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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줄거리. 유령이 나타난다는 신고에 출동한 해롱 호 대원들. 특수한 장치로 사람들이 헛것을 보게 만든 범인 ‘무서브라’를 잡는 데 성공한다. 고딱지는 무서브라에게 특수 장치를 건넨 사람이 소년 악당 ‘넓은 마음’일 것으로 추측하는데….
“그럼 잘 다녀와~.”
해롱 선장이 딱지를 보며 손을 흔들었습니다. 해롱 선장은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우주선 위에 자리를 깔고 드러누운 채 주스를 마시며 일광욕을 하는 중이었습니다. 바다에 온 김에 신나게 놀다 갈 생각인 것 같았습니다. 물론 일은 딱지가 다 하고요.
“자, 이걸 입으면 물속에서 헤엄도 자유롭게 칠 수 있고, 말도 통할 거야.”
루띠는 딱지에게 우주복을 개조해 만든 잠수복을 입혀 주었습니다.
해롱 호는 어푸어푸 행성에 와 있었습니다. 어푸어푸 행성은 육지가 없이 전체가 바다로만 덮여 있습니다. 이곳 주민은 상반신은 사람이고 하반신은 물고기인 인어 종족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이곳 주민들이 애지중지 여기는 문어가 사라졌다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딱지는 물에서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용용과 함께 문어를 찾으러 나섰습니다.
둘은 마중 나온 안내인을 따라 바닷속 깊숙이 잠수해 들어갔습니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점점 어두워졌는데, 저 멀리서 환한 불빛이 아른거렸습니다. 좀 더 가까이 가 보니 수중 도시였습니다. 해저에 높고 낮은 건물이 둥근 원을 그리며 모여 있었습니다. 건물에서 나오는 불빛 때문에 도시는 어둠 속에서 빛나는 진주처럼 보였습니다.
도시에 들어서니 그곳이 얼마나 화려한지 알 수 있었습니다. 건물은 모두 투명한 유리 같은 재질로 되어 있고, 건물의 안팎은 빛나는 돌인 발광석으로 장식되어 있어서 눈이 부실 지경이었습니다.
“와, 예뻐요~.”
딱지는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쪽입니다.”
딱지와 용용은 도시 한가운데 있는 높은 유리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곳에는 인어 6명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우주순찰대 여러분. 저희는 어푸어푸 행성에 사는 여섯 부족의 대표들입니다.”
6명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습니다. 피부가 거무스름하고 콧대가 높은 모습이었습니다. 나머지 다섯 명도 제각기 외모가 조금씩 달랐습니다.
“저는 구리구리 부족의 족장 구릿빛 지느러미입니다. 현재 어푸어푸 행성의 왕을 맡고 있습니다.”
“저는 슈욱슈욱 부족의 족장 미끄러운 비늘입니다.”
“저는 나르치 부족의 족장 별을 따는 물고기입니다.”
“저는 아이큐우 부족의 족장 물살을 가르는 컴퓨터입니다.”
“저는 칼날 부족의 족장 별을 자르는 돌칼입니다.”
“저는 와구와구 부족의 족장 블랙홀 뱃속입니다.”
각자 자기소개를 하는데, 갈수록 이름이 황당했습니다. 딱지는 표정을 관리하며 말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 좀 부탁드려요.”
구릿빛 지느러미가 “에헴” 헛기침을 하며 대답했습니다.
“저희는 3년에 한 번씩 여섯 부족의 족장 중에서 한 사람을 왕으로 뽑습니다. 왕을 선택하는 건 우리 어푸어푸 행성의 영물인 문어 님이시지요. 문어 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신화 속에서 어푸어푸 행성에 정착했던 위대한 신 카훌루의 후손이라고 합니다. 저희는 문어 님을 이 탑에서 극진히 모시고 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 문어 님이 홀연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새 왕을 뽑는 행사가 내일인데 말이지요!”
“걱정하지 마세요!”
용용이 눈짓하자 딱지가 가져온 가방에서 조그만 로봇을 꺼냈습니다. 냄새를 따라 목표를 찾아가는 개코상어 로봇이었습니다.
“로봇에 문어의 냄새를 입력하면 금세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냄새가 어디에 가장 많이 배어 있을까요?”
“그렇다면 그 녀석을 불러야겠군요.”
“그 녀석이요?”
“문어 님의 시중을 드는 녀석이 있습니다. 데려오지요.”
얼마 뒤 새하얀 피부에 커다란 눈을 가진 인어 한 명이 나타났습니다.
“저, 부르셨나요?”
