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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순찰대원 고딱지] 1화. 꿈에 그리던 수석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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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은하계 우주순찰대 사관학교의 졸업식이 있는 날입니다. 딱지는 제복을 갖춰 입고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훑어봤습니다. 

“좋았어. 이제 나도 당당한 순찰대원이야.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대로 ‘딱’ 부러지고 ‘지’ 적인 대원이 돼야지.”

하지만 딱지는 곧 시무룩해졌습니다. 

“근데 암만 생각해도 고딱지는 좀 그렇다. 역시 이름을 바꿀 걸 그랬나. 고차원, 고득점, 고단수, 고성능, 고강도, 고철, 고민, 으…, 고민이다, 고민.”

마땅한 이름을 떠올리지 못한 딱지는 포기하고 졸업식장으로 향했습니다. 넓은 강당에 졸업을 앞둔 예비 대원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대장님이 단상에 올라 연설을 시작했습니다. 

“이제 앞으로 여러분은 명예로운 순찰대원이 돼 은하계의 안전과 질서를 지키는 일을 하게 됩니다. 긍지와 자부심을….”

딱지는 슬쩍 눈을 돌려 부모님을 봤습니다. 부모님도 먼발치서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딱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럼 수석 졸업생을 발표하겠습니다. 모든 훈련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 1등을 차지한….”

딱지는 당당하게 일어설 채비를 했습니다. 대장님이 말한 수석 졸업생이란 다름아닌 딱지였거든요.

“코딱…, 아니 고딱지 대원!”

딱지는 일어서다가 엉거주춤했고, 주위에서 소리 죽여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딱지는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졸업식이 끝나고 부모님을 찾아가던 딱지는 그만 누군가와 부딪혔습니다. 그러자 그 사람이 먼저 사과했습니다.

“실례했습니다. 아, 자네는 수석 졸업생이군. 축하하네. 함께 일할 기회가 생기면 좋겠군.”

딱지가 고개를 들어 보니, 세상에, 그 사람은 페가수스 호의 페가수스 선장이었습니다. 우주순찰대의 영웅으로 불리는 사람이었지요. 

“아, 가, 감사합니다.”

멋진 자세에 우아한 태도, 소문이 자자할 정도로 뛰어난 능력! 페가수스 호 역시 새하얗고 세련된 최첨단 우주선이었지요. 

‘저런 분과 함께 일할 수 있으면 정말 좋겠어!’

딱지는 오래전부터 페가수스 선장과 함께 일하기를 꿈꿔 왔습니다. 수석으로 졸업한 지금 그 꿈이 막 이뤄지려는 참이었지요. 이제 조금 있으면 졸업생들의 우주선 배정 결과가 나올 예정이었습니다.

‘제발, 페가수스 호, 페가수스 호!’
쿵-.
 “으악!”

누군가 뛰어가다가 딱지와 세게 부딪쳤습니다. 딱지가 바닥에 뒹굴다가 정신을 차려 보니 웬 후줄근한 남자가 딱지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우주순찰대 제복을 입고 있었는데, 옷차림이 영 어수룩했습니다. 페가수스 선장과 너무 비교가 되었지요.

“어, 안녕. 아니, 미안? 그리고 안녕? 저기, 뭐더라 내가 좀 급히 가야 할 데가 있어서 말이야…. 저쪽에 대장님이, 아니 이쪽인가…?”

남자는 뭐라고 중얼거리는 듯하더니 어디론가 휙 가버렸습니다.

‘뭐야, 저 사람은? 저렇게 어리숙한 대원도 있나? 페가수스 선장님과 너무 차이가 나는걸?’

딱지는 부모님과 근사한 곳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우주선에 타고 임무에 나서면 한참 동안 못 볼 테니까요. 부모님은 자랑스러운 표정이었고, 딱지도 뿌듯했습니다. 지나가던 다른 졸업생들이 딱지를 보고 작은 목소리로 ‘코딱지~.’ 하면서 낄낄거리는 것만 빼고요. 

‘자식들, 내가 페가수스 호의 승무원이 되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놀리지 못할걸?’

그때 딱지의 머리 위로 드론 한 대가 날아왔습니다. 드론은 번쩍번쩍 빛을 내며 기계음으로 말했습니다. 

“순찰대원4532 고딱지! 임무를 받으십시오. 고딱지 대원을 페가수스 호 승무원으로 임명한다. 지금 즉시 페가수스 선장에게 보고할 것. 이상!”

 


딱지는 상기된 표정으로 벌떡 일어났습니다. 이제 떠날 시간이었습니다. 

“엄마, 아빠, 저 다녀오겠습니다!”

딱지는 부모님에게 힘차게 경례했습니다.
딱지는 미리 싸둔 짐을 챙겨들고 우주선 격납고*로 향했습니다. 

