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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1월 1일 좀비 바이러스가 전세계를 삼켰다. 
좀비 바이러스의 청정지역은 서울시 용산구뿐! 이대로 인류는 사라지고 말 것인가? 
그때 무덤에서 10년 전 수학자들이 작성한 파일이 담긴 스마트폰을 발견했다. 
파일명 ‘인류가 좀비 바이러스에서 살아남는 법!’

 

<;시나리오  전략에 따른 인류 멸망일 예측>;

2020년 세계보건기구는 좀비 바이러스 창궐에 대비하는 대책반을 꾸렸다. 
전세계에서 난다 긴다하는 수학자를 모아 좀비 바이러스를 극복하는 방법을 연구한 것이다. 
이렇게 모인 수학자들은 좀비 바이러스 확산 예측 모형을 이용해 인류가 어떤 방법을 취했을 때 
좀비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을지 시뮬레이션했다. 연구팀은 서울시 용산구의 한 마을에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해 인구의 80%가 생존자, 20%가 사망자일 때, 사망자가 좀비로 변하는 확률은 0.3%로 가정했다.

 

2007년 캐나다 칼튼대학교 수학과의 세 학생은 전염병의 확산을 예측하는 ‘SIR 모형’을 변형해 ‘좀비 바이러스 확산 모형(SZR)’을 만들었습니다. 최근 영국 셰필드대학교 수학과 박사과정 학생들은 이 SZR 모형을 변형해 개인이 좀비에 맞서 싸울 때, 군대가 싸울 때, 좀비를 피해 숨었을 때로 나눠 인류의 미래를 점쳤습니다. 그 결과 세 전략 모두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 168일이 되기 전에 인류는 멸망했죠.

 

 

 

 

 

<;최후의 시나리오  좀비 길들이기>;

좀비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한 여러 전략을 세워 봤지만 인류가 생존하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우리 연구팀은 최후의 방법으로 좀비와 함께 사는 사회를 생각했고, 좀비를 길들였을 때 인간과 좀비가 함께 살 수 있는지 연구했다.


먼저 좀비를 야생 좀비와 길들인 좀비로 나눠서 정의했다. 야생 좀비는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돼 인간을 공격하는 좀비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좀비를 말한다. 길들인 좀비는 야생 좀비와 똑같이 인간을 공격하려는 좀비의 습성은 가지고 있지만, 손과 입을 속박해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좀비를 뜻한다. 야생 좀비를 잡아서 손과 입을 묶으면 길들인 좀비가 되고, 길들인 좀비가 탈출하면 다시 야생 좀비가 된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셰필드대 수학과 박사과정 학생들은 좀비 바이러스가 퍼졌을 때 인류의 멸망을 막기 위해 좀비를 길들이는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그 결과 인류는 좀비 바이러스로부터 생존할 수 있었습니다. 바이러스 발생 초기에는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야생 좀비를 길들이면서 좀비에 의한 사망자 수가 줄어들기 시작해 32일 이후에는 거의 없었습니다. 가끔 실수로 좀비에게 물리거나, 길들인 좀비가 통제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야생 좀비도 크게 증가하지는 않았죠. 연구팀은 우리가 좀비에게서 살아남는 최고의 방법은 ‘좀비를 길들여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별부록 좀비 바이러스 확산 모형>;

 

전염병 예측하는 SIR 모형


SIR 모형은 1972년 스코틀랜드 수학자 윌리엄 컬맥과 예방역학자 앤더슨 맥 켄드릭이 전염병 확산 정도를 예측하기 위해 만든 모형으로 정상인 수(S), 감염된 사람 수(I), 회복된 사람 수(R)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설명한 방정식이다. SIR 모형에서 정상인은 바이러스 감염률에 따라 감염자로, 감염된 사람은 회복률에 따라 회복된 사람으로 바뀌므로 각 집단의 변화는 한 방향으로 발생한다. 

 

좀비 바이러스 SZR 모형


좀비 바이러스는 백신이 없으면 좀비가 정상인으로 바뀔 수 없기 때문에 R은 사망자를 뜻한다. 또 사망한 사람도 좀비로 변할 수 있어서 SZR 모형은 SIR 모형과 달리 상태 변화가 한 방향이 아니다. SZR에서는 좀비 감염률과 좀비 사망률, 시체가 좀비가 될 확률을 고려해 모형을 만든다.

 

길들인 좀비까지 고려한 변형 SZR 모형


셰필드대 수학과 박사과정 학생들은 새로운 전략인 ‘좀비 길들이기’의 경과를 알아보기 위해 칼튼대 연구팀이 개발한 SZR 모형을 변형한 수학 모형을 만들었다. 우선 집단을 생존자, 야생 좀비, 길들인 좀비, 사망자로 나누고, 시간에 따라 네 집단의 상태가 어떻게 바뀌는지 확인했다. 이 모형에선 길들인 좀비가 탈출할 확률, 야생 좀비를 길들일 확률을 추가로 고려했다. 그 결과 ‘좀비 길들이기’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스마트폰 속 파일을 발견한 생존자들은 수학자들의 연구보고서를 바탕으로 좀비를 길들이기 시작했다. 수학자들의 시뮬레이션 결과는 맞아 떨어졌고, 인간은 좀비와 공존하게 됐다. 수학자가 예측하지 못한 점도 있는데, 바로 심장이 멈춰 감정도 없을 것이라 여겼던 좀비 중에 마음이 따뜻한 좀비도 있다는 사실! 어쩌면 좀비 사회가 생길지도 모른다. 

 

2020년 01월 수학동아 정보

  • 김미래 기자 기자
  • 도움

    리스 먼든(영국 셰필드대학교 수학과 박사과정), 이재준(인하대학교 전자공학과 제어공학연구실 연구원)
  • 참고자료

    Emma Griffiths ‘Surviving a zombie apocalypse using maths’, Rhys Munden ‘Averting The Zombie Apocalypse Using Mathema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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