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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줄거리
해롱 선장은 고딱지가 페가수스 선장을 존경하는 것에 질투를 느끼고, 일부러 딱지에게 온갖 사소한 임무들을 맡긴다. 함께 임무 수행에 나선 프로보는 해롱 선장과 페가수스 선장의 과거 이야기를 딱지에게 들려준다. 다음 임무에 함께 출동한 루띠는 해롱 선장의 진짜 이야기를 알고 있다며 궁금증을 자아내는데....
딱지는 루띠가 해준다는 이야기가 너무나 궁금했지만, 루띠는 임무를 완수한 뒤에야 해주겠다고 고집을 부렸습니다.
이번 임무는 저번보다 더 고생스러웠습니다. 어떤 행성에 사는 아이가 잃어버린 동물을 찾아주는 일이었지요. 그 동물은 땅고양이 ‘조세핀’이었요. 땅고양이는 대단히 귀엽지만, 주인을 잃어버리면 땅굴을 깊이 파고 들어가 숨는 습성이 있었습니다. 땅고양이가 파는 땅굴은 개미굴 못지 않게 복잡하기로 유명했습니다.
“땅속에서 고양이를 찾는 건 불가능해요.”
하지만 아이는 울먹이며 제발 찾아 달라고 빌었어요. 딱지는 어쩔 수 없이 머리에 손전등을 달고 땅굴 속으로 기어들어 갔습니다. 땅굴은 덥고 축축했고 미로처럼 생겨서 땅고양이는커녕 길을 찾기도 어려웠습니다.
딱지는 다시 밖으로 나와 헐떡거렸습니다. 온몸이 땀과 흙으로 범벅이 됐어요.
“땅고양이는 코빼기도 안 보여요. 좋아하는 간식 같은 걸로 유인하면 어떨까요?”
“이미 다 해봤는데 실패했어요.”
울상을 한 아이가 대답했어요. 마침내 가만히 있던 루띠가 나섰습니다.
“어떻게 해결하나 보려고 했는데 안 되겠군. 딱지야, 이리 와봐.”
“사실 땅고양이는 방귀 냄새를 좋아해. 땅굴 입구에 엉덩이를 대고 방귀를 뀌어봐.”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런 게 될 리....”
루띠가 갑자기 달려들며 딱지에게 뭔가를 먹였습니다.
“무슨 짓이에요!”
딱지가 항의하는데, 갑자기 배가 꾸르륵거렸어요. 루띠가 얼른 딱지를 데려가 땅굴 입구에 주저앉혔습니다.
‘부우욱~!’
엄청난 방귀가 나와 땅굴 속으로 흘러 들어갔어요. 딱지는 창피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었습니다.
“성공이다! 먹으면 방귀가 나오는 젤리를 만들 수 있다고 해롱 선장과 내기했는데!”
“뭐예요? 나를 실험 대상으로 삼은 거예요?”
“아, 미안. 그래도 땅고양이는 찾았으니 됐지?”
일어서 보니 어느새 딱지의 엉덩이에 땅고양이가 달라붙어 있었습니다. 아이가 땅고양이를 끌어안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딱지와 루띠는 다시 우주선에 올랐습니다.
“그래도 절 창피하게 만들었으니 사과해요!”
딱지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외쳤습니다.
“히히히. 임무를 해결해 줬는데, 무슨 소리야? 그 대신 해롱 선장 얘기를 들려줄게.”
루띠
페가수스 선장은 기숙사에서 해롱 선장과 같은 방을 썼어. 페가수스 선장은 그때도 지금처럼 완벽한 모범생이었어. 해롱 선장은 페가수스 선장에게 경쟁심을 느꼈는 데, 뭘해도 지는거야. 해롱 선장은 제발 하나만이라도 페가수스 선장을 이겨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러던 어느 날 문득 해롱 선장은 ‘씨름’을 떠올렸어. 너도 알지? 도깨비 종족이 씨름 하나는 원체 잘 하는 거. 자기가 학교의 유일한 도깨비니까 우승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거야. 마침 학교 축제가 얼마 뒤였어. 해롱 선장은 씨름 대회를 열자고 강력하게 주장했지. 해롱 선장은 페가수스 선장을 메다 꽂을 생각에 신났어.
대회는 토너먼트 방식이었어. 해롱 선장은 도깨비답게 결승까지 단 한 판도 지지 않 았어. 운동에 뛰어난 페가수스 선장 역시 전승으로 결승에 진출했어.
