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돌토돌 매끈매끈, 동글동글 길쭉길쭉, 뾰족뾰족 복슬복슬....
혹시 외계 생명체일까요? 사실 이것들은 우리 자연에서 나고 자라는 ‘자생식물’의 씨앗입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 운영하는 시드볼트*에 저장된 씨앗이지요. 아주 작은 씨앗 안에 꽃과 풀, 커다란 나무가 모두 들어있는 것 같아요. 씨앗 사진에 담긴 생명의 신비를 감상해볼까요?
* 시드볼트 : 종자를 보관하는 금고 같은 곳이에요. 전쟁이나 자연재해, 기후변화 등이 일어나서 식물이 멸종할 경우를 대비해 여러 종류의 씨앗을 보관해요. 시드볼트는 전 세계에 단 두 곳 있답니다. 하나는 노르웨이,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에 있지요. 경상북도 봉화군에 있는 시드볼트에는 약 4700여 종, 9만5000여 점의 씨앗이 보관돼 있어요.
▲ 고화질은 PDF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확대하면 보이는 개성 있는 모양이 재미있어요”
조그만 씨앗을 어떻게 찍었나요?
물체를 30만 배까지 확대해서 볼 수 있는 ‘주사전자현미경’을 사용했어요. 1cm 크기를 30만 배 키우면 3km가 되지요. 이 현미경은 우리 눈에 보이는 빛이 아니라 전자를 이용해요. 씨앗의 표면을 금 성분으로 코팅해 전자가 반사되도록 만든 뒤 아주 가느다란 전자 빔을 쐈어요. 이렇게 하면 씨앗에 매달린 수염 같은 털 가닥까지 볼 수 있지요. 다만 흑백 사진처럼 보이기 때문에 여기에 씨앗의 원래 색깔이나 자라서 꽃이 됐을 때의 색깔을 나중에 덧입힙니다.
어떤 씨앗 사진이 가장 기억에 남나요?
두메부추처럼 모양이 독특한 씨앗을 찍을 때가 재밌어요. 세뿔투구꽃은 많이 사라져서 희귀한 식물이라 기억에 남아요. 오동나무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나무지만 씨앗을 본 사람은 많지 않을 거예요. 사실 우리나라 고유의 식물을 보존하고 저장하는 일은 굉장히 중요해요. 본래 우리나라가 고향인 구상나무가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사라져가고 있어 외국으로부터 수입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거든요. 소중한 자원인 씨앗을 널리 알리려고 사진에 담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