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동안 우리나라 수학 국가대표를 지도해 오신 분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 한국 대표단 단장으로, IMO 집행위원회(IMOB) 선출직 위원으로 활약하고 계신 송용진 인하대학교 수학과 교수님입니다. 폴리매스 프로젝트도 송 교수님이 없었다면 시작조차 하지 못했을 텐데요. 송 교수님을 만나 수학 영재들의 이야기를 들어 봤습니다.
송용진 교수님과 기자의 인연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폴리매스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교수님께 도움을 요청하자 ‘대한수학회 문제’를 출제해 주실 수학자 4명과 IMO 만점 금메달 수상자를 멘토로 섭외해 주셨어요. 5년 만인 지난해에는 새로운 출제진 2명과 IMO 출전 경험이 있는 대학생 멘토 6명(폴리매스 어셈블)을 소개해 주셨지요. 이처럼 송 교수님은 폴리매스 프로젝트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셨는데요. 이렇게 도와주신 이유를 묻자 예상 밖의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제가 어떤 요청이든 흔쾌히 하겠다고 하는 성격이에요. 거절을 잘 못하죠. 인터뷰 시작 전에도 어떤 분이 재미난 수학적 발견을 했다고 봐 달라고 해서 이야기 나누는 중이었어요. 이런 성격 탓에 제가 하는 일이 참 많아요. 폴리매스 프로젝트도 취지가 좋아서 도와주겠다고 했는데, 출제진 섭외가 잘 안 돼서 제가 몇 달 동안 연속으로 문제를 냈던 기억이 나네요. 하하하.”
송 교수님은 한국수학올림피아드(KMO) 관련 일을 30년 동안 하게 된 것도 일을 마다하지 않는 성격 탓이라며, 본인보다 잘하는 후배에게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었다고 이야기하셨어요. 하지만 KMO 일이 워낙 많다 보니 선뜻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어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다는 거예요. 그런데 인터뷰 내내 느껴지는 수학 영재들에 대한 애정을 봐서는 앞으로도 계속 KMO 일을 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송 교수님에게 속 시원하게 묻는다! 돌직구 인터뷰
Q 김린기 인하대 교수님은 2002년 IMO 대표로 선발돼 집중 교육을 받았을 때 수학 실력이 부쩍 늘었다고 밝히셨어요. 어떤 교육을 받는 건가요?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한두 달 몰입해서 공부하면 실력이 엄청나게 늘어요. 그래서 IMO 대표를 선발한 다음 4, 5주 정도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여 문제를 풀지요. 이때 오후에는 혼자서는 풀기 어려운 문제를 던져 주고 여러 명이 토론해서 풀게 해요. 예전에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IMO 조합 문제에 굉장히 약했는데, 대학생 조교들이 어려운 조합 문제를 발굴해서 학생들에게 풀게 한 덕택에 지금은 조합 문제도 아주 잘 푼답니다.
Q 폴리매스 문제 같은 걸 푸는 거군요. <;수학동아>;는 2019년 400여 명이 한 장소에서 아무도 답을 모르는 수학 문제를 함께 푸는 ‘폴리매스데이’ 행사 를 치렀어요. 이때 많은 학생이 수학 자신감을 얻었다고 해요. 왜 그런 걸까요?
IMO 메달리스트와 함께 문제를 풀어서 그래요. 한 문제를 같이 풀어서 성과를 내는 것으로 프로그램이 짜여 있다 보니, 마치 내가 수학 국가대표와 같은 수준이 된 것 같거든요. 나도 수학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수학 자신감을 얻지요. 이런 경험을 하면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게 돼서 결국 수학 실력도 느는 겁니다.
이런 예를 청소년 축구 국가대표 캠프에서도 찾아볼 수 있어요. 청소년 축구 국가대표 23명을 최종 선발하기 전에 80~90명을 뽑아 일주일 정도 캠프를 해요. 그런데 학생들이 여기 갔다 오면 축구 실력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는 거예요. 잘하는 학생들이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실력이 좋아져요.
Q 폴리매스데이는 주기적으로 해야겠네요. 그런데 수학 국가대표 중 여학생은 찾기 어려워요. 왜 그런 건가요? 수학 실력에 남녀 차이가 있는 건가요?
‘남녀 차이가 없다’라고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요. 그런데 수학 국가대표는 왜 대부분 남학생이냐 하면 여학생은 수학뿐 아니라 다른 과목도 열심히 공부하기 때문이에요. IMO 국가대표 중에 남학생은 수학 성적만 좋은 학생이 많아요. 수학에만 매진하는 거지요.
그런데 여학생은 수학을 좋아해도 모든 과목의 성적을 관리하기 때문에 남학생보다 수학에 투자하는 시간이 적어요. 그러다 보니 수학 국가대표로 남학생이 더 많이 뽑히는 거지요.
Q 30년 동안 KMO 일을 하셨는데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을까요?
한 학생이 기억에 남아요. KMO 중등부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 여름학교에 참여했는데, 이 학생이 청각장애인이었어요. 장애를 딛고 전국 최고 수학 수준의 학생들만 입교하는 계절학교에 왔다는 게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답니다. 제 동생도 청각장애인이라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거든요.
그동안 많은 수학 영재를 가르쳐 왔는데요. 그중 몇 명은 정말 대단한 천재였습니다. 하지만 타고난 천재라고 해도 꾸준한 노력이 있어야 크게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이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입니다.
송 교수님은 수학 국가대표들이 대학생이 된 이후에도 군대 가는 시점이나 진학, 진로 문제를 상담할 만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요. 그 비결에 관해 묻자 “학생들과 친하게 어울리는 일종의 재능이 있다”고 말해 주셨어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사람과도 서너 시간 같이 있으면 금세 친해진다네요.
이런 송 교수님을 직접 만나 고민 상담을 받을 기회가 있습니다. 바로 다음 쪽에 나오는 ‘대한수학회 65번 문제’를 해결하는 것! 문제 풀고 송 교수님께 멘토링 받으러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