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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 속에 수가 숨어 있다고요? 그 쓰임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것뿐이라고요? 동물 친구들의 대화를 슬쩍 엿보며 국어 속에 어떤 수학이 숨어 있는지 찾아보자고요!

[순瞬식息간間]

등을 꼿꼿하게 펴고 망을 보던 대장 미어캣과 부하 미어캣 세 마리. 대장 미어캣의 눈꺼풀이 슬슬 무거워지던 그때, 부아아앙~! 뭔가가 엄청난 속도로 미어캣들을 스쳐 지나갔어요. 앗,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지키고 있던 먹이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요.

“도둑이 순식간에 지나가서 못 봤다고? 빨라 봤자 얼마나 빠르다고!”

“하지만 대장! 순식간이 얼마나 짧은 시간인지 아세요?”

‘순식’은 불교에서 영향을 받아 사용하게 된 수의 단위예요. 10과 거듭제곱*을 이용하면 아주 큰 수와 아주 작은 수를 표현할 수 있는데요, 10을 거듭해서 곱하면 아주 큰 수를, 1/10을 거듭해서 곱하면 아주 작은 수를 만들 수 있어요. 순식은 (1/10)¹⁶만큼 작은 수예요. 은 0.1과 같기 때문에 (1/10)¹⁶은 0.0000000000000001로 쓸 수 있지요.

하지만 대장 미어캣에게도 할 말은 있어요. 대장이 눈을 살짝 감은 찰나에 먹이를 도둑맞았거든요. 찰나를 숫자로 바꿔쓰면 (1/10)¹⁸이에요. 소수로 바꾸면 0.000000000000000001이 된답니다. 순식은 찰나보다 100배나 더 긴 시간이지요.

[샅샅이]

대장 미어캣은 뭐든 찾아내기로 유명한 옆집 개코원숭이에게 도둑을 찾아달라고 부탁했어요.

“뭐? 먹이 도둑은 못 참지! 샅샅이 뒤져 흔적을 찾아볼게.”

샅샅이는 ‘샅’이라는 단어를 두 번 붙여 만든 단어예요. ‘샅’은 두 넓적다리 사이나 물건 두 개 사이에 있는 틈을 뜻하는 우리말이지요. 샅처럼 좁은 틈까지도 들여다본다는 의미에서 빈틈없이 모조리 살펴본다는 뜻의 샅샅이가 유래됐어요. 개코원숭이가 도둑의 흔적을 아주 치밀하게 살펴보려나 봐요!

우리가 자주 쓰는 낱낱이와 겹겹이 같은 표현도 비슷한 방법으로 생겨난 말이예요. ‘하나하나 빠짐없이 모두’라는 의미로 쓰는 낱낱이는 ‘낱’을 두 번 붙여 만든 말이에요. 낱은 원래 아주 작거나 가느다란 물건을 하나하나 셀 때 쓰는 단위지요.

겹겹이는 여러 겹으로 둘러싸거나 쌓여있는 모습을 표현한 말이에요. ‘겹’은 어떤 물체의 면과 면 또는 선과 선이 포개진 상태를 말하지요. 겹을 두 번 써 만든 단어 겹겹이는 포개진 것을 여러 번 쌓았다는 의미가 돼요.

[주먹구九구九]

“털이나 뒤져서 뭘 어쩌겠다는 거야? 얼른 도둑을 뒤쫓아가야지!”

동네에서 가장 날쌔기로 유명한 다람쥐 경찰이에요. 다람쥐 경찰이 가장 싫어하는 건 바로 주먹구구식 사건 처리! 어떤 일을 정확하지 않게 대충 얼버무리며 처리하는 것을 ‘주먹구구식으로 한다’라고 해요. 주먹구구는 주먹을 이용해서 셈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96의 답을 주먹구구식으로 알아내 볼까요? 오른손을 접었다 펴면서 9를 세어 보세요. 왼손은 6을 세어 봐요. 9를 센 손은 편 손가락이 4개, 접은 손가락이 1개예요. 6을 센 손은 편 손가락이 1개, 접은 손가락이 4개가 되지요. 이제 양손의 편 손가락 개수끼리는 더하고 접었다 펴면서 손가락 개수끼리는 곱해요. 편 손가락은 5, 접은 손가락은 4가 되지요? 이때 편 손가락은 십의 자리 수가, 접은 손가락은 일의 자리 수가 되어 답은 54! 답이 정확하다고요?

그런데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어요. 주먹구구 셈법으로는 5보다 작은 수를 계산할 수 없어요. 게다가 식을 써서 계산하거나 계산기를 쓰는 것보다 빠르지도 않고 실수도 잦지요. 여기에서 어떤 일을 정확하지 않게 처리할 때 주먹구구식으로 한다는 말이 유래됐답니다.

먹이 도둑을 잡기 위해 훌쩍 뛰어가는 다람쥐 경찰! 과연 먹이 도둑을 찾아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