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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줄거리. 해롱 호는 혜성과 충돌할 위기에 처한 무럭무럭 행성을 구하기 위해 출동한다. 수천 년 동안 한자리에서 살아가는 나무 주민들을 지킬 방법은 혜성에 폭탄을 설치하는 것뿐인데….
해롱 호의 문이 열리자 쉭- 하며 공기가 빠져나갔습니다. 우주복을 입은 딱지는 그 공기와 함께 우주선 밖으로 나섰습니다. 그리고 제트 분사기를 조절해 혜성을 향해 날아갔습니다.
“조심해. 혜성에 부딪히면 튕겨 나갈 수 있어.”
루띠가 통신기로 충고했습니다. 딱지는 천천히 혜성에 다가갔습니다. 루띠 말대로 혜성은 중력이 약해서 서서 걸어 다닐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언제 어디서 가스가 터져 나올지 몰라 위험했습니다. 딱지는 천천히 속도를 줄이고, 숨을 죽인 채 분사기를 섬세하게 조절한 끝에 마침내 혜성에 찰싹 달라붙는 데 성공했습니다.
“휴우, 일단 도착했어요.”
“좋아. 폭탄을 설치할 위치를 보낼게.”
헬멧 안쪽의 투명한 화면에 혜성의 지도와 함께 폭탄 설치 장소의 좌표가 떠올랐습니다. 딱지는 조심스럽게 그쪽으로 날아갔습니다. 중간쯤 갔을 무렵, 딱지 오른쪽에서 갑자기 혜성의 표면이 폭발하면서 가스가 뿜어져 나왔습니다. 딱지는 압력에 밀려 몸이 휘청거렸지만, 재빨리 분사기를 조절해 균형을 되찾았습니다.
‘휴우, 큰일 날 뻔했다. 아차! 폭탄!’
딱지가 놓친 폭탄이 둥실 떠내려가고 있었습니다. 딱지는 재빨리 날아가 폭탄을 붙잡았습니다. 다행히 망가진 데는 없어 보였습니다. 딱지는 조금씩 움직이는데도 온몸에서 땀이 흘렀습니다. 설치 장소에 도달하는 데만 한 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하아, 도착했습니다.”
“잘했어. 이제 폭탄만 설치하고 돌아오면 돼.”
딱지는 루띠가 알려준 대로 폭탄의 아랫부분이 혜성을 향하도록 표면 가까이 갖다 댔습니다. 그러자 폭탄에서 긴 강철 다리가 나오더니 혜성 속으로 파고들었습니다. 가스가 터져 나오면 어떡하나 걱정스러웠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폭탄이 마침내 혜성에 단단히 달라붙었습니다. 활성화 버튼을 누르자 폭탄의 타이머가 작동하기 시작했습니다.
“폭탄 설치 완료!”
“됐어! 이제 돌아와, 딱지야!
딱지는 다시 혜성 표면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해롱 호를 향해 몸을 날리기에 적당한 곳으로 가야 했습니다. 서둘러 움직이는데, 갑자기 딱지 아래쪽에서 가스가 터져 나왔습니다.
“으악!”
“딱지야!”
딱지의 몸이 빙글빙글 돌며 우주로 날아갔습니다. 눈앞에서 혜성과 해롱 호가 빙글빙글 돌았습니다. 딱지는 필사적으로 분사기를 조절했지만, 원하는 대로 방향을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 보니 딱지는 다시 혜성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속도가 너무 빨랐습니다.
‘위험하다!’
딱지는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습니다. 그런데 부딪히는 순간 혜성의 표면이 푹 꺼지는 게 아니겠어요? 딱지는 혜성에 부딪혀 튕겨 나가는 대신 안쪽으로 쑥 들어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정신없는 와중에 딱지는 생각했습니다.
‘하긴, 가스가 수시로 터져 나올 정도니 혜성 표면은 무르겠구나!’
딱지는 몸을 추슬렀습니다. 다행히 우주복은 멀쩡했습니다. 딱지는 헬멧의 전등을 켜고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놀랍게도, 딱지는 좁은 굴처럼 보이는 공간 안에 있었습니다. 굴의 한쪽 벽에는 딱지가 뚫고 들어온 듯한 구멍이 나 있었지요. 딱지는 그 구멍으로 다시 나가려고 몸을 돌렸습니다. 그런데 굴의 저쪽 반대편에서 어렴풋한 불빛이 보였습니다.
‘불빛?’
