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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한 브릭이 쏟아져 나오는 수도꼭지, 세븐틴의 콘서트 현장을 똑같이 재현해 놓은 브릭 경기장! 장난감 블록으로만 알고 있던 브릭이 예술 작품으로 찾아왔습니다.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작품을 만날 준비가 됐다면 여러분을 브릭 아트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블록’ 또는 ‘브릭’은 여러 개의 조각을 쌓거나 연결해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 수 있는 완구입니다. 단순하게 쌓아 올릴 수 있는 직육면체의 간단한 블록부터 세밀한 표현이 가능한 것까지 종류가 다양합니다.
아마 ‘브릭’이라는 단어를 보고 ‘레고’를 떠올린 분들이 많을 겁니다. 레고는 본래 회사 이름인데요, 지금은 단추 모양의 돌기가 있어 여러 블록을 결합할 수 있는 플라스틱 브릭을 뜻하는 고유명사처럼 쓰고 있습니다. 이후 ‘브릭 아트’ 또는 ‘레고 아트’라는 말이 생겼으며, 이렇게 브릭으로 전문적인 작품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브릭 아티스트’ 또는 ‘레고 아티스트’라고 합니다.
이제는 너무나 당연하게 사용하고 있지만, 레고 브릭의 등장은 엄청난 혁신이었습니다. 특히 2×4 표준 레고 브릭은 레고사의 역작이었죠. 기존에는 없던 형태의 브릭이었을 뿐만 아니라 이 브릭만으로 조합해 만들 수 있는 구조물이 무수히 많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레고사는 1958년에 디자인에 대한 특허를 냅니다. 물론 현재는 특허 기간이 만료되어 다른 브릭 회사에서도 이 디자인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당시 디자인 특허의 설명은 상당히 자세합니다. ‘돌출부에 의해 서로 연결되고, 2개가 조립될 때 인접한 브릭의 돌출 부분과 맞물리도록 배열되는 브릭 또는 블록으로, 다양한 조합의 장난감 구조물을 만든다’라고 설명했죠. 절대 유사한 브릭을 만들어내지 못할 정도로 굉장히 자세했습니다. 그만큼 2×4 브릭이 기본 브릭 역할을 톡톡히 했기 때문에 특허까지 낸 걸 텐데요, 대체 얼마나 많은 조합을 만들 수 있기에 이토록 심혈을 기울여 의미를 담은 걸까요?
수학자가 재검증한 2×4 브릭의 조합
1974년 레고사에서는 색깔을 고려하지 않았을 때, 2×4 브릭으로 1억 298만 1500개의 서로 다른 조합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2005년 소렌 일러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수학과 교수는 어떻게 이 수가 나왔는지 수학적 의미가 궁금했고 직접 검증해 보기로 했습니다.
이윽고 일러 교수는 이 수가 2×4 브릭 6개 모두를 위로만 쌓아 6층으로 올리는 방법의 수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나서 수학과 교수답게 수학적으로 증명해 보이기로 했지요.
하지만 우리가 구조물을 만들 때는 2×4 브릭 한 층에 여러 개의 브릭을 놓으니 이보다 훨씬 더 가짓수가 많습니다. 일러 교수는 가능한 모든 조합을 계산할 수 있는 알고리듬을 개발해 정확한 결과를 얻습니다. 일주일 동안 프로그램을 돌린 결과, 9억 1510만 3765개라는 천문학적인 수를 얻었지요. 참고로 브릭이 하나 더 늘어난 7개의 조합은 857억 4737만 7755개입니다. 물론 이 또한 색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니, 색까지 조합한다면 훨씬 더 많아지겠죠? 이 사실이 또 다른 한편으로는 적은 종류의 브릭만으로 무수히 많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수학자의 관심까지 끈 브릭은 현재 다양한 형태로 변신해서 가지각색의 작품을 만드는 데 쓰입니다. 여전히 레고 브릭처럼 플라스틱으로 이뤄진 블록이 인기가 많으나 나무나 철재, 고무 재질의 브릭과 자석으로 결합하는 브릭도 있습니다. 다양한 브릭을 이용할수록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자기만의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죠. 실제로 브릭 아티스트들은 희소한 브릭을 구하기 위해 지금도 각종 사이트를 뒤지고 있답니다.
브릭 아티스트 탄생에는 해커가 있었다(?)
브릭 아트는 어떻게 탄생할까요? 브릭 아티스트는 머릿속으로 만들고자 하는 이미지를 구상한 뒤, 브릭을 쌓고 부수고를 반복하며 작품을 만듭니다. 다 만들었다가도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다시 부수고 만들어야 하니 예상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리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움직이는 브릭 작품부터 빛이 번쩍이고 소리 나는 작품까지 등장했습니다. 브릭 아티스트는 더 정교하고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대개 프로그램을 이용합니다. 프로그램으로 먼저 만들고자 하는 구조물을 설계한 뒤, 그에 맞는 브릭을 찾아 만드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레고사에서 누구나 쉽게 레고 디자인을 할 수 있게 무료로 배포한 레고 3차원 설계 프로그램인 ‘LDD’가 있죠.
재밌는 사실은 레고사에서 LDD를 무료로 공개한 게 계획된 바가 아니라는 겁니다. 1998년 레고사는 레고에 소프트웨어와 각종 센서, 제어장치를 결합해 움직이는 레고 ‘마인드스톰’을 출시했습니다. 그런데 케코아 프라우드풋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대학원생이 이를 해킹하는 바람에 프로그램 코드가 온라인에 퍼지게 됩니다. 이를 본 사람들은 프로그램을 변형해 소형 복사기부터 동전 분류기, 광 센서를 비롯해 자동판매기와 같은 제품까지 만들어 버립니다.
레고사는 처음에는 낙담했으나, 놀랍게도 코드가 공개된 뒤 오히려 마인드스톰이 인기가 많아졌고, 판매량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이후 레고사는 마니아들의 별난 아이디어와 창의성을 맘껏 떨칠 수 있게 완전히 코드를 공개하기로 했죠. 이후 직접 디자인한 LDD 프로그램까지 공개하게 된 겁니다. 그 결과 실제로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놀라운 브릭 아트가 쏟아져 나올 수 있게 됐습니다.
LDD 이외에도 브릭을 디자인 프로그램은 많이 있습니다. 대부분이 무료로 공개돼 있는데요, 브릭 아티스트들은 이런 프로그램을 이용해 디자인한 뒤 브릭에 모터와 센서, LED 라이트 등을 이용해 움직이는 기계장치인 레고 오토마타를 비롯해 여기 전시장에 있는 작품까지 만든 겁니다.
브릭의 세계가 정말 놀랍지 않나요? 자, 그럼 이제부터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브릭 아티스트의 멋진 작품을 관람하시죠~!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