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보자, 백사 번지는 저쪽이란다.”
할아버지의 말에 해루는 고개를 가로저었어요.
“아니요, 백사 번지니까 1004라고 쓰인 곳을 찾아야죠!”
“어허, 넌 자릿값을 잘 모르는구나? 마법을 배우려면 자릿값을 잘 알아야 해.”
“자릿값이 뭐예요?”
할아버지는 노래를 불러 주었어요.
“0, 1, 2, 3, 4, 5, 6, 7, 8, 9. 숫자 열 개로 일의 자리, 십의 자리, 백의 자리 등 세상에 있는 모든 수를 다 쓸 수 있단다.”
“와! 신기한 마법이네요!”
“마법이 아니라 수학이지.”
“제가 자릿값을 몰라서 이백사 번 버스 대신 이천사 번 버스를 탔던 거고, 백사 번지 대신 천사 번지를 찾았던 거였어요.”
해루는 어깨를 으쓱하며 수줍어했어요.
그 모습을 본 할아버지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허허허, 웃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