그때 루띠의 목소리가 통신기에서 울렸습니다.
“딱지야, 괜찮아? 대답 좀 해봐.”
“아, 네. 괜찮아요. 그런데 뭘 좀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아요.”
“확인? 뭘 확인해? 빨리 돌아오기나 해!”
딱지는 왠지 그 불빛에 강한 호기심을 느꼈습니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아직은 여유가 있었습니다. 딱지는 루띠의 말을 무시하고 불빛이 보이는 쪽으로 기어갔습니다. 한참 기어가다 보니 불빛이 점점 밝아졌습니다. 계속 기어가던 딱지의 머리가 부드러운 장애물에 부딪혔습니다. 조심스럽게 손으로 만져 보니 얇은 막 같았습니다. 딱지는 잠시 고민하다가 손에 힘을 더 주었습니다. 그러자 막 안쪽으로 손이 쑥 들어갔습니다. 그 틈으로 환한 빛과 함께 공기가 쏟아져나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딱지는 조심스럽게 안을 들여다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 안에는 환하게 빛나는 공간이 있었습니다. 둥근 방 같은 공간이었는데, 벽 자체가 반짝이며 빛나고 있었습니다. 딱지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막을 더 젖혀서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딱지가 들어가자 막은 저절로 다시 닫혔습니다.
“루띠? 선장님? 들려요? 혜성 안에 희한한 곳이 있어요!”
“뭐라고? 빨리 오라니까 무슨 소리야?”
딱지의 헬멧 유리에 알림창이 떠올랐습니다.
그건 우주복을 벗어도 된다는 소리였습니다.
‘말도 안 돼! 혜성 안에서?’
그러나 딱지는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헬멧을 벗고 있었습니다. 딱지는 조심스럽게 숨을 쉬어 보았습니다. 약간 춥기는 했지만, 정말로 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그때 딱지의 눈에 뜻밖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나무였습니다. 줄기는 가늘고 이파리도 힘이 없어 보였지만, 분명히 나무가 한쪽 벽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습니다.
“나, 나무? 어떻게 혜성 안에 나무가 있지?”
그때 더욱 놀라운 일이 생겼습니다.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온 것입니다.
“누, 누구세요?”
딱지는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설마 저 나무가 말을 한 건가? 므티 족인가?’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나무밖에 없었습니다. 딱지는 나무를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지금 제게 말을 건 게 나무이신가요?”
“나무가 무엇인지 모르겠어요. 저를 나무라고 하나요?”
딱지는 어리둥절했지만, 만약 이 나무가 평생 혼자서 이곳에 있었다면 자신이 무엇인지 모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 나무가 맞아요. 저 아래 행성에 당신 같은 나무가 많이 살아요. 므티 족이라고 해요.”
“아래가 뭐죠? 행성은 또 뭐죠? 므티 족이요?”
딱지는 이 나무가 혜성 바깥세상에 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당신은 어쩌다 이 혜성 안으로 오게 된 거죠?”
“왔다고요? 전 계속 여기 있었는데요?”
딱지는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헬멧을 쓰고 해롱 호에 연락했습니다.
“선장님, 방금 대화 들으셨나요?”
“그래. 다들 들었어. 영상도 이쪽으로 전송해 줘.”
딱지는 카메라 영상을 해롱 호와 연결했습니다.
“정말 나무가 있잖아? 저기 빛나는 건 발광 생물인 걸까?”
용용과 프로보가 쑥덕거렸습니다.
“이 나무는 어떻게 여기 있게 된 걸까요?”
딱지가 묻자 루띠가 대답했습니다.
“잠깐 기다려. 무럭무럭 행성에 있는 나무와 이야기하는 중이야.”
잠시 후 루띠가 말했습니다.
“딱지야, 아무래도 무럭무럭 행성에서 날아간 씨앗이 우연히 혜성 안으로 들어가 싹을 틔운 것 같아. 마침 혜성 속에 빛을 내는 미생물이 살고 있었던 거지. 그 빛과 혜성 속의 물로 광합성을 하면서 살아남은 것 같다.”
“씨앗이 우주로 날아갔다고요?!”
혜성 안에서 홀로 살아남은 나무라니! 그런데 딱지야… 뭔가 잊은 거 없니? <;계속>;
고호관 작가
우주를 동경하던 소년은 어느덧 나이를 먹어 여전히 우주를 동경하는 아저씨가 됐어요. 지금은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여러 매체에서 과학을 재미있게 전해주는 일도 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