‘드디어 순찰대원으로 출발하는 거야!’

페가수스 호를 찾는 건 쉬웠습니다. 가장 멋진 우주선을 찾으면 되거든요.

‘아, 저기 있다!’

페가수스 호가 눈에 띄자 딱지는 한달음에 달려갔습니다. 그 옆에 있는 다른 우주선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습니다. 우주선으로 올라가는 나선계단 입구 앞에 섰는데, 승무원 한 명이 페가수스 호 앞에서 서성거리는 게 보였습니다. 머리 좋기로 유명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종족이었습니다. 딱지가 그 앞에 서서 힘차게 경계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새로….”

“아! 마침 잘됐네. 이번에 온다고 한 신입인가? 지금 급한 일이 있는데, 나 좀 도와줘.”

딱지는 서둘러 오스트랄로피테쿠스를 따라갔습니다. 나선계단을 빙글빙글 돌며 올라가니 두 갈래 길이 나왔습니다. 딱지는 선배를 놓칠세라 집중해서 따라갔습니다. 

“이쪽으로, 빨리 빨리!”

눈앞에 우주선 출입문이 보였습니다. 딱지는 다시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이리 들어와.”

심호흡을 하고 우주선에 들어간 딱지는 주위를 두리번거렸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우주선 안은 그다지 깔끔하고 멋지지 않았습니다. 벽은 때가 타 있고, 부서진 곳도 있었고, 바닥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물건이 굴러다녔습니다.

‘흠. 힘들었던 임무 수행의 흔적인가….’

“자, 자, 두리번거릴 시간 없고.”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딱지를 끌고 어디론가 들어갔습니다. 그곳은 온갖 도구가 정신없이 놓여 있는 실험실 같았습니다. 

“자, 이걸 좀 붙잡아 줘. 다들 내 실험 도와주기 싫다고 도망가 버렸어.”

어느새 딱지의 손에는 이상한 방망이가 들려있었습니다. 딱지는 시키는 대로 어떤 단상 위에 올라섰습니다.

“저, 이걸 들고 뭘 하죠?”
“가만히 있으면 돼. 그걸 원자 단위로 분석하려는 거야.”
“네? 무슨 단위요?”
“원자 몰라? 원자? 사관학교에서 꼴등을 해서 모르나 보군.”
“네? 꼴등이라뇨? 저 수….”

그때 딱지를 눈부시게 밝은 빛이 감쌌습니다. 그리고 딱지는 이게 뭐냐고 묻기도 전에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어렴풋이 정신이 든 딱지의 귀에 낯선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얘 누구야?”
“우리 신입. 꼴찌라서 그런지 좀 멍청해.”
“쳇. 우리한테는 항상 꼴찌만 주더라. 임무가 끝날 때마다 못 참고 그만둬 버리지.”
“우리에게 온 신입이 1년 이상 버틸 확률은 1000년에 한 번 잠에서 깨는 야리야리 행성의 심해고래가 숨을 쉬러 바다 위로 올라왔는데 하필 그 위를 날아가던 비행기에 탄 사람이 싼 똥이 떨어져서 고래의 콧구멍이 막힐 확률과 비슷해.”

말소리는 들렸지만, 딱지는 눈을 뜰 수도, 입을 열 수도 없었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지? 얼른 선장님에게 보고해야 하는데, 몸이 안 움직여.’

때마침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새로운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루띠! 루띠! 내 방망이 어딨어? 이리 줘.”

그러자 딱지를 데려온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방망이요? 그건 왜요?”
“내기에서 방망이를 걸었는데, 그만 져버렸지 뭐야. 다음에 왔을 때 다시 따야 할 것 같아.”
“그게 무슨 소리예요? 전에 내기에서 져서 나한테 뺏겼잖아요? 이제 내 거라고요!”
“아, 맞다! 깜빡했네? 아이고, 큰일이다. 이런 이런, 도망쳐야겠다. 프로보, 우주선 발진*시켜!”
“네? 아직 출발할 때가 안 됐는데요.”
“내기에서 이긴 놈들이 쫓아오기 전에 도망가야 해!”

딱지는 도무지 무슨 영문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 아직도 몸을 꼼짝할 수 없었습니다. 

“알겠습니다, 선장님.”
‘응? 선장님? 저건 페가수스 선장님 목소리가 아닌데?’

그때 그 사람이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다들 준비! 해롱 호 발진!”

딱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 용어정리

 

격납고 : 우주선을 넣어두고 정비하는 건물.

발진 : 비행기나 로켓이 기지를 출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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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1일자 어린이수학동아(1호) 정보

  • 고호관(SF 소설가)
  • 진행

    지웅배 기자
  • 일러스트

    수풀란
  • 디자인

    오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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