“그래. 네 몸에 배어 있는 문어 님의 냄새를 맡기 위해서다. 너 같은 녀석도 쓸모가 있을 때가 있구나.”
딱지는 왕이 새로 나타난 인어를 무시하는 모습에 깜짝 놀랐지만, 잠자코 개코상어 로봇이 냄새를 맡게 했습니다. 로봇이 잠시 주위를 돌아다니며 냄새를 맡는 듯하더니 어디론가 출발했습니다.
“저쪽인가 봐요. 가요!”
딱지와 용용, 여섯 부족장이 잽싸게 로봇을 뒤따랐습니다. 그때 누군가 딱지의 발목을 붙잡았습니다. 딱지가 뒤돌아보니 시중드는 인어였습니다.
“저, 저도 함께 가면 안 될까요? 문어 님이 너무 걱정이 돼서요”
“네가 시중을 잘못 드는 바람에 문어 님이 사라지셨는데, 무슨 소리냐? 넌 여기서 기다려!”
현재 왕인 구릿빛 지느러미가 호통을 쳤습니다. 딱지가 왕을 달랬습니다.
“한 명이라도 더 있는 게 좋으니까 함께 가도록 하시지요.”
왕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지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고맙습니다, 대원님. 저는 어두운 빛이라고 합니다. 심해에 사는 어스름 부족 출신이에요.”
“아, 그러면 모두 일곱 부족이 있는 건가요? 아까 왕을 뽑는 건 여섯 부족 중에서라고”
“네저희는 척박한 심해에 산다는 이유로 다른 부족에게 인정을 못 받고 있어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면서 제가 족장이 되기는 했지만, 부족장 회의에 참석하기는커녕 문어 님 시중만 들고 있지요.”
“이 녀석! 대원님께 귀찮게 굴지 마!”
구릿빛 지느러미가 다시 호통을 쳤습니다. 어두운 빛은 황급히 딱지에게서 멀어졌습니다.
“딱지야, 이쪽이야!”
맨 앞에서 개코상어 로봇을 쫓아가던 용용이 외쳤습니다. 로봇이 어떤 곳에서 빙빙 돌고 있었습니다. 가까이 가 보니 그곳은 고운 모래가 깔린 해저였습니다. 인어들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문어를 찾았습니다.
“문어 님~! 어디 계세요?”
하지만 문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방을 둘러보던 딱지는 바닥에 웬 무늬가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모두 움직이지 마세요! 저기 바닥에 무늬가 있어요. 물살이 세면 지워질지 몰라요!”
조심스럽게 가까이 가서 보니 모래를 파서 만든 기묘한 무늬가 있었습니다. 한 점에서 사방으로 구불거리며 뻗어 나가는 선들 위에 그 점을 중심으로 한 여러 개의 동그라미를 그려 놓은 모양이었습니다.
“이 기하학적인 도형은 뭐지?”
딱지가 중얼거렸습니다. 개코상어 로봇은 그 무늬 위를 맴돌았습니다. 어두운 빛이 그 무늬를 보더니 외쳤습니다.
“아, 이건! 문어 님이 심심할 때 그리는 무늬예요! 문어 님은 말을 못 하셔서 가끔 할 말이 있으면 바닥에 무늬를 그리셨어요. 심심할 때, 배고플 때, 기분 좋을 때 그리는 무늬가 서로 다 달랐지요. 저도 그 무늬를 배워서 함께 그리며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어두운 빛이 대답하자 구릿빛 지느러미를 비롯한 여섯 족장이 이마를 찡그렸습니다.
“모래에 문어님의 냄새가 많이 배어서 로봇이 여기를 맴돌았나 봐요.”
딱지가 말하자마자 개코상어 로봇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빨리 따라가요!”
어두운 빛이 외치며 앞장서서 로봇을 따라갔습니다. 나머지 일행도 서둘러 헤엄쳤습니다. 딱지는 인어나 용용처럼 빠르게 헤엄치는 게 어려워 자연스럽게 뒤로 처졌습니다. 그런데 구릿빛 지느러미가 슬쩍 뒤로 빠지며 딱지에게 오더니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습니다.
“저 어두운 빛이란 녀석을 잘 살펴보십시오. 저희는 저 녀석이 문어 님을 빼돌렸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순진해 보이지만 음흉한 녀석입니다.”
딱지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문어의 시중을 든 어두운 빛이 의심을 받다니? 그럴 만한 이유라도 있는 걸까? 계속
*고호관 작가
우주를 동경하던 소년은 어느덧 나이를 먹어 여전히 우주를 동경하는 아저씨가 됐어요. 지금은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여러 매체에서 과학을 재미있게 전해주는 일도 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