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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날 믿었어야 했어요!


1994년 노벨상 수상자 중에는 특별한 사람이 있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수학자가 나타난 것이다.바로 ‘내시의 균형이론’을 만든 존 포브스 내시가 그 주인공이다. 올해로 83세인 그는, 스무 살 무렵에 발표한 ‘게임 이론’에 관한 논문으로 47년 만에 노벨상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젊은 날은 고통스럽기만 했다. 주위의 시선도 차가웠다. 왜 사람들은 반세기 동안 천재 수학자를 알아보지 못한걸까? 최근 내시의 이야기는 영화를 넘어 연극에도 등장하고 있다.

존 내시, 그는 누구인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수학 천재는 어떤 모습일까? 10자리가 넘는 수의 연산을 10초 만에 뚝딱 해내고, 100명의 전화번호를 술술 외우고, 수학 공부를 하지 않아도 시험 점수가 항상 100점인 사람? 하지만 수학자들은 이런 사람들을 수학 천재라고 인정하지 않는다.

여기 ‘20세기 후반에 가장 주목할 만한 수학자’라고 수학자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수학 천재가 있다. 바로 미국의 수학자 내시다. 불치병을 스스로 이겨낸 특별한 이력은 그에 대한 관심을 더욱 뜨겁게 만든다.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강연하고 있는 내시
 

내시는 1928년 미국 버지니아 주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그의 나이 스무 살에 수학 실력을 인정받아 프린스턴대학원 역사상 최고의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다. 입학 후 10년 동안 그는 게임에서 이기는 전략을 수학적으로 증명하고 소수에 관한 난제를 풀며 다양하고 넓은 수학 분야에서 업적을 남겼다.

내시는 1948년에 발표한 논문으로 1994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논문을 발표한 뒤 47년 동안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최고의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던 꽃피는 전성기도 잠시, 그는 곧 인생의 최대 위기를 맞았다. 그가 서른 살이 되던 해, 업적을 인정받아 필즈상 후보에 올랐으나 나이가 너무 어리다는 이유 등으로 메달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 이듬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정교수로 임명되기 직전,‘정신분열증’판정을 받아 교수 자격을 박탈당했다. 뛰어난 수학재능으로 나라에 도움이 되는 인재가 되길 꿈꿔왔던 그는 암호 해독에 집착하며 환각 증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후 정신분열증으로 그의 연구는 중단되었고, 만 40세를 넘겨 필즈 메달을 받을 기회를 영영 놓쳐야만 했다.

하지만 내시는 거기서 인생을 포기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의 논문이 세상 밖으로 나온 시점을 보며 그는 이미 사라진 위인이라고 생각했지만 30년 이상 정신분열증을 앓아온 그는 1990년쯤 기적처럼 회복하는 기미를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가족의 노력과 수학에 대한 집념으로 스스로 병을 극복해 냈다. 현재는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로 일하고 있다.
 

영화 속 내시는 상상 속에서 국가의 부름을 받아 암호에 집착하는 정신분열증 증상을 보인다.
 

영화에 그려진 내시의 균형이론

내시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가 있다. 그중 하나가 2001년 러셀 크로우가 주연한 '뷰티풀마인드’다. 티풀 마인드에서는 젊은 내시를 만날 수 있다. 영화는 그가 대학 입학 시절부터 노벨상을 받은 최근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가 수학적으로 가장 빛나는 업적을 쌓던 시기는 대학생 때다. 천재성을 숨기지 못했던 내시는 늘 혼자였다. 사람들은 그의 특별함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영화 속에서 내시가 사람들에게 ‘내시의 균형이론’을 설명했던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게 각색하여 표로 나타냈다.
 

다훈이는 반 친구들에게 재미있는 게임 하나를 소개했다. 한 번에 두 사람이 참가할 수 있는 이 게임은, 한 사람당 500원의 참가비를 내야 한다. 가영이와 나영이가 관심을 보였다. 참가한 사람은 각자 A와 B를 선택할 수 있고, 그 선택에 따라 상금을 받거나 받지 못하는 게임이다. 상금의 내용은 다음 표와 같다.
 

만약 내가 가영이라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두 친구의 선택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므로 고민은 더깊어진다. 사람에 따라 선택하는 결과는 다양하겠지만, 대개 확률적으로 두 사람 모두 B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게임을 진행하는 사람은 총 1000원의 참가비를 받고 500원만 돌려주게 돼 이익을 얻는다.

게임에 참가하는 사람이 최고의 만족도를 누리려면 두 사람이 각각 A와 B를 다르게 선택해야 한다. 일어날 수 있는 4가지 상황만 보면,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선택을 할 확률이 $\frac{1}{2}$이나 되지만,실제로 이 경우가 일어날 확률은 0에 가깝다고 한다. 사람들은 본성적인 이기심 때문에 공동의 이익보다 개인의이익을 우선시하는 이유에서다.

