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 배의 물을 흡수하는 고분자
수팽윤성 고분자란 물을 흡수, 팽윤(膨潤), 겔(gel)화시켜 다소의 압력을 받아도 물을 방출하지 않는 특성을 갖는 고기능성 고분자를 의미한다.
흡수능력만으로 생각할 때는 자체 무게당 10배 이하의 팽윤도를 갖는 물질 즉 곡류의 주성분인 전분, 해초류인 한천 그리고 소프트 콘택트렌즈 등도 넓은 의미의 수팽윤성 고분자이다. 그러나 본고에서 뜻하는 수팽윤성 고분자는 팽윤도가 1백 배 이상 심지어 1천 배 이상의 고흡수능과 높은 보수력(保水力)을 갖는 고흡수성 고분자를 말한다.
원료면으로 보면 천연물인 카르복시메틸 셀룰로즈(CMC)계, 전분 및 셀룰로즈에 석유화합물인 친수성(親水性) 합성고분자를 결합시킨 반합성 가교(半合成架橋) 고분자 및 수용성(水溶性) 합성고분자(폴리아크릴산, 폴리비닐알콜 등)의 가교물 세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제조방법 및 제품의 형태(분말상, 섬유상, 필름상)에 따라 흡수능, 흡수속도 및 앞력에 의한 수분 보수력등의 물성에 큰 차이가 있다.
이들 제품의 개발은 70년대 초기에 미국 농무성 연구소에서 전분계 반합성가교 고분자가 개발된 후, 1978년 세계 최초로 미국과 일본에서 전분계 고흡수성 고분자가 상품화되어 실용화되었다. 그러나 원료인 전분이 천연물인 관계로 생산지의 기후와 토양에 따라 구성성분이 변하여 제품의 균일성이 없고, 제조공정이 복잡하다. 따라서 최근에는 폴리아크릴산 가교물인 합성고분자가 개발되어 고흡수성 고분자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고흡수성 고분자는 크게 골격을 이루는 소수성(疎水性)사슬과 친수성 기능기(親水性機能基)의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수성 사슬들은 가교사슬에 의해 서로 묶여있는 구조를 갖는다. 소수성사슬은 주로 탄화수소로 구성되어 물과의 친화력이 거의 없다. 반면에 친수성 기능기는 보통 수산기(-OH), 카르복실산기(-COOH), 아미드기(-CONH₂)와 같은 비이온성기 또는 카르복실산염기(-CO${0}^{-}$${Na}^{+}$)나 술폰산염기(${-So₃}^{-}$${Na}^{+}$) 등의 물에 대한 친화력이 큰 음이온성기로 되어 있다<;그림1>;.
보통 친수성기가 비이온성 기일때 흡수능은 고분자 자체 무게당 팽윤도가 1백~3백 배 정도로 음이온 기의 흡수능(3백~1천 배 이상)보다 다소 낮다. 이것은 물에 대한 친수성 기의 친화력이 비이온성 기 보다는 음이온성 기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아래의 고흡수성 고분자의 모식적 구조도<;그림2>;를 가지고 흡수원리를 생각하면 보다 이해하기 쉽다.
밥하는 것과 같은 기본원리
<;그림2>;는 <;그림1>;의 수팽윤성 고분자 구조를 고분자 전해질로 만들어진 이온망과 가동이온 및 물로 구성된 이론적 모형도이다. 수팽윤성 고분자의 흡수원리를 살펴보자. 분자내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전해질의 음이온 전하가 나타내는 전기적 흡인력으로 인하여 가동이온의 농도는 고분자의 외측보다 내측에 항상 많이 존재한다. 따라서 침투압이 발생하여 외부의 물이 고분자내로 흡수되게 된다.
이때 흡수능은 이들 침투압 외에 물과 고분자 전해질 사이의 친화력 및 고분자 전해질 이온간의 반발력에 의한 분자팽창과 소수성 사슬들을 묶어주고 있는 가교결합으로 인한 팽창억제의 상호작용에 의해 지배된다. 따라서 고분자 내 가교도가 증가하면 흡수능은 감소되며, 가해진 수용액의 pH와 수용액 내의 염농도가 증가하면 고분자 내의 가동이온 농도와 수용액내의 농도 차가 상대적으로 작아지므로 침투압이 낮아져 흡수능은 감소된다.
이와같은 흡수·팽윤원리는 우리가 주식으로 이용하는 밥이나 풀을 생각하면 훨씬 더 이해하기 쉽다. 쌀은 주성분이 전분으로서 물과 함께 끓이면 물이 전분의 친수성기인 수산기들 사이로 침투하여 분자간 수소결합을 이루어 1백% 이상으로 흡수·팽윤·겔화된다.
