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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취재하면서 수학자나 수학 잘하는 학생들에게 좋아하는 게임 있냐고 물어보면 열의 아홉은 ‘하스스톤’을 이야기한다. 게임을 즐기며 간단하게 확률을 계산해볼 수 있고, 그걸 바탕으로 게임하면 이길 수 있어 재밌단다.

 

하스스톤은 워크래프트를 기반으로 만든 디지털 카드 게임이다. 공격력, 생명력 같은 능력치와 기술이 적힌 카드로 규칙에 따라 상대와 대결하고 거래하는 ‘트레이딩 카드 게임(TCG)’ 장르지만, 플레이어끼리 카드를 사고팔 수 없어 ‘수집용 카드 게임(CCG)’에 속한다.

 

하스스톤의 매력은 카드를 다양하게 조합해 새로운 전략을 짤 수 있고, 같은 카드로도 전략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는 것이다. 즉 규칙을 제대로 알아야 즐길 수 있다.

 

하스스톤에는 하수인, 주문, 무기, 퀘스트, 영웅까지 총 다섯 종류의 카드가 있는데, 주로 부하를 소환하는 하수인 카드가 전투하고 나머지 카드는 특정 효과를 발휘한다. 플레이어는 경기 전 사용할 카드 30장을 골라 ‘덱’으로 만들어 놓는다. 덱은 카드 뭉치로, 게임마다 한 뭉치에 들어가는 카드 수가 정해져 있다. 

 

경기를 시작하면 누가 먼저 공격할 건지 정한 뒤 먼저 공격을 하는 플레이어에게 3장, 나중에 공격하는 플레이어에게 4장을 각자의 덱에서 무작위로 꺼내 준다. 턴을 시작할 때마다 덱에 남은 카드 중 무작위로 1장을 골라 추가로 카드를 지급하고, 플레이어는 받은 카드를 내놓아 상대방을 공격한다. 

 

카드를 내놓으려면 ‘마나’가 필요한데 n번째 턴에는 마나를 총 n만큼 쓸 수 있고, 11번째 턴부터는 마나가 10으로 고정된다. 덱에서 어떤 카드를 꺼내 줄지 모르고 카드의 효과가 다양하므로 전략적으로 카드를 써야 한다.

 

만약 생명력은 적지만 마나를 적게 써도 소환할 수 있는 하수인 카드를 아주 많이 냈는데, 상대방이 ‘생명력이 적은 상대방의 하수인 카드를 모두 파괴’ 하는 효과를 가진 주문 카드를 쓰면 낭패다. 

 

 

여사건 확률과 조건부 확률로 카드 내기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확률을 계산해 전략적으로 카드를 사용해보자. 먼저 ‘여사건의 확률’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여사건 확률은 1에서 사건이 일어나지 않을 확률을 빼서 계산한다. 

 

만약 5번째 턴에서 후공(카드 4장)인 X는 선공(카드 3장)인 Y가 내놓은 하수인 카드가 Y의 덱에 많을수록 강력한 방어 효과를 내는 ‘퍼져나가는 역병’ 카드가 2장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이때 약한 하수인 카드 3장을 내놓는 것과 강한 하수인 카드 1장을 내놓는 것 중 어떤 게 좋을지 다음 턴(6번째)을 예측해 답을 찾아보자. 상대방은 총 30장 중 9장(3장 + 6장)을 갖고 있다.

 

 

‘두억시니’ 카드는 주술사 플레이어의 강력한 카드라서 대부분 덱에 넣는다. 만약 이때 후공 X는 두억시니 카드가 갖고 싶어 선공인 Y가 가진 카드 한 장을 무작위로 복사하는 ‘마음의 눈’ 카드를 사용했지만, 엉뚱한 카드를 복사했다. 이때 상대방은 두억시니 카드를 갖고 있을 가능성을 알아보자. 상대방은 첫 번째 턴에 4장의 카드(3장 + 1장)를 갖고 있다.

