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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5] 우리 곁에 늘 있는 소수

 

생명의 비밀 품은 소수

 

소수는 비단 수학에서만 나타나지 않는다. 소수교 학생들이 수학책 말고도 주변에서 소수를 샅샅이 찾았던 것처럼 소수는 곳곳에 숨어 있다. 심지어 생물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어쩌면 소수가 우리 생명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주목받는 이유다.

 

그 첫 번째 사례는 매미다. 여름마다 들리는 맴맴~ 소리는 우리에게 친숙하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매미는 매년 나타나는 참매미다. 그러나 모든 매미가 참매미처럼 매년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소수 주기로 살아가는 매미 

 

북아메리카에서 17년 주기로 살아가는 ‘17년 매미’가 그 주인공이다. 17년 주기에는 소수의 원리가 숨어 있다. 17년 매미가 처음부터 17년 동안 살았던 것은 아니다. 매미는 땅속에서 일정 기간을 지내면서 충분한 영양소를 섭취한 뒤 땅 위로 올라온다. 여기서 매미가 잘 성장할지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온도다. 

 

그런데 혹독한 추위의 빙하기를 거치면서 매미는 더 오랜 기간 땅속에서 머물게 됐다. 6~9년만에 어른벌레가 될 수 있던 매미가 12~15년, 길게는 14~18년이 걸려 성체가 된다.

 

14년, 15년, 16년, 17년, 18년 다양한 주기의 매미가 땅속에 살다가 땅 위로 올라왔다고 하자. 같은 주기의 매미가 만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주기가 다른 매미가 땅 위에서 만나면 문제가 생긴다. 

 

15년 주기와 18년 주기의 매미가 교잡했을 경우를 생각해보자. 교잡은 서로 다른 종이 짝짓기하는 것을 뜻한다. 교잡 후 태어난 매미의 주기는 15년 혹은 18년, 아니면 그사이의 애매한 주기를 갖게 된다. 그러면 짝짓기할 매미 수가 줄어들어 많은 매미가 종족을 번식하지 못 하는 일이 생긴다. 따라서 교잡하면 개체 수가 줄기 때문에 매미는 교잡 횟수를 줄여야 한다. 

 

 

어떻게 교잡 횟수를 줄일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한 학설이 있다. 14부터 18까지 서로 다른 두 수를 둘씩 짝지어 최소공배수를 구해 보면 그 방법을 알 수 있다. 표를 보면 유독 17이 들어갈 때 최소공배수 값이 커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바로 17이 소수기 때문이다. 소수를 포함한 두 수의 최소공배수는 약수가 많은 수보다 최소공배수가 커진다. 교잡의 횟수가 많을수록 그리고 그 교잡의 시기가 자주 돌아올수록 매미에게 위기가 온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17은 매미가 살아남을 수 있는 특별한 숫자다.

 

 

이처럼 17년 매미 주기에는 소수 원리가 있다. 매미는 오랜 시간을 겪으며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한 것일까? 17년이라는 긴 세월을 땅에서 지내는 매미의 지혜가 놀라울 따름이다. 

 

소수의 비밀 열쇠는 닭의 눈

 

닭의 눈에서도 소수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색을 감지하는 시각세포인 원추세포는 동물마다 종류의 수와 배열이 다르다. 사람은 보통 빨간색, 파란색, 초록색을 감지하는 3종류의 원추세포가 무작위로 있고, 물고기는 3종류의 원추세포가 좌우 간격이 같게 배열돼 있다. 반면 닭은 크기가 서로 다른 5종류의 원추세포가 언뜻 보면 무작위지만, 따져 보면 고르게 나타난다. 

 

닭의 눈에 있는 5종류의 원추세포는 크기가 서로 다른 동전 5개와 비슷하다. 서로 크기가 다른 원추세포가 공간을 빽빽하게 채우고 있다. 세포들이 제멋대로 배열된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5종류의 세포가 골고루 퍼져 있다.

 

2009년 미국 생물학자 조셉 코르보는 닭의 눈에서 이 같은 성질을 발견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미국 과학자 살바토레 토르콰토가 이와 비슷한 배열을 연구 중이었다. 바로 ‘상자 채우기 문제’를 풀고 있던 것이다.

 

상자 채우기 문제는 상자 안에 오렌지를 가능한 한 많이 담는 방법을 찾는 것처럼 특정 넓이나 부피 안에 물체를 얼마나 많이 채울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상자의 모양과 채우는 물체의 모양에 따라 다르게 배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사각형 틀 안에 100원짜리 동전을 빽빽하게 채워보자. 빈틈을 최대한 없애려면 동전을 삼각형 격자 모양으로 배열해야 한다. 동전의 크기가 다양하면 어떨까? 100원짜리와 10원짜리 동전을 함께 채우면 가지런했던 삼각형 배열이 들쭉날쭉해질 거다. 500원짜리 동전까지 추가하면 더욱 심해질 것이다. 

 

토르콰토는 이처럼 불규칙하지만 고른 배열과 특징이 비슷한 배열을 ‘초균일성’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리고 어떤 영역을 봐도 고르게 분포할 수 있는 방법을 따랐기 때문에 닭의 시력이 좋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대체 초균일성과 소수가 무슨 관련이 있다는 걸까. 2018년 토르콰토 는 초균일성 물질인 준결정에 X선을 비췄다. 화학자들은 물질의 성질을 알아보기 위해 X선 촬영을 한다.

 

그 결과 X선이 산란하며 만드는 독특한 모양(회절 영상)에서 나타나는 특정 지점들 사이의 간격과 자연수에서 소수가 나타나는 간격이 비슷하다는 걸 알아냈다. 이 분야 전문가들은 초균일성 연구가 소수 분포의 비밀을 밝히는 데 도움을 줄 거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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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2월 수학동아 정보

  • 이채린 기자
  • 수학동아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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