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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줄거리. 계획대로 배사 공작의 생일파티에 무사히 잠입한 해롱 호 대원들. 딱지는 모습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도깨비 감투를 쓰고 공작의 집무실에 들어가는 데 성공한다. 그런데 공작이 문을 닫고 나가는 순간 도깨비 감투가 벗겨지는 느낌이 드는데.
소파 뒤에 숨은 딱지의 귀에 용용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딱지야, 도깨비 감투가 문에 끼어서 찢어졌어! 일단은 거기 숨어 있어. 공작은 널 못 봤으니까.”
공작은 방 안을 한 번 둘러보더니 다시 밖으로 나가, 문 앞을 지키던 경비병에게 말했어요.
“아무 이상 없는데? 뭔가 잘못 들은 거 아냐? 정신 차리고 근무하도록!”
그리고는 공작의 발걸음이 멀어졌습니다.
딱지는 그제야 안심하고 몸을 일으켰습니다. 문 위에 있는 환풍구 틈새로 용용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큰일이다! 감투가 찢어졌으니 나갈 땐 어떻게 하지?”
용용이 호들갑을 떨며 말했습니다. 원래는 똑같은 수법으로 공작을 유인해서 그 틈에 빠져나갈 계획이었습니다.
딱지는 감투를 쓰고 한쪽 벽에 달린 큰 거울에 몸을 비춰 보았습니다. 대부분은 투명해서 안 보였지만, 얼굴과 오른쪽 팔다리는 그대로 보여서 마치 귀신 같았습니다.
감투를 돌려서 쓰자 이번에는 하체만 투명하고 상체는 그대로 보였습니다. 이리저리 돌려서 써 봤지만, 일부만 투명해지는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아, 이러면 들키지 않고 나갈 수가 없는데”
딱지가 한숨을 쉬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어요.
“일단 증거부터 찾을게요.”
딱지는 공작의 책상 위에 놓인 컴퓨터를 켜고 자료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컴퓨터를 아무리 뒤져도 반란을 계획했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딱지는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정보가 잘못된 거 아니에요?”
딱지가 통신기로 해롱 선장에게 물었습니다.
“그럴 리 없어. 더 자세히 찾아봐.”
하지만 컴퓨터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흠반란의 증거라면 좀 더 은밀한 곳에 숨겨 놓았을 거야.”
딱지는 조심스럽게 방 안을 돌아다니며 비밀 금고 같은 게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용용은 보이는 거 없어요?”
딱지가 물었습니다.
“특별한 건 없어. 그냥 여기서 보니까 좌우대칭이 안 맞아서 마음이 불편할 뿐이야. 난 대칭이 아닌 걸 보면 좀 불편하거든.”
“대칭이요?”
“책상이 정면에 있는데 책상을 기준으로 오른쪽이 왼쪽보다 넓어서 대칭이 안 맞아. 으으, 거슬려.”
정말 그랬습니다. 책상에 앉았을 때 양옆 벽까지의 거리가 서로 달랐습니다. 용용을 마주보고 있는 딱지 기준으로는 거울이 있는 오른쪽 벽이 책상과 더 가까웠습니다.
딱지는 그쪽으로 가서 벽을 조사했습니다. 자세히 보니 원래 없던 벽을 나중에 세운 것처럼 그 벽만 벽지가 더 깨끗했습니다.
‘이 뒤에 공간이 있는 걸까?’
딱지는 벽에 걸려 있는 거울을 살펴봤습니다. 뭔가 수상했습니다. 거울 오른쪽에 손을 대고 힘을 주자 안쪽으로 쑥 들어가는 느낌이 났습니다.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서자 거울이 빙글 돌아가면서 거울 뒷면에 있던 컴퓨터가 딱지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딱지는 얼른 컴퓨터를 켜고 자료를 찾았습니다. 반란의 증거가 있었습니다.
“찾았다! 반란 계획이에요. 동원할 병력의 양, 시행 날짜, 이동 경로전부 여기 있어요!”
“좋았어! 얼른 복사해!”
