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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최초의 여성 히어로이자 어벤져스 원년 멤버 중 한 명인 블랙 위도우가 우리를 찾아옵니다. 블랙 위도우의 시작은 악명 높은 러시아 스파이이자 암살자였지만 호크아이가 목숨을 구해준 뒤 히어로로 전향해 어벤져스 멤버로 활약했는데요, 아쉽게도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소울 스톤을 얻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면서 최후를 맞았습니다. 그런 블랙 위도우의 과거를 오롯이 다룬 영화를 수학과 함께 미리 만나봅시다.

3000만큼 사랑해, 블랙 위도우!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충격적인 결말 이후, MCU 팬들 사이에서는 잠시 논란이 일었습니다. ‘인티니티 스톤이나 시간 여행으로 블랙 위도우를 살릴 수 있다’와 ‘아니다’로 말이죠. 하지만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감독을 맡았던 루소 형제는 중국 QQ 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블랙 위도우는 소울 스톤을 얻기 위한 대가였다”며 다시 살아나기는 힘들다고 딱 잘라 말했습니다. 슬프게도 타노스를 물리친 이후의 블랙 위도우는 영영 만날 수 없게 됐습니다.

이런 팬들의 마음을 읽었는지, 마블에서 긴 시간 동안 준비해온 영화 ‘블랙 위도우’가 MCU 페이즈 4의 첫 작품으로 곧 개봉합니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사이에 있었던 이야기를 다루며 베일에 가려져 있었던 블랙 위도우의 과거를 밝힐 예정입니다. 전작들에서 쉴드에 속하기 전 많은 잘못을 저질렀다는 블랙 위도우의 대사로만 언급됐던 그때의 이야기를 말이죠. 과연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블랙 위도우가 떠났는데, 떠나지 않았습니다?!

영화 ‘블랙 위도우’는 MCU 속 블랙 위도우의 이야기를 자세히 몰라도 즐길 수 있는 영화라고 합니다. 그만큼 지금까지 전혀 다뤄지지 않았던 새로운 이야기인 블랙 위도우의 과거를 다룹니다.

“여러 얼굴로 살아왔지만, 더는 과거로부터 도망치지 않을 거야.”

시빌 워 이후 도망 다니던 블랙 위도우는 세상이 원하는 대로 살지, 아니면 진짜 자신의 모습으로 살지 고민하다가 자신을 위해 어두운 과거와 직면하고 삶을 바꿔 나가기로 합니다. 그리고 스파이 활동을 시작했던 장소로 돌아가 여동생이나 다름없던 옐레나 벨로바를 만납니다. 또 어벤져스 만큼이나 가족처럼 지냈던 레드 가디언과 멜리나 보스토코프도 만나죠.

이렇게 만난 4명의 일행은 나타샤 로마노프를 포함해 수많은 블랙 위도우들이 길러진 레드룸으로 향합니다. 옛날의 블랙 위도우처럼 조종당하며 살인 기계가 되어가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한 도전을 시작하죠. 도착한 그곳에서 또 다른 블랙 위도우들과 레드룸을 지배하고 그 안의 사람들을 조종하는 태스크마스터를 만납니다. 태스크마스터는 캡틴 아메리카, 호크아이, 블랙 팬서, 그리고 블랙 위도우의 전투 모습을 모두 따라 합니다. 블랙 위도우는 어벤져스의 능력을 모두 가진 듯한 태스크마스터를 무찌르고 다른 블랙 위도우들을 구할 수 있을까요?

블랙 위도우, 알고 보면 수학도 잘한다?

블랙 위도우라는 히어로 이름의 유래는 맹독으로 잘 알려진 ‘검은 과부 거미’입니다. 정삼각형 두 개가 겹쳐진 모래시계 모양의 블랙 위도우 표시도 검은 과부 거미의 배에 있는 무늬에서 따온 것이죠. 지금까지는 나타샤 로마노프만 가리키는 말이었지만, 영화 ‘블랙 위도우’ 메인 예고편에서 레드룸 프로젝트를 통해 훈련을 받은 스파이를 모두 이르는 말이라는 것이 밝혀집니다.

원작 코믹스에서 레드룸 프로젝트는 암살자를 양성하기 위해 신체 개조와 스파이 교육을 합니다. 보통 사람들보다 강화된 신체 능력을 갖추도록 훈련시키고 잠입이나 보안 시스템 해킹, 암살, 저격, 전투 전술을 가르치죠. 실제로 이런 능력은 블랙 위도우가 활약한 MCU 영화 전반에서 볼 수 있습니다. 주로 중요한 정보는 블랙 위도우가 해킹을 통해 빼내 오죠. 

