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넷?”
“뭘 하는 거냐고 물었다! 왜 대답이 빨리빨리 나오지 않는 거지? 역시 생각대로 무능하군!”
“아, 아닙니다. 저는 여기에 유령이….”
“그 옷차림은 뭔가? 복장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군! 뭐가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 아무런 대비도 없이 들어가다니! 또, 그 겁먹은 태도는 뭔가?”
페가수스 선장은 딱지가 대꾸할 틈도 주지 않고 몰아붙였습니다.
“죄, 죄송합니다. 그런데 페가수스 선장님은 어째서 여기 계시지요?”
“나는 진작부터 와서 너희들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우왕좌왕하는 꼴을 도무지 그냥 볼 수가 없더군! 우주순찰대라고 부르기 부끄러울 정도야! 겁먹고 몸을 사리지 않나, 쓸데없는 말장난이나 하고 있지 않나. 너무나 품위가 없다!”
페가수스 선장이 계속 몰아붙이자 딱지는 얼굴이 벌게졌습니다. 갑자기 숨이 턱 막혀왔습니다.
“이런 수준으로는 평생 페가수스 호에 올 수 없어! 당장 나가지 못해? 이제부터 여기는 우리가 맡겠다!”
딱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해롱 선장을 비롯한 일행이 깜짝 놀라서 물었습니다.
“헉! 왜 그래? 너도 유령을 봤어?”
“페, 페가수스 선장님이 여기는 그쪽에서 맡겠다고….”
딱지는 울음을 참으며 말했습니다.
“페가수스? 뭔 소리야? 여긴 우리밖에 없는데….”
해롱 선장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대꾸했습니다. 딱지는 그제야 정신이 들었습니다.
‘아, 그게 유령이었구나!’
“페가수스 녀석이 유령이 되어서 나한테 온다면 끔찍하겠는걸?”
해롱 선장이 인상을 쓰며 중얼거렸습니다.
“이봐, 고딱지 대원. 페가수스가 유령일 리는 없으니 다시 한 번 다녀와. 그냥 무시하고 가면 되잖아.”
“알겠습니다.”
하지만 말과 달리 딱지는 다리가 후들거리고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이상했습니다. 머리로는 환상이란 걸 알지만, 가슴이 두근거리고 입이 말랐습니다.
“아무래도 딱지는 안 되겠는데요? 제가 갔다 올게요.”
루띠가 딱지를 대신해 나섰습니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갔던 루띠는 잠시 후 괴성을 지르며 뛰쳐나왔습니다.
“끼에엑! 모래! 모래 괴물이다! 모래 괴물이 날 덮쳤어! 털 속에 모래가 잔뜩 끼었어! 어떡해! 어떡해! 찝찝해!”
루띠는 아무것도 없는 자기 털을 마구 털어댔습니다. 해롱 선장이 한숨을 쉬며 이번에는 용용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용용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추워! 추워! 살려줘! 얼음 괴물한테 잡아먹힐 뻔했어!”
뿜뿜이에서 뛰쳐나온 용용은 정말로 얼어버린 듯이 굳은 몸으로 땅에 쓰러졌습니다.
“해롱 호 체면이 말이 아니군, 어휴.”
해롱 선장이 다만드러 공장장의 눈치를 보며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결국 프로보가 가야 했습니다. 프로보가 피라미드 안으로 사라졌습니다. 통신기로 프로보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제어실로 가는 중. 아무 일 없다. 역시 로봇이 유령을 볼 확률은 라면을 먹다가 재채기해서 콧구멍으로 빠져나온 면발이 앞사람 그릇에 빠졌는데, 앞사람이 알아채고 더럽다고 화를 낼 확률과 같다.”
“휴우.”
해롱 선장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제어실 문 앞에 도착했다. 이게 뭘 어렵다고 그렇게 난리인가? 쯧쯧.”
프로보가 거만한 투로 말했습니다.
“저 녀석 다음번 정비 때 내가 윤활유 대신 참기름을 부어버릴 거야. 생각만 해도 고소하네.”
루띠가 이를 갈며 조그맣게 속삭였습니다. 그런데 그때 프로보가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응? 그런데 제어실 문이 열리지 않는다.”
쾅쾅쾅-. 프로보가 제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렇습니까? 이상하군요. 우주순찰대가 조사하러 간다고 분명히 이야기를 해두었는데….”
다만드러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무전기에 대고 말했습니다.
“제어실 나와라, 오버. 여기는 공장장. 왜 문을 잠가 놓고 있는 건가, 오버!”
하지만 무전기에서는 아무 대답이 들리지 않았습니다. 다만드러가 몇 번 더 시도하더니 심각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네요. 분명히 로봇들이 일하고 있을 텐데….”
뾰족한 수가 없었습니다. 날이 저물고 있어 해롱 선장은 다음 날 방법을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해롱 호 일행은 밤새 불침번을 서기로 했습니다. 해롱 선장의 도깨비감투를 이용하면 아무도 몰래 주변을 감시할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로 불침번을 서고 돌아온 해롱 선장은 감투를 루띠에게 넘기고 쿨쿨 잠들어 버렸습니다.
“쳇. 솔선수범한다면서 중간에 안 깨도 되는 가장 편한 시간을 차지하다니. 얌체 같으니라고.”
얼마 뒤 루띠가 돌아와 딱지를 깨웠습니다.
“네 차례야. 무슨 일 있으면 깨워.”
딱지는 졸린 눈을 비비며 감투를 쓰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밖은 쌀쌀했습니다. 저 앞에 별빛을 받은 피라미드가 은은하게 빛을 내고 있었습니다. 유령에 대한 이야기 때문에 그 근처에는 아무도 얼씬하지 않았습니다. 딱지는 무심코 시계를 보았습니다. 낮 1시였습니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순간 자신이 다른 행성에 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시계를 이곳 시간으로 맞추어야 했는데, 지금은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딱지는 이 시계로 두 시간 정도 뒤에 용용을 깨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후 한 시간쯤 지났을까…. 누군가 뿜뿜이를 향해 걸어오는 게 보였습니다.
‘응? 누구지?’
안전모를 쓴 모습이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 같았습니다. 그 사람은 딱지를 지나쳐 뿜뿜이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아! 내가 감투를 써서 안 보이는구나. 잠깐, 그런데 저 사람은 유령이 안 무서운가? 혹시 범인?!’
딱지는 서둘러 정체 모를 사람을 쫓아가려 했습니다. 하지만 입구에서 갑자기 다리가 후들거리며 몸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하는 수 없이 소리를 내 그 사람을 불렀습니다.
“이보세요,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그 사람은 갑자기 허공에서 목소리가 들려오자 깜짝 놀라서 주위를 두리번거렸습니다.
“뭐, 뭐지? 유, 유령인가? 설마 그럴 리가!”
그 사람이 겁먹고 뒤돌아서 밖으로 나오려 했습니다. 딱지는 감투를 벗고 말했습니다.
“우주순찰대입니다. 지금 여기서 뭘 하시는 건지 묻고 있습니다!”
눈앞에 갑자기 딱지가 나타나자 그 사람은 그대로 주저앉아 엉덩방아를 찧었습니다. 머리에 쓴 안전모가 벗겨지면서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우, 우주순찰대? 안 돼!”
그 사람이 비명을 지르며 서둘러 안전모를 뒤집어쓰고 제어실 쪽으로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딱지도 얼른 뒤를 따르며 무전으로 동료들을 깨웠습니다.
“여기는 고딱지! 수상한 자가 나타났다! 뿜뿜이로 모두 모여라, 오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