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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식물사연] 열대 숲을 밝히는 핑크 랜턴

 

 박원순

서울대 원예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롱우드 가든에서 국제 정원사 양성 과정을 밟았으며, 델라웨어대에서 대중원예 석사 학위를 받았다. 에버랜드에서 식물 전시를 담당하다가 현재는 국립세종수목원 전시기획운영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나는 가드너입니다’ ‘식물의 위로’ ‘미국 정원의 발견’ ‘가드너의 일’이 있고, ‘세상을 바꾼 식물이야기 100’ ‘식물: 대백과사전’ ‘가드닝: 정원의 역사’ 등을 번역했다.

 

 

배고픈 유학생 시절, 필자는 미국 필라델피아 인근의 가든샵을 자주 방문했다. 가든샵에 진열된 꽃과 식물은 계절마다 달랐는데, 갈 때마다 새로운 꽃들이 맞이해 늘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웬만큼 규모가 큰 가든샵은 식물 종류가 많아, 방문할 때마다 꼭 사서 집에 두고 싶은 식물이 눈에 띄었다. 메디닐라 마그니피카(Medinilla magnifica)는 그런 식물 중 하나였다.

 

고가에 판매되는 꽃이다 보니 구매는 엄두도 내지 못했지만, 가든샵에 방문해서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즐거움이었다. 그래서인지 다양한 종류의 열대 식물들이 가득한 온실이 있는 수목원에서 일하면서 다시 그 꽃을 보게 됐을 때는 첫눈에 반했던 사람을 다시 만난 것처럼 기뻤다.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피는 꽃

 

이 식물은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 반도 등 말만 들어도 열대의 느낌이 물씬 나는 숲속에서 키가 최대 3m까지 자라는 상록 관목이다. 장미 포도(Rose Grape), 필리핀 난초(Philippine Orchid) 등 부르는 이름도 여러 가지다. 핑크 랜턴(Pink Lantern), 샹들리에(Chandelier) 같은 단어가 포함된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모두 이 식물의 화려한 꽃을 묘사하기 위해 쓰는 표현이다.

 

메디닐라 마그니피카의 속명인 메디닐라(Medinilla)는 1820년대 인도양 남서부에 있는 섬나라 모리셔스 공화국의 통치자였던 호세 드 메디닐라 이 피네다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그는 진귀한 열대 꽃에 관심이 많았는데, 메디닐라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종명인 마그니피카(magnifica)는 크고, 웅장하고, 아름답다는 뜻이다.

 

길이가 25cm에 이르는 커다란 잎은 광택을 띤 짙은 녹색빛이다. 또 잎은 가죽처럼 두꺼운데, 연두색 잎맥이 깊숙이 패여 세련된 느낌을 준다. 커다란 잎도 특징이지만, 메디닐라 마그니피카가 특히 인기있는 이유는 단연 독특한 형태로 피어나는 꽃 때문이다. 겨울이 지나면 잎 사이로 꽃눈과 꽃대가 늘어지며 형성되기 시작한다. 그러다 마침내 봄이 되면 꽃이 마치 포도송이처럼 아래쪽으로 주렁주렁 매달려 피어나며 초여름까지 약 1달 반 동안 개화한다.

 

식물에 따라 꽃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라는데, 꽃이 꽃대에 붙는 배열 방식을 꽃차례(화서)라고 부른다. 냉이 꽃처럼 길게 자란 꽃대 양옆으로 작은 꽃자루가 계속 달리는 것을 총상 꽃차례라고 한다. 그리고 이런 총상 꽃차례 여러 개가 원추형으로 모여 하나의 꽃차례를 이룬 것을 원추 꽃차례라고 한다. 메디닐라 마그니피카의 꽃이 바로 원추 꽃차례다.

 

메디닐라 마그니피카의 꽃은 우아한 분홍빛과 선홍빛을 띤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꽃들은 아주 작은 별 모양인데, 이 작은 꽃들은 매우 크고 화려한 포엽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렇게 꽃의 색깔과 모양이 우아하고 아름답다 보니 보고만 있어도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열대 숲 아름드리나무에 매달려 자란다

 

커다란 몸집을 가진 이 식물은 놀랍게도 착생 식물이다. 착생 식물은 바위, 나무, 다른 식물 등에 붙어 살아가는 식물을 뜻한다. 메디닐라 마그니피카는 대부분의 난초처럼 나무의 갈라진 틈이나 나뭇가지들 사이에 붙어 자란다.

 

보통의 난초와 차이점도 있다. 난초는 뿌리의 벨라민 층이 수분을 저장하고 다른 나뭇가지를 붙잡아 지탱한다. 벨라민 층은 난의 뿌리에 있는 스폰지 형태의 층으로, 물과 양분을 저장하고 뿌리를 보호한다. 메디닐라 마그니피카는 두툼한 잎이 그런 역할을 대신한다.

 

본래 열대 숲속 아름드리나무에 매달려 자라는 만큼 메디닐라 마그니피카는 기본적으로 따뜻하고 습한 환경을 좋아한다. 밝고 강한 빛을 좋아하지만 더운 여름날 오후엔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는 반그늘에 두는 것이 좋다. 잎이 다육성이기 때문에 물을 그리 자주 줄 필요는 없다. 다만 건조한 겨울 동안엔 분무를 자주 해주거나 가습기를 틀어 주면 좋다. 꽃을 더 많이 볼 수 있는 팁도 있다. 낮엔 20~25캜, 밤엔 15~20캜 정도로 온도차를 주는 것이다.

 

메디닐라 마그니피카는 특유의 화려한 꽃 덕분에 오래 전부터 사람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귀한 대접을 받는다. 꽃과 잎이 둘 다 매우 아름다워 반려식물로 두고 키워도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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