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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순찰대원 고딱지] 24화. 무럭무럭 행성을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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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줄거리. 고딱지와 프로보는 마누팩토 행성에서 로봇들을 마음대로 조종하려는 해커 ‘넓은마음’을 막아내는 데 성공한다. 넓은마음은 도망쳐 사라지고, 딱지는 다음엔 꼭 잡겠다고 다짐하는데

 

해롱 호에 긴급 구조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내용을 확인한 해롱 선장은 어찌 된 일인지 평소와 달리 곧바로 출동 명령을 내렸습니다. 평소처럼 귀찮다는 표정을 짓지도 않고, 시시한 농담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 모습을 본 딱지는 정말 심각한 사건이 발생한 모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용용이 항로를 계산하고 프로보가 우주선을 출발시키자 해롱 선장이 모두를 모아 놓고 임무를 설명했습니다.

“무럭무럭 행성에서 구조 요청이 들어와서 가장 가까운 우리가 출동하게 됐다. 현재 커다란 혜성이 무럭무럭 행성을 향해 날아오고 있다고 한다. 이대로라면 혜성과 충돌해 큰 피해가 예상된다. 우리의 임무는 이 충돌을 막는 것이다.”

혜성 충돌이라니, 이건 딱지의 생각보다도 더 큰일이었습니다. 딱지가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얼마나 큰 피해가 생길까요?”

“대륙 하나가 완전히 파괴될 정도라고 한다.”

“헉! 주민들은 대피하고 있나요?”

“아니. 대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네? 어, 어째서요?”

“가보면 알아.”

평소와 달리 엄숙한 표정의 해롱 선장에게 딱지는 더 이상 물어볼 수 없었습니다. 그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맡은 일에만 집중했지요.

목적지에 가까워지자, 창밖을 가득 메우고 있는 행성이 보였습니다. 푸른 바다와 초록빛 대륙, 흰 구름이 어우러진 멋진 행성이었습니다.

“일단 착륙한 다음 주민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해야 해.”

해롱 선장이 말하자 프로보가 우주선을 행성 쪽으로 몰았습니다. 우주선이 곧 구름을 지나고 점차 내려가더니, 숲이 우거진 대륙으로 향했습니다. 프로보가 숲 한가운데의 커다란 공터에 솜씨 좋게 우주선을 착륙시켰습니다. 해롱 선장을 선두로 모두 우주선 밖으로 나왔습니다. 하늘은 맑고, 날씨는 따뜻하고, 공기는 상쾌했습니다. 딱지가 숨을 크게 들이키며 말했습니다.

“후아~, 여긴 정말 살기 좋아 보이네요. 그런데 주민들은 어디 있죠?”

루띠가 다가오더니 딱지의 팔을 잡아 숲을 향해 이끌었습니다.

“이리 와보면 알아.”

딱지는 영문도 모른 채 루띠에게 이끌려 숲으로 걸어갔습니다. 어느 정도 가까이 가자 어디선가 묵직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반갑습니다, 우주순찰대 여러분.”

딱지는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봤지만, 여전히 아무도 없었습니다. 다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저희를 도와주기 위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여전히 목소리의 주인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루띠가 어떤 나무를 향해 말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희가 왔으니 안심하세요.”

딱지는 여전히 의아한 표정으로 나무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루띠의 말이 끝나자 나무가 부르르 떨었고, 아까 그 목소리가 다시 들렸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혜성에 관한 정보는 해롱 호로 보내도록 지시해 놓았습니다. 원래는 50년 주기로 찾아오는 혜성인데, 원인 모를 이유로 궤도가 틀어져 이곳에 충돌하게 되었습니다. 혜성을 원래 궤도로 돌려놓아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어느새 다가온 해롱 선장이 말했습니다.

 

주기 어떤 일이 한 번 일어나고부터 다음번 되풀이되기까지의 기간을 말해요.

 

 

 

“알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호, 혹시이 나무가 주민인가요?”

딱지가 참지 못하고 루띠에게 속삭였습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므티 족이라는 나무 생물입니다. 이렇게 숲을 이루어 살고 있지요.”

“반갑습니다~!”

곧이어 숲 전체가 부르르 떨리면서 낮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딱지의 몸까지도 진동했습니다.

“아, 안녕하세요! 므티 족은 나무인 건가요? 그러면 여러분은 평생 그렇게 한 자리에서 사시는 건가요? 움직이지 않고요?”