 

이와 같이 상대방의 카드를 알고 싶을 땐 ‘조건부 확률’을 이용한다. 조건부 확률은 사건 B가 일어났을 때 사건 A가 일어날 확률로, (사건 AB가 동시에 일어날 확률사건 B가 일어날 확률)로 계산한다.

 

 

게임에선 마우스도 중요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와 같은 슈팅 게임에선 적을 먼저 발견해도 빠르고 정확하게 적을 겨냥하기 쉽지 않다. 적을 조준하기 위해 재빨리 손을 움직여도 조준점이 적에게 닿지 않거나 혹은 휙 지나쳐 버리기 일쑤다. 긴장한 탓일까? 아니면 내 손이 ‘똥손’인 걸까? 비밀은 ‘감도 공식’에 있다.

 

 

감도는 마우스를 움직였을 때 화면에서 조준점이 얼마나 움직이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로, 마우스의 감도와 게임에서 조정할 수 있는 민감도를 곱한 값이다. 마우스의 감도(DPI)는 마우스를 1인치 움직였을 때, 게임 화면에서 조준점이 지나가는 픽셀 수를 뜻한다. 마우스 감도는 보통 고정된 값이기 때문에 실제 감도는 ‘게임 내 민감도’를 조정해서 바꿀 수 있다.

 

 

그렇다면 감도를 어떤 값에 맞춰야 적당할까? 물론 자기 마음에 드는 값으로 정하면 되지만 마우스 패드에 주목해보자. 사방에서 나타나는 적을 빠르게 조준하려면 마우스가 움직이는 범위 내에서 모든 방향으로 조준점을 옮길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마우스 패드의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으로 움직였을 때 조준점이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돌아오는 값이 적당하다.

 

프로게이머들은 감도가 낮으면 속도가 느린 대신 정확도가 높은 것처럼 감도마다 장단점이 있다고 말한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 자기만의 감도를 찾아 똥손을 벗어나 보자.

 

 

게임이론으로 분석한 게임 핵

 

지금까지 수학을 활용한 게임 전략을 살펴봤다. 그런데 이런 전략을 무색하게 하는 것이 있다. 바로 게임 핵(게임 해킹 프로그램)! 

 

 

게임 핵은 시스템을 무단으로 조작해 게임에서 이기기 쉽게 만들어 주는 프로그램이다. 게임의 종류에 맞춰 캐릭터가 가진 돈을 올려주거나 공격력을 높이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게임을 조작한다. 총 쏘는 게임에서 총탄이 무조건 적중하기도 한다. 이런 게임 핵은 게임의 공정성과 생태계를 훼손하기 때문에 2023년 9월 게임 핵 판매사이트 운영자에게 벌금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되기도 했다.

 

그런데 실제 처벌이 가능하더라도 게임 핵은 변종이 계속 나오고 있고, 단속하기도 쉽지 않다. 만약 게임 플레이하던 중 게임 핵 사용자와 한 팀이 되면 어떻게 행동해야 좋을까? 

 

크게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점수를 잃겠지만 일부러 게임에서 져 정당한 방법을 택하는 것과 게임 핵 사용자와 동조해 이기고 점수를 챙기는 방법이다. 언뜻 보면 비양심을 선택하는 게 점수로 이득이다. 그런데 게임이론으로 분석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게임을 한 번만 한다면 점수만 챙기는 것이 이득이지만, 만약 모든 플레이어가 양심을 저버리는 결정을 내리면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게임 핵 사용자는 더욱 늘어난다. 죄수의 딜레마는 상대의 전략을 모르는 상황에서 행동을 할 때 각자 자신의 이익만 고려하다보니 서로에게 가장 불리한 상황이 만들어지는 상황을 말한다. 

 

결과적으로 게임 핵 때문에 패배를 거듭한 일반 플레이어는 결국 게임을 떠나고, 일시적으로 이기고자 눈감은 플레이어는 게임 핵 사용자 사이에서 억울하게 패배할 일만 남는다. 따라서 오랫동안 게임을 즐겁게 플레이하려면 모든 플레이어가 힘을 합쳐 게임 핵을 몰아내야 한다.

2024 년 03월 수학동아 정보

  • 손인하 기자
  • 수학동아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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