지렁이와 소수의 곤충만 산다.

위에 제시한 기준이라면 전문가 이외는 할용할 생각 조차 못할 것이다. 그러나다음과 같은 기준이라면 국민학교 어린이들까지도 활용 할 수 있지 않겠는가?

1급수: 물이 수정같이 맑고 냄새가 나지 않으며 해감이 없고 돌을 떠들었을 때 하루살이의 애벌레가 우글거린다. 버들치가 우세하다.
2급수: 물은 비교적 맑고 냄새가 나지 않으며 해감이 없고 갈겨니나 피라미가 우세하다.
3급수: 황갈색의 탁한 물이다. 붕어나 잉어가 우세하다.
4급수: 먹물이고 악취가 풍기는 물이다. 담수어는 살지 못한다. 실지렁이는 살 수 있다.

'한강 물이 좋아져서 붕어와 잉어가 잡히게 되었다'라고 한다면 서울의 한강에는 3급수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한강 개발을 착수하기 전에도 광나루보다 상류에는 2급수, 제2한강교와 광나루 사이는 3급수가 흐르고 있었다.

'서울의 한강에서 은어를 볼 수 있게 되었고 쏘가리가 잡히게 되었다'라고 할 수 있게 되기는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두종이 다같이 1~2급수에서만 살 수 있는 종인 까닭이다.
 

민물고기로 수질을 판정한다를 나타내는 삽화.
 

1986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최기철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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