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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난 장 교수는 그저 수학을 좋아하는 어린이였다. 10살 무렵 그의 부모가 일 때문에 북경으로 떠나면서 할머니와 단둘이 살았고, 급기야 1966년 ‘문화대혁명’이 일어나며 학교가 문을 닫았다. 그 영향으로 15살 때 어머니와 시골 농장에서 일을 했다. 이때 틈틈이 장 교수는 수학, 역사 등의 책을 읽었다. 

 

1976년 문화대혁명이 끝나자, 그는 마음속에 품어왔던 수학자란 꿈을 이루기 위해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북경의 한 자물쇠 공장에서 일하며 입시를 준비했고, 23살에 드디어 중국 베이징대학교 수학과에 진학했다. 29세에 같은 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뒤, 미국 퍼듀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밟았다. 

 

꿈을 이뤄가는 듯했으나 퍼듀대를 졸업한 뒤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왔다. 무려 7년 동안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 곳곳을 전전하며 샌드위치 가게, 숙박업소, 레스토랑 등에서 임시직으로 일하며 생활비를 벌었다. 집세를 내지 못해 한동안 친구의 차에서 지낸 적도 있다. 

 

2015년 미국 과학 전문 매체 ‘콴타매거진’에 장 교수는 “내 성격이 조용하고 나를 알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운이 없었다”라고 밝혔다. 그런 와중에 일하지 않는 시간엔 항상 도서관에 가서 대수기하학과 정수론 학술지를 읽었다.

 

그러다 그가 44살이던 1999년 미국 뉴햄프셔대학교에서 수학 강사로 겨우 취직한다. 이곳에서 미적분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었고, 시간이 날 때마다 정수론 연구에 매진했다. 2010년부터 쌍둥이 소수 추측에 집중하다가 2012년 친구 집에서 머물던 중 문득 문제를 풀 수 있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고, 정리해 2013년 학술지 <;수학연보>;에 발표한 것이다. 

 

쌍둥이 소수 추측에 대한 논문은 2005년 이후로 한 건도 나오지 않았을 정도로 문제가 어렵기로 명성이 자자했다. <;수학연보>;는 오랜만에 관련 연구가 나오자 이례적으로 장 교수의 논문을 3개월 만에 검증해 실었다. 보통 논문 검증은 관련 분야의 세계적인 수학자 여러 명이 달려들어 논증 하나하나의 의미를 해석하고 다시 증명하며 이뤄지기 때문에 검증 기간은 최소 1년이 걸린다. 

 

하지만 장 교수의 논문은 워낙 명료하게 쓰였고, 당시 큰 관심을 받았기 때문에 검증 기간이 짧았다. 당시 논문을 검증한 앤드루 그랜빌 캐나다 몬트리올대학교 교수는 “내가 들어본 적 없는 사람이 수많은 연습 없이는 쓸 수 없는 어려운 도구를 이용해 훌륭한 논문을 냈다는 점에 매우 놀랐다”라고 밝혔다. 

 

이후 장 교수는 내로라하는 각종 수학 상을 휩쓸었다. 뉴햄프셔대에서 정교수로 바로 승진했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초청 강연했다. 수많은 학교에서 ‘우리 학교로 와달라’라는 요청이 쇄도했고, 2015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산타바바라로 자리를 옮겼다. 

 

장 교수는 여전히 소수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리만 가설을 풀었다’라는 소문이 퍼지게 했던 그의 논문은 2022년 11월에 발표됐는데, 비록 리만 가설은 아니었지만, 소수의 패턴을 탐구한 논문이었다.

 

올해 장 교수의 나이는 69세. 장 교수를 본 주변 사람들은 그를 ‘수학을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그조차도 “전 어렸을 때부터 언젠가 주요 수학 문제를 풀게 될 날이 올 것이라고 상상했고, 그럴 자신감이 늘 있었다”라며, “나는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기 때문에 나이는 대체로 신경쓰지 않고 젊으나 나이가 들거나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2015년 미국 주간지 <;더 뉴요커>;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장 교수는 학교를 오고 갈 때 버스에 앉아서, 복도를 걸으면서, 산책을 하면서도 수학 문제를 생각한다. 때때로 잠이 들 때 생각했던 수학 문제를 떠올리며 아침에 일어난다. 그리고 계속 질문하려고 노력한다. 당연해 보이는 문제를 계속 의심하다 보면 새로운 문제와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의 목표는 무엇일까. 그가 2021년 중국의 웹사이트 ‘지후’에 올린 글로 추측할 수 있다.

 

“계속 수학 연구를 할 거예요. 저는 제가 평생 수학을 할 것이라고 제 별에 쓰여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수학이 아니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제가 정말 수학을 그만둔다면 그때 제 인생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진정으로 모른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2024년 02월 수학동아 정보

  • 이채린 기자
  • 수학동아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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