“그렇습니다. 태어난 자리에서 햇빛을 받고 영양분을 흡수하며 몇천 년 동안 삽니다.”

수천 년을 한자리에 서서 살 수 있다니 딱지는 상상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뭘 하면서 지내시나요? 운동도, 여행도 할 수 없으실 텐데”

“쉿! 딱지야, 무례한 질문이잖아!”

루띠가 옆구리를 쿡 찌르며 눈치를 줬습니다.

“괜찮습니다. 저희는 자연을 만끽하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지냅니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우주의 근원은 무엇인가? 이런 생각을 주로 하지요.”

무럭무럭 행성의 나무들은 타고난 철학자인 모양이었습니다. 해롱 선장이 딱지를 잡아끌며 말했습니다.

“에..., 한시가 급하니 저희는 바로 출동하겠습니다.”

 

해롱 호는 곧바로 혜성의 위치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혜성이 가까워지자 희미하게 빛나는 꼬리가 달린 모습이 눈으로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루띠가 관측 장비로 혜성을 살펴봤습니다.

“이 정도 크기면 아까 그 대륙은 흔적도 없이 날아가겠는데?”

“그러면 아까 만난 나무들이 모두 죽는 건가요?”

“그렇지. 수천만 주민이 죽는 거야.”

딱지는 소름이 돋았습니다. 반드시 혜성 충돌을 막아야겠다고 굳게 결심했습니다.

“루띠,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죠?”

“야, 네가 선장이냐? 루띠, 보고해 봐!”

해롱 선장이 딱지에게 면박을 주며 말했습니다.

“음, 방법은 간단해요. 혜성 내부엔 가스가 가득해요. 폭탄으로 구멍을 뚫으면 가스가 대량으로 분출하면서 로켓처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거예요. 충돌을 막으려면 남은 시간이음앞으로 15시간 안에 작업을 마쳐야 하네요.”

“충분해요! 빨리 작업을 시작하죠!”

딱지가 주먹을 불끈 쥐며 외쳤습니다.

“에잇, 네가 선장이냐고! 그건 선장인 내가 할 말이야!”

“앗, 죄, 죄송명령을 내려주세요, 선장님!”

“쳇, 김 다 샜어. 그냥 빨리 작업 시작해!”

루띠가 폭탄을 만드는 동안 용용이 폭탄을 설치할 좌표와 필요한 폭탄의 양을 계산했습니다. 계산을 마친 용용은 탈진해 쓰러졌습니다.

 

좌표 평면이나 공간 안에 있는 특정한 점의 위치를 수로 나타내는 걸 말해요.

 

혜성에 폭탄을 설치하는 일은 딱지가 맡았습니다. 정해진 위치에 폭탄을 고정하고 돌아오기만 하면 폭탄이 정해진 시각에 터지게 되어 있었습니다. 딱지는 우주복을 준비하면서 나무 생명체의 삶에 관해 생각했습니다.

‘수천 년 동안 한자리에 서서 사는 기분은 어떨까? 할 수 있는 게 생각뿐이라니’

“딱지야, 폭탄 준비됐다!”

 

 

루띠가 축구공만 한 폭탄을 들고 오며 말했습니다. 딱지는 혼자 생각에 정신이 팔려 루띠의 말을 듣지 못했습니다.

“딱지야? 딱지야!”

“네? 아, 네!”

“어디다 정신을 팔고 있는 거야? 실수하면 큰일 나는 거 몰라?”

“아, 알아요. 그냥나무 생명체가 너무 신기해서.”

“종족마다 다 사는 방식이 다른 거야. 나무 생물들이 보기에 우리는 몇십 년뿐인 짧은 시간 동안 방정맞게 움직이면서 사는 걸로 보이겠지. 오랫동안 차분하게 생각도 못 하고 말이야.”

“그럴 수도 있겠군요.”

딱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자, 이제 출동이다! 실수하면 안 되는 거 알지?”

해롱 선장이 마지막으로 당부했습니다. 딱지는 머릿속으로 다시 계획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통신기로 프로보에게 말했습니다.

“준비됐어요. 문 열어주세요!”

 

 

 

고호관 작가. 

우주를 동경하던 소년은 어느덧 나이를 먹어 여전히 우주를 동경하는 아저씨가 됐어요. 지금은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여러 매체에서 과학을 재미있게 전해주는 일도 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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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8호 어린이수학동아 정보

  • 고호관(SF 소설가)
  • 진행

    최은혜 기자
  • 일러스트

    수풀란
  • 디자인

    오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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