보통 고흡수성 고분자의 증류수 흡수능은 각각 전분계가 1천 배 이상, CMC1백~3백 배, 합성가교 고분자가 3백~1천 배인 반면에, 생리식염수(0.9% Nacl수용액)나 체액(피, 오줌)등의 흡수능은 증류수 흡수능의 약 1/10로 떨어지며 이것은 상기한 이온농도 차이의 감소 때문이다.
농업에서 장난감까지의 넓은 용동
고흡수성 고분자는 지금까지 사용해 오던 종이, 펄프, 면, 합성스폰지(흡수능 50배 이하) 등의 흡수재료와 비교하여 흡수능이 월등하다.
게다가 종래의 흡수재료가 단지 섬유사이의 모세관 현상에 의한 물리적 흡수로 압력을 받으면 흡수된 물이 거의 방출 되는데 반하여 고흡수성 고분자들은 흡수·팽윤 반응기구가 화학적 흡수이므로 일단 흡수된 물은 다소의 압력을 받아도 거의 방출하지 않는 높은 보수력을 갖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고흡수성 고분자의 용도는 위생재료(아기용 기저귀, 생리용품, 의료용 붕대 및 시트등), 농업 및 원예용 토양보수제, 폐수처리 응고제, 산업 및 공업용 패킹제, 또는 완구용품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이들 용도 중 위생재료 분야로의 이용은 현재 고흡수성 고분자의 최대시장이다. 이것은 위생재료로 펄프나 면 대신 고흡수성 고분자를 사용함으로써 제품의 부피와 무게를 극소화하는 장점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들 재료의 의료분야로의 응용에 박차를 가하여 흡수시트, 수술용 매트, 수술용 붕대를 개발하여 혈액투석센타, 산부인과 등의 일회용흡수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이들 일회용 시트나 흡수매트는 기존의 의료용 흡수재보다 흡수능 및 보수력이 뛰어나 환부의 청결성을 높이고, 자주 교체해야 하는 번잡성을 피할 수 있게 한다.
사막을 옥토로 만들지도…
토양보수제로의 구체적 용도는 야채재배, 나무심기, 사막 및 야산녹화, 가정원예 및 묘목재배에 이르기까지 폭이 넓다. 즉 고흡수성 고분자를 토양에 소량(10~20%) 첨가하여 혼합한 후 물을 흡수시키면 고흡수성 고분자의 높은 보수력으로 물의 증발 및 방출을 서서히 지속적으로 조절하여 식물의 성장 및 싹트기를 촉진시킬 수 있다. 또 이들 기능을 이용하여 최근 묘목의 장거리 운송시 야기되는 묘목의 고사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그러나 토양보수제의 이용은 아직 초보단계에 있으므로 금후 개발여하에 따라 고흡수성 고분자의 최대수요시장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누수방지의 공업재료
산업용·공업용 재료로는 누수방지용 실링재나 패킹재로 이용되고 있다. 특히 지하전선케이블용 수분방지시트는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상품이다. 이것은 고전압 송출시 수분침투로 인한 전력의 손실을 방지하기 위하여 전선용 방수피복제로 이용된다<;그림3>;.
이들 용도이외에 폐수처리제, 석유중 수분제거제 및 완구용품으로의 이용도 검토되고 있다.
고흡수성 고분자로 만든 완구는 물을 흡수하면 흡수후 성형품의 체적이 흡수 전 보다 수십배로 팽창된 재미있는 현상을 보여준다.
고흡수성고분자의 개발은 앞서 언급한바와 같이 극히 최근 개발된 첨단 고기능성 고분자 신소재로서 현재 합성고분자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위생재료로서만 제품개발이 앞서 있을 뿐, 농업용 및 산업용·공업용의 개발은 현재 초보단계에 있으므로 이들 분야의 소비량은 미미하다.
선진국 수준으로 발돋음하는 우리의 기술
고흡수성 고분자의 전세계 수요동향을 보면 1981년2천백40톤, 83년6천4백40톤에서 85년에는 1만3천톤에 달하여 매년 80%이상의 높은 신장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90년대 중반에는 수요가 10만톤에 달한 것으로 보여 이들 재료는 선진 각국의 치열한 개발경쟁품이 되고 있다.
고흡수성 고분자 재료의 국내 개발현황을 살펴보면 필자들이 과기처의 국책과제로 코오롱유화와의 2년간에 걸친 연구개발결과, 전분계 및 아크릴산염계 합성고분자의 제조기술 및 공정을 개발하였다. 현재 파일로트 플랜트에 의한 시험생산을 하고 있으며 올해 중반기경 산업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국내 일부 산업체도 이들 제품의 개발 및 산업화를 추진하고 있어 조만간에 실용화될 것으로 생각된다.
금후 고흡수성 고분자의 개발전망은 농업용, 산업용, 공업용도의 고농도 염용액에 대한 고흡수성을 가는 내염성, 내열성, 고강성, 고탄성을 보유하는 특수용도의 고흡수성 고분자의 개발과 의약용 코팅제, 인공안구, 인공근육 등으로의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 수요 및 용도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