그런데 실제로 해킹할 때 수학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 알고 있나요? 중요한 정보들은 대부분 수학을 기반으로 한 보안 프로그램으로 보호되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에서 널리 쓰이는 ‘RSA 암호’가 대표적으로,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암호화하고 풀 때 각각 공개키와 개인키라는 두 종류의 다른 열쇠를 쓰는 비대칭 암호입니다. 이때 공개키는 두 개의 큰 소수의 곱으로 이뤄진 수를 쓰고, 개인키는 공개키를 이루는 두 소수로 만듭니다. 공개키가 500자리 이상의 수라면 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슈퍼컴퓨터라 할지라도 개인키를 알아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보죠. 21이라는 수를 보면 단번에 3과 7의 곱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뱅킹에서 주로 쓰이는 RSA-2048로 불리는 617자리 수를 소인수분해하기란 쉽지 않죠. 

이처럼 암호를 풀기 위해서는 수학 문제를 풀 듯 해킹해야 합니다. 수학적 사고력도 필요하죠. 그러고 보면 수 초 안에 철통같은 보안을 깨고 정보를 찾아내거나, 비밀 장소에 침입하는 블랙 위도우의 수학 실력이 뛰어나다는 건 틀림 없겠죠?

마블의 흥행 신화 계속될까?

영화 ‘블랙 위도우’는 MCU 페이즈 1, 2, 3의 23편, 즉 10년에 걸친 ‘인피니티 사가’가 끝나고 페이즈 4의 문을 여는 작품입니다. 주축이었던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가 퇴장하고, 계속해서 새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MCU 작품이 앞으로도 성공할 수 있을까요?

영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요소가 필요할까요? 유명하거나 실력이 있는 배우와 감독이 있는지 영화에서 다루는 소재가 무엇인지가 중요할 거예요. MCU처럼 원작 코믹스가 있는 영화라면 원작의 팬이 얼마나 있는지도 중요할 거고요. 

호주 애들레이드대학교 수리과학과 연구팀은 MCU 영화의 인기 비결이 등장인물에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 2020년 2월 26일자에 공개했습니다. 

지금까지 관련 연구에서는 단순히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의 수만 세서 비교했기 때문에 영화의 성공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연구팀은 정보의 양을 측정하는 ‘정보 이론’을 이용해 등장인물의 대사 속 단어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했습니다. 대사량과 영화 속의 갈등에 관여하는 정도를 비교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과 그렇지 않은 인물로 나눴죠. 

그 결과 아이언맨의 비중이 가장 높고, 캡틴 아메리카, 토르, 헐크, 블랙 위도우 순으로 기여도가 높았습니다. 이렇게 전체 등장인물 별로 매긴 비중을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캐릭터가 영화에 몇 명 등장하는지와 영화 수익의 상관관계를 분석했습니다. 

그러자 캐릭터 수와 수익이 비례하는 직선 형태의 그래프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수익뿐 아니라 미국 최대 영화 정보 사이트인 ‘IMDb’의 사용자들이 매긴 평점과 비교해도 평점과 캐릭터 수 사이에서의 비례 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에 참여해 데이터를 분석한 매튜 로완 호주 애들레이드대학교 수리과학과 교수는 “캐릭터 외에도 다른 흥행 변수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하며, MCU가 영화를 내놓는 패턴에 관해서도 설명했습니다. MCU 작품들은 각각의 대표 캐릭터의 오리지널 영화와 그 속편을 내놓고, 그다음으로 어벤져스와 같이 캐릭터들이 모두 모인 영화를 만듭니다. 그리고 또다시 새로운 캐릭터의 단독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반복해 다음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의 수를 꾸준히 늘려갔죠. 이 일관성 있는 개봉 방식이 영화의 팬을 늘려가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영화 ‘블랙 위도우’를 시작으로 MCU는 점점 더 커질 예정입니다. 타노스와 비슷한 불사의 몸을 가진 이터널 종족이 빌런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인 ‘이터널스’, 최초의 아시아 슈퍼히어로로 쿵후의 대가인 ‘샹치’가 그다음을 기다리고 있죠. 여태껏 그래왔듯 다양한 히어로들의 단독 영화 다음에는 어벤져스 시리즈가 또 나올 예정입니다. 과연 새로운 캐릭터들은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의 빈자리를 메우고 성공해나갈 수 있을까요? 계속해서 MCU를 지켜봐 주세요! 

※참고자료 Matthew Roughan 외 ‘How the Avengers assemble: Ecological modelling of effective cast sizes for mov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