해롱 선장이 신이 난 목소리로 속삭였습니다.
딱지가 준비해 온 메모리스틱을 꽂고 자료를 복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자료가 생각보다 많아서 복사에 시간이 걸렸습니다.
1%, 2%, 3%….
딱지는 느릿느릿 올라가는 진행률을 보며 초조하게 기다렸습니다. 갑자기 해롱 선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배사 공작이 파티장을 나가려 한다! 어디로 가는지는 아직 모르겠어.”
“헉, 들킨 거 아니에요? 제발, 화장실에 가는 것이길”
26%, 27%….
“이런, 큰일이다! 배사 공작이 집무실 전용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고 있어. 딱지야, 서둘러!”
하지만 컴퓨터의 복사 속도를 빠르게 할 방법은 없었습니다. 딱지는 발을 동동 구르며 100%가 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해롱 선장과 루띠는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배사 공작을 뒤따라가 말을 걸었습니다.
“아이고, 공작님!”
해롱 선장이 다가가 능청을 떨었습니다.
“아까는 제가 넘어져서 죄송합니다. 제가 미안한 게 있으면 못 참걸랑요.”
“아, 괜찮습니다. 저는 볼일이 있어서 좀”
해롱 선장은 돌아서려는 배사 공작을 붙잡고 늘어졌습니다.
“우리 뱃사공 자기님은 정말 너그러우시네요. 그나저나 여기 순살 양념 케이크도 참 맛있더라고요. 케이크는 역시 반반이 최고긴 한데”
“무슨 자기요? 그리고 뭐라고요?”
해롱 선장이 계속 횡설수설하자 배사 공작이 인상을 썼습니다.
“죄송하지만, 좀 바빠서 실례하겠습니다.”
공작이 가 버리자 해롱 선장이 속삭였습니다.
“쳇. 공작이 움직이고 있다. 현재 엘리베이터 탑승.”
67%, 68%, 69%….
진행률만 바라보고 있던 딱지의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너무 겁이 나서 성공할 수 있을지 두려웠습니다.
딱지는 심호흡을 한 뒤에 나직하게 말했습니다.
“실과 바늘 나와라, 뚝딱.”
곧 콧구멍이 간질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딱지는 바늘이 콧속을 푹 찌를까 봐 너무 무서웠습니다.
“으으으~.”
콧구멍으로 뭔가 밀려 나오자 딱지는 천천히 끄집어냈습니다. 실뭉치가 콧구멍 속에서 빠져나왔습니다.
‘응? 바늘은?’
실뭉치를 풀어헤쳐 보니 그 안에 작은 바늘이 있었습니다.
‘오, 도깨비방망이가 이 정도 눈치는 있구나!’
“배사 공작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시간이 없었습니다. 진행률은 80%에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딱지는 서둘러 도깨비 감투를 꿰매기 시작했습니다.
문밖에서 공작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아, 잠깐 확인해야 할 게 있으니 비켜 보게.”
복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도깨비 감투도 아직 찢어진 상태였습니다. 문밖에서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 안 돼! 너무 늦었다.’
그때 해롱 선장이 큰 소리로 외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이고, 배야! 파티에 상한 음식을 내놓다니! 아이고, 배야! 어서 공작 나오라 그래!”
동시에 밖에서 공작의 뒤를 따라온 경비병이 공작을 불렀습니다.
“공작님, 지금 파티장에서 한 손님이 난동을 부리고 있습니다.”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멈췄습니다. 복사 진행률은 90%를 넘고 있었습니다.
“뭐라고? 무슨 일이야?”
“그게 좀이상한 사람 같습니다. 말이 안 통합니다.”
“끄응.”
공작은 잠시 고민하는 눈치였습니다.
딱지는 그 틈을 타 감투를 다 꿰맸습니다. 동시에 공작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내가 만나준다고 하고 적당히 달래서 조용히 시켜!”
그리고 다시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과연 딱지는 임무를 완수하고 공작의 눈을 피해 방을 나갈 수 있을까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