이때 우리는 기댓값을 계산해 볼 수 있다. 가영이가 A를 선택할 때 나영이가 같은 A를 선택하면 상금이 0원이므로 참가비인 500원을 잃게 되지만, 이때 나영이가 B를 선택한다면 가영이는 1000원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기댓값은 $\frac{(0+1000)}{2}$ 으로 500원이 된다. 500원의 참가비를 내고 기댓값이 500원인 게임이므로 게임에 참가하는 사람에게 무작정 불리한 게임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보통 B를 선택한다. 이유는 상대방이 둘 중 어떤 것을 선택을 하더라도참가비의 절반은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대의 이익보다는 최소의 손실을 선택하는 사람의 심리 때문이기도 하다. 또 내가 무엇을 선택하던 상대방은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려고 B를 선택할 것이라는 불신도 담겨 있다. 여기서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죄수의 딜레마’ 이다.

이처럼 게임에 참가하는 두 사람이 각자의 이익을 생각해서 내린 최고의 선택을 상대방의 어떤 선택에도 자신의 선택을 바꾸지 않도록 마음 먹게 되는 상태를‘내시 균형’이라고 한다. 즉 다훈이 반 친구들 이야기로 정리하면, 가영이가 나영이의 결정이 변함 없을 것이라는 가정에서 B를 선택하는 마음을 유지하는 상태를 말한 것이다.

영화는 마지막에 인생의 어려움을 이겨낸 그의 감동을 전한다. 후배들이 그의 앞에 만년필을 놓으며, 최고의 존경을 표하기 때문이다.

영화와 연극으로 제작된 ‘프루프’

내시의 이야기를 다룬 또 다른 영화가 있다. 영화‘프루프’는 앞서 살펴본‘뷰티풀 마인드’와 사건이 진행되는 시간적 배경이 다르다. 프루프에는 내시의 가상의 딸‘캐서린’이 등장한다. 가상의 이야기이므로 내시는‘로버트’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영화 시작부터 로버트는 이미 세상에 없는 사람으로 딸의 회상 장면에만 등장한다. 로버트가 끝내 이루지 못하고 남기고 간 업적과 그 인생을 고스란히 이어받아 묵묵히 살아가는 딸 캐서린이 주인공인 셈이다.

캐서린은 정신분열증으로 고생하다 숨을 거둔 아버지의 못다 한 업적을 완성하는 데 집중한다. 그녀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재능으로 수학에서 뛰어난 천재성을 발휘한다. 하지만 그녀는 아버지에게 천재성과 동시에 마음의 병도 물려받은 것 같아 항상 불안해한다. 때때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그녀의 주변사람들은 캐서린의 이러한 행동 때문에 아버지의 능력을 뛰어넘는 새로운 증명을 완성했을 때도 그녀의 업적이라고 믿어 주지 않는다. 심지어 그녀의 언니‘클레어’와 그의 연인‘할’조차도…. 이것으로 캐서린의 갈등 상황은 최고조에 이른다.

이때 캐서린이 연인‘할’에게 원망 섞인 한마디를 건낸다.

“당신은 날 믿었어야 했어요!”

지난 10월 12일, 대학로 예술마당에서 연극  ‘프루프’ 의 막이 올랐다. 강혜정과 이윤지 두 배우가 각각 내시의 가상의 딸, 캐서린 역할을 맡았다. 서로 같은 역할을 하지만 두 캐서린은 전혀 다른 느낌이다. 이윤지는 신경이 날카롭고 조금 예민한 캐서린을, 강혜정은 카리스마 넘치는 캐서린을 연기한다. 두 배우는 천재 수학자 ‘캐서린’ 역을 망설임 없이 결정하는 열정을 보였다고 한다.

특히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능력에 대한 불안감으로 자기 내면의 갈등을 표현하는 딸 캐서린을 주목할 만하다. 그녀는 아버지의 그림자로서가 아닌 스스로의 수학적 재능을 증명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리고 아버지의 제자 ‘할’ 과의 사랑 이야기도 전한다. 중요한 순간에 믿어 주지 않는 할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캐서린이지만, 그 갈등 속에서 사람과 어울리지 못하고 외롭게 수학과만 싸웠던 아버지의 삶과는 다른, 세상과 어울려 사는 삶을 증명해낸다.

선선한 가을날 가족과 함께, 수학 없이 살 수 없었던 인생, 그리고 천재 수학자 부녀의 이야기를 만나 보는 건 어떨까?

내시는 그저 과거에 수학을 잘했지만 세상의 끈을 놓아버린 사람으로 잊혀져 갈 뻔했다. 본인의 아픔을 기적처럼 이겨 내고, 그는 본인의 능력과 수학에 대한 열정이 우리와 조금 달랐음을 결국 증명해냈다. 40여 년간의 고통의 시간을 기적처럼 이겨낸 그에게 존경의 박수와 응원의 목소리를 전한다.

‘프루프’ 속 재미난 이야기

영화 속 로버트(내시 역)의 제자로 등장하는 할은 밴드의 드럼연주자다. 할의 밴드 구성원은 모두 수학 전공자이다. 그들은‘i’라는 제목의 노래를 만들었다. 밴드는‘i’를 연주할 때면 3분간 어떠한 소리도 내지 않는다. 허수를 뜻하는‘imaginary number’의 첫 글자‘i’를 따 제목을 지은 노래이기 때문이다. 즉 상상 속의 수처럼 상상 속의 노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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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수학동아 정보

  • 염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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