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수학자대회(ICM)에서 ‘기조 강연’은 필즈상 시상식만큼이나 인기 있는 행사예요. 200개가 넘는 ‘초청 강연’과 달리 20여 개만 열리고, 수학자라면 꼭 알아야 하는 주요 수학 연구를 소개하거든요.
그래서 필즈상 수상 자격인 만 40세 미만의 수학자가 기조 강연까지 한다면 필즈상 유력 후보로 꼽혀요. 오늘 소개할 수학자가 이 조건을 만족해요. 바르가브 바트 미국 미시간대학교 수학 교수입니다. 오는 7월 온라인으로 열리는 ICM에서 기조강연을 할 예정이에요. 바트 교수는 2018 필즈상 수상자이자 최근 10년간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한 페터 숄체 독일 본대학교 교수의 유명세에 가려져 2인자로 평가받아 왔어요. 그런데 최근 둘의 공동 연구에서 바트 교수가 기여한 부분이 재조명되고 있어요.
▲2015년 프랑스 고등연구소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바트 교수예요.
2016년 바트 교수는 숄체 교수가 2011년 도입한 기하학 모형인 ‘퍼펙토이드 공간’을 추상 대수학의 한 분야인 ‘가환 대수학’ 문제를 명확히 해결하는 데 이용해 학계를 깜짝 놀라게 했는데요. 김완수 KAIST 수리과학과 교수는 “주로 정수론 문제를 푸는 데 쓰일 거라 여겨졌던 퍼펙토이드 공간이 전혀 생각지도 못한 분야에 활용된 것”이라며, “학계에선 바트 교수가 가환 대수학 관련 연구를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이런 획기적인 접근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어요.
게다가 바트 교수는 2019년 기하를 분석하는 데 활용되는 대수적 구조인 ‘코호몰로지’, 그중에서도 p진수 코호몰로지들을 통합해 ‘프리즘 코호몰로지’라는 개념을 만들어 주목받았어요. 독창적인 수학 연구 도구를 만들어 낸 셈이에요.
하지만 바트 교수의 필즈상 수상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훌륭한 업적 대부분이 공동 연구의 결과이고, 숄체 교수에 이어 같은 분야를 연구한 수학자가 바로 다음 필즈상을 수상하기는 어렵지 않냐는 거예요. 그럼에도 바트 교수의 연구분야는 최근 수학계에서 매우 주목받는 분야라 결과는 알 수 없어요.
바트 교수는 처음부터 수학을 전공하지는 않았어요. 다리, 철도 등 사회 기반 시설을 만드는 기술을 배우는 토목 공학을 먼저 공부했는데 우연히 수학의 매력에 빠져 전공을 수학으로 바꿨다고 해요.
그는 사랑꾼으로도 유명해요. 상을 탈 때마다 수학자인 아내 웨이 호 미국 미시간대 교수에게 영광을 돌려요. 수학계의 소문난 잉꼬부부죠. 2021년 브레이크스루상을 타면서 바트 교수는 “내 직업 생활을 이해하고 발전시켜 주는 배우자가 있다는 것은 놀라운 선물”이라고 말했어요. 애정 가득한 그의 수상 소감을 이번 필즈상 시상식에서도 들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 편집자주
세계수학자대회(ICM)가 온라인 개최로 전환되면서 만 40세 미만의 젊은 수학자가 받을 수 있는 수학계 최고 영예 ‘필즈상’ 시상식은 7월 5일 핀란드에서 열립니다. 누가 영예의 주인공이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