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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개발도 우주에서! 미세중력의 마법

Space Math 소개

 

스타버스트는 미국에 기반을 둔 우주 항공 분야의 스타트업을 전문적으로 발굴하고 지원하는 기업이다. 2012년 설립돼 현재까지 120여 개의 우주 항공 기업에 투자했다. 이런 스타버스트가 2020년 한국 지사를 설립하고 투자할 한국 스타트업을 찾고 있다. 

 

그런데 그곳의 수장인 김상돈 스타버스트 한국 지사장은 우주 산업에서 ‘수학’이 특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김 지사장이 매달 소개하는 우주 기술에서 그 이유를 엿볼 수 있다. 

 

 

상상 속 우주정거장이 도는 이유는 미세중력 때문!

 

SF소설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우주정거장은 대개 커다란 수레바퀴 모양이다. 그 이유는 중력을 인공적으로 발생시키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회전에 의한 ‘원심력’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미세중력이라 통칭하는 무중력이나 저중력에 오랜 시간 노출되면 근골격계 등에 이상을 겪는다. 그러니 미세중력인 곳에서 장시간 거주하려면 어느 정도의 중력이 필요하고, 자연스레 회전에 용이한 수레바퀴 모양을 상상한 것이다. 

 

대중매체 속 장기 거주 우주선이나 우주정거장 모양은 영화 ‘패신저스’의 3중 나선, 아서 클라크의 소설 <;라마와의 랑데부>;의 기다란 원통형 등으로 다양했지만, 원심력을 일으킬 수 있게 빙글빙글 돌아가는 형태는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1998년에 건설을 시작한 국제우주정거장은 대중매체에 등장하는 모습과는 동떨어져 있다. 건설 규모의 제한이나 여러 기술적 이유로 회전하는 모습으로 만들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러 나라의 협력으로 인간이 장기 거주하는 최초의 우주정거장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곳에서 수많은 연구 업적도 쌓고 있다.

 

앞으로 새롭게 등장하는 국제우주정거장은 여전히 정부 주도로 개발하는 중국을 제외하면, 민간 기업에 의해 만들어질 전망이다. 민간 우주정거장 사업을 발표한 기업은 액시엄 스페이스(Axiom Space), 나노랙스(Nanoracks), 블루 오리진(Blue Origin) 등이 있다. 

 

 

빙빙 도는 우주정거장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아직 돌아가는 모습의 우주정거장 모형을 발표한 곳은 없다. 왜일까? 원심력은 반지름이 클수록, 각속도가 빠를수록 커진다. 예를 들어 우주에서 질량을 고려하지 않았을 때 지름 100m 정도의 구조물을 분당 네 바퀴 정도 돌리면 그 안에 있는 사람은 지구 중력과 비슷한 조건에서 살 수 있다. 20세기 말에 기획한 국제우주정거장의 길이가 70m를 넘으니, 지름 100m의 원형 구조물은 지금의 기술로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그런데 물자를 보급하거나 사람이 타고 내리기 위해서는 움직이지 않는 부분이 있어야 여러모로 좋다. 도킹을 위해 접근하는 우주선이 우주정거장 회전에 맞춰 같이 움직여야 한다면 기술적 어려움도 크지만, 자세 제어를 위한 연료 문제도 생각해야 한다. 커다란 구조물 일부는 회전하고 가운데 부분은 도킹을 위해 멈춰 서있어야 한다면 밀봉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그 외에도 여러 실용적인 문제 때문에 아직 돌아가는 우주정거장 계획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고순도 물질 우주 공장에서 만들어 지구로! 

 

미세중력에 장기 거주하는 사람의 건강 문제를 떠나서 생각해보면 회전하지 않는 우주 구조물이 제공할 미세중력과 진공 상태는 산업적으로 큰 이점이 있다. 미세중력에서는 고순도 물질이나 결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밀도 차이로 인한 변질이 생기지 않는다. 따라서 신약 개발 등에 매우 유리하다. 질병의 단백질 구조를 알아내고 이를 치료할 신약을 개발하는 데 단백질 결정화 작업이 중요한데, 미세중력 환경에서는 고순도 단백질 결정이 얻어지기 때문이다.

 

우주로 가는 발사 비용이 점점 저렴해짐에 따라 우주 공장 이야기가 자연스레 나오고 있다. 지구 중력 조건에서는 만들기 어려웠던 여러 물질이나 물건을 우주 공간이나 달에 건설한 우주 공장에서 만들고, 이걸 다시 지구로 가져와 활용하는 건 이제 SF소설을 넘어 실제 구현 단계에서 연구와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우주에서 만든 결과물을 지구로 어떻게 적은 비용으로 안전하게 가지고 오느냐다. 

 

2003년 컬럼비아 우주왕복선의 대기권 재돌입 공중분해 사고는 우주로 가는 것만큼이나 우주에서 안전하게 돌아오는 것도 쉽지 않음을 보여준 사례다. 28번째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던 이 우주왕복선은 미국 텍사스주 상공에서 대기권 진입 도중 선체의 결함으로 인해 파괴되었다.

 

미국의 우주 스타트업인 아웃포스트(Outpost)는 우주왕복선 등이 지구로 잘 돌아오기 위한 해법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개발하는 회사다. 지금까지 우주 비행체나 인공위성은 대부분 일회용으로 만들어졌다. 특히 저궤도 위성은 수명이 다했을 때 지구 대기권으로 재돌입하면서 고온으로 분해되는데, 이때 대기 중으로 흩어지는 미세 입자가 지구 기후나 인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밝혀진 것이 많지 않다. 아웃포스트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스타트업이다. 인공위성이 임무를 마치고 귀환할 때 방열 차폐막을 펼쳐 속도를 감소시키고, 그 이후 낙하산을 펼쳐 무사 귀환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기술을 본격 개발하면 우주에서 제조된 물질을 값싸게 되가져 온다는 이점뿐만 아니라 인공위성 자체를 재활용할 수 있는 시대가 올 수 있다.

 

지구에서 미세중력 만드는 방법은?

 

미세중력이 고순도 물질 제조에 도움이 된다면 지구 위에서 미세중력을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 현재까지 알려진 유일한 방법은 자유낙하다. 놀이공원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는 기구에서 그 원리를 직접 체감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우주의학 전문 스타트업인 ‘스페이스 린텍’은 기초과학연구원이 강원도 정선군에 구축한 지하 실험실, 예미랩의 600m 수직갱도를 미세중력 실험장으로 활용 중이다. 이곳에 드롭타워를 설치하고, 직접 개발한 미세중력 구현 방식을 이용해 세포나 생체에 다양한 영향을 끼치는 미세중력 환경을 조사함은 물론, 이에 맞는 치료법 개발도 한창이다. 현재 기초과학연구원과 함께하는 면역항암제 실험이 그 중 하나다. 

 

그런데 600m를 낙하하는 시간은 10초 남짓이다. 그렇다고 탑을 무작정 높게 쌓기도 어렵다. 미세중력을 좀 더 오래 구현하는 방법은 비행기를 타고 높이 올라가서 비행기를 강하시키는 것이다. 이런 방법은 약 30초 정도 미세중력을 만들 수 있으며, 우주비행사의 체험 훈련에 쓰인다. 더 긴 시간 동안 미세중력을 만들려면 반중력 기술을 개발하지 않는 한 결국 우주로 가는 것이 답이다. 

 

2023년 06월 수학동아 정보

  • 김상돈(스타버스트 한국 지사장)
  • 진행

    조가현 기자 편집장
  • 디자인

    최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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