마침내 두 사람이 결승에서 맞붙었지. 첫판에서는 서로 힘을 겨루다가 해롱 선장이 밭다리걸기 기술로 페가수스 선장을 이겼어. 해롱 선장은 자신감이 솟아올랐어.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그런데 둘째 판이 시작 되기 전에페가수스 선장이 해롱 선장에게 말했어.
‘자네는 밭다리걸기를 쓰기 전에 왼쪽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는 습관이 있더군. 이제 공격을 예측할 수 있어.’
해롱 선장은 코웃음 치며 경기를 시작했는데, 갑자기 그 말이 계속 떠오르는 거야. 그때부터 발가락에 신경이 쓰여서 견딜 수가 없었지.
‘내가 정말 오른쪽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나? 아니, 왼쪽이랬나? 잠깐만, 무슨 기술을 걸 때 그런다고?’
머리가 복잡해진 해롱 선장은 다리를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어. 결국 연이어 두 판을 다 지고 말았고, 우승은 페가수스 선장이 차지했지. 해롱 선장은 페가수스 선장이 비열하 게 속임수를 썼다면서 그때부터 페가수스 선장이라고 하면 이를 갈아.
“그러면 열등감 때문이라는 건가요?” 딱지가 물었습니다.
“말하자면 그렇지.” 딱지는 곰곰이 생각 했습니다. 페가수스 선장 같은 사람에게 열등감을 느끼지 않기란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을 미워해서는 안되지요. 딱지는 해롱 선장이 보기보다 더 좀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해롱 호로 돌아온 딱지에게는 용용과 함께하는 또 다른 임무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침 목적지가 뜨차 행성이네. 거기는 열대 기후니까 난 오랜만에 일광욕 좀 해야겠다. 임무는 네가 해결할 수 있지?”
용용이 언제나처럼 음침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네. 선배는 냉혈동물인데, 맨날 서늘한 우주선에서 생활하려니 힘드시겠어요.”
“항로 계산하면 열이 나니까 견딜 만해. 그래도 열대 행성이라니 신나네. 흐흐흐.” “아, 해롱 선장님이 페가수스 선장님을 미워하는 게 열등감 때문이라면서요?” 딱지는 루띠에게 들은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그러자 용용은 큭큭 소리내며 웃었습니다.
“루띠는 아는 척은 잘하는데, 항상 어디서 이상한 소문만 주워듣고 와서 퍼뜨리지.”
“아니라고요?”
“그래. 내가 들은 이야기는 그게 아니야. 사실은....”
용용
해롱 선장과 페가수스 선장은 원래 절친이었어. 사관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친하게 지냈지. 해롱 선장과 페가수스 선장은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 항상 1, 2위를 다퉜어.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해롱 선장이 몰래 학교를 빠져나가서 나쁜 짓을 하고 다닌다거나 학교 서버를 해킹해서 시험 문제를 미리 빼돌린다거나 하는 소문이 돈 거야. 해롱 선장은 소문에 신경 쓰느라 공부에 조금씩 소홀할 수밖에 없었어. 그러자 페가수스 선장의 성적이 조금씩 앞서기 시작했어.
그러던 어느 날 학교 선도부가 불시에 해롱 선장의 방을 수색했어. 해롱 선장이 항의 했지만 신고가 들어왔다며 여기저기를 마구 뒤지는 거야. 그러더니 침대 매트리스 밑에서 며칠 뒤에 있을 시험 문제가 적힌 종이를 발견했어. 해롱 선장은 시험 문제를 빼돌린 혐의로 조사를 받았어. 증거가 워낙 확실해서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게 하는 징계인 퇴학이 분명했지. 하지만 페가수스 선장이 해커가 서버에 침투한 그 시각에 해롱 선장과 자신이 함께 있었다는 이야기를 해 준 덕분에 퇴학을 면할 수 있었어.
용용이 여기서 이야기를 멈췄습니다.
“오, 역시 페가수스 선장님. 그런데 왜 페가수스 선장님을 싫어한다는 거죠?”
딱지가 물었습니다. 용용이 씩 웃으며 말을 이었습니다.
“거기서 끝이 아니거든.”
“그럼요?”
“해롱 선장은 도대체 누가 자기에게 누명을 씌우려고 하는지 알아내려고 도깨비감투를 쓰고 주변을 감시했지. 그랬더니 이상한 소문을 퍼뜨리고 다니는 건 바로...!”
해롱 선장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운 건